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Spring, Washington, UT
이날은 정말로 오전에 18홀만 치고 쉴 생각이었는데 Coral Canyon에서의 라운드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좀 쉬다보니 그새 몸이 근질거린다. 결국 인근에서 Green Spring 골프코스의 오후 2시반 티타임을 찾아내고는 다시 떠났는데 여기도 (가격이 75불이라 저렴한 편이기도 하다) 평이 괜찮은 18홀 골프장이어서 몇주전부터 예약 페이지를 열어보곤 했지만 티타임이 계속 없었다가 당일 아침에 아마도 취소로 생각되는 티를 하나 잡은 것이다. Gene Bates가 관여해서 1989년 개장했다는데 설계자가 낯선 이름이지만 Pete Dye 밑에서 일하던 분으로, 내가 가본 골프장들만 해도 Bayonet, Black Horse, San Juan Oaks 등의 캘리포니아 코스들이 그의 작품이다. 캐년의 경치도 몇일간 계속 봤더니 살짝 식상해져서 코스의 설계나 관리상태가 좋은 골프장을 가보고 싶어졌다.
첫 홀에서부터 여기는 (저멀리 보이는 캐년의 경치는 어쩔 도리가 없더라도) 풍광보다 코스 자체를 신경썼구나 느낌이 확 들었다. 가령, Sky Mountain 같은 코스는 굉장한 경치였기는 했으나 골프코스라는 측면에서는 좀 밋밋해서 쉬운 편이었다. 반면 여기는 Dye 디자인 코스의 느낌으로, 적절한 도그렉과 오르막 내리막이 배치되었고, 그렇다고 타겟골프도 아니게 넓은 페어웨이였다. 그럭저럭 파를 잡아가며 치다가 5번과 6번에서 (어쩔 수 없이) 협곡을 넘어가는 경치를 만나게 된다. 특히 도그렉 6번은 어프로치로 협곡을 넘겨 그린으로 가야했고, 3번 우드 티샷이 생각처럼 맞아줘서 모처럼만에 버디도 잡았다. 게다가 후반의 홀들이 더 재미있고 어려웠는데 언덕을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는 13번부터 18번 홀들은 75불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거의 공짜다 생각이 들게 했으며, 여기를 못쳐봤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싶을 정도였다.
여기서 나는 오랜만에 70대 초반을 쳐서 혹시라도 이븐이나 언더파도 가능하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을 정도로 잘쳤는데 코스가 쉬워서도 컨디션이 좋아서도 아니라 티박스를 하나 앞쪽으로 옮긴 덕이었다. 우리나라에서야 남자는 화이트티, 여자는 레드티 식으로 정형화되어 있지만 티박스가 너댓개로 분리되어있는 외국 골프장에서는 그동안 뒤에서 두번째나 세번째를, 대충 거리가 6천야드 남짓한 티박스에서 쳤다. 일반적인 남자 레귤러티라고 할텐데 이번에는 하나 더 나가서 레이디티 바로 다음에서 쳤고, 스코어카드에서 보면 대략 5,500 야드 정도의 전장이었다. 이렇게 되니 일단 티샷이 죽어버릴 일이 별로 없었고, 세컨샷을 우드로 하지 않아도 되었다. 워낙 길게 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그렇긴 한데 티박스를 하나 전진한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좋은 스코어가 나왔으니 이제는 한국에서도 시니어티를 이용해볼까, 아니면 연습으로 비거리를 늘려야하나 그런 고민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