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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말 일본은 새벽 5시 이전에 해가 떠서 오후 6시가 넘어가야 어두워진다. 주말이라 그린피가 살짝 비싸지기는 하지만 골프장 천지인 지역에 숙소를 잡았으므로 이른 티타임을 잡았는데 18홀을 마치고 나서 점심까지 먹어도 충분히 오후에 다시 18홀을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하루에 27홀이나 36홀을 치는 문화가 아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큐슈 지역에서는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아무튼 일본인들은 느긋한 오전에 전반 9홀을 돌고, 점심식사후 나머지 9홀을 돈다. 숙소 바로 옆에 (차로 1분 걸렸음) 카즈사 컨트리클럽 (かずさカントリークラブ)이라고 있어서 6시 티타임으로 잡았는데 사쿠라/후지/츠바메 (当コースはさくら/富士/つばめ)코스로 이름붙여진 27홀 골프장이고, 우리는 후지/츠바메의 순서로 돈다 (참고로 츠바메는 제비를 뜻한다고 한다). 설계자가 이즈미 이치스케 (和泉一介)라는 분으로 나오던데 일본 전역에 걸쳐 꽤나 많은 코스를 만든 유명 디자이너라고 한다.

페어웨이로 카트가 들어가는 골프장인데 하필이면 오전내내 비가 내려서 카트길로만 다녔다. 비 때문에 그린이 느렸지만 대신에 페어웨이와 양옆의 숲은 이제 초록물이 한껏 들었다. 별로 어렵지는 않은 코스였고, 두개의 그린이 홀마다 하나는 쉽게 다른 하나는 좀 난이도가 있게 배치되어 그날그날 다른 느낌으로 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네이버에서 읽은 리뷰에서는 원숭이들이 카트에 와서 음식물을 훔쳐간다 그런 얘기도 보았는데 우리는 그런 일이 없었으나 그럴만도 하다 싶게 깊은 산속이었다. 파 3 홀에서 만나는 호수에는 개구리인지 맹꽁이인지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들렸고, 티박스에서 앞팀을 멍하게 바라보노라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밖에는 없게 평화로운 오전이었다.

이치하라 시에서도 이쪽 동네는 구글맵으로 보면 산속에 온통 골프장만 가득하다. 나야 좋았지만 근처에 관광도 하고, 저녁에는 맛집도 가보고 하려는 이들에게는 정말 (골프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지역이다. 외지에서 골프치러 오는 분들이라면 고속도로를 나와서 달랑 편의점 하나밖에는 없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이렇게 골프장이 바글바글한 지역이라면 입구에 해장국집이라도 하나 차려서 떼돈을 벌텐데 생각도 했으나 밥은 골프장에서 먹고 헤어지는 문화라 안되는 지도 모른다. 일본 골프장에서 그들의 국민성이랄까 신기하게 느낀 점이 또하나 있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닦은 수건으로 물이 튀긴 주변을 청소하는 이들을 보았는데 나는 굳이 왜? 싶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한다. 골프를 마치고 백을 내린 이후에도 카트를 젖은 수건으로 닦는 분들도 보았으니 과연 청소의 민족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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