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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고 해서 (원래는) 이날 18홀 한번만 치겠다며 좀 좋은 골프장들을 찾아봤는데 외외다 싶을 정도로 티타임이 별로 없었다. 찾고 찾다가 Zion 국립공원을 향하는 위치에 자리잡은 Sky Mountain 골프장을 부킹했는데 인당 78불의 그린피는 이쪽 동네에서는 거저다 싶을 정도. St. George 지역에서는 1군에는 못들고 (Ledges, Sand Hollow, Copper Rock 등이 최고라던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가보지 못함), 2군 정도로 분류되는 골프장이긴 하지만 어차피 이쪽에는 3군이라고 할만한 코스가 없다. Jeff Hardin이라는, 좀 낯설은 설계자가 관여한 18홀 코스인데 주로 애리조나 지역에서만 활동하던 분이라고 한다.
 
우리는 오후 2시의 티타임으로 예약했는데 일요일 오후라서인가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대체 왜 풀부킹이라고 나올까? 빡세게 운영하는 우리나라 골프장들은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걸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앞의 팀이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어보이는 노인네들이어서 느리게 진행되었어도 5시간 이내에 18홀을 마칠 수 있었다. 아무튼 Sky Mountain은 1번 홀부터 와우 소리가 나올만큼 굉장한 경치 속에다 조성한 골프장이었다. Jeff Hardin의 디자인 철학이 어떻든간에 이 골프장의 평가는 입지에서 이미 판가름났다. 전반의 홀들은 주변의 붉은 산과 캐년을 바라보며 산등성이를 따라 조성되었고, 해가 비치면 반짝이는 조명 가운데에 초록의 잔디가 배치된 그런 뷰가 생긴다. 경치뿐만 아니라 여기는 즐겁고 훌륭한 디자인의 골프장이기도 했다. 어떤 수준의 골퍼라도 풍광을 즐기며 플레이할 수 있게 넓은 페어웨이다. 거의 모든 홀들이 티박스에서부터 아래로 내려다보게 조성되어 두려움이 덜할 뿐만 아니라 경치도 즐길 수 있게 해놓았다. 대신에 벙커가 별로 없어서 몇몇 홀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있게 치기만 하면 그린으로 간다. 그래도 워낙 경치가 좋아서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후반으로 접어들면 엄청난 경치는 조금 숨을 죽이면서 페어웨이 양측으로 집들이 나타난다. 물론 캐년의 측면을 따라 이어지는 마지막 3개의 홀들에서 다시 감탄하게 되었는데 우선 16번은 절벽 꼭대기에 그린밖에 없는 파 3 홀이고, 내가 생각하는 시그너처 홀인 17번은 우측 도그렉이면서 무조건 페어웨이 왼쪽으로 쳐놔야만 하는 파 4. 야디지북이나 golfshot 등의 앱이 없다면 초행길에는 무조건 고생할 수밖에 없다. 비교적 짧은 파 5인 18번은 티에서 그린까지 평이했지만 홀의 오른쪽에 펼쳐지는 캐년의 장관에 넋을 잃었다. 다시 말하지만, Sky Mountain은 코스 자체보다 입지가 깡패인 골프장인데 관리상태도 좋았다. 첫날 플레이했던 SunRiver는 러프에 물을 주지 않는지 누렇게 변해있어서 (공을 치기에는 지장이 없었어도) 보기에 별로였는데 여기는 전반적으로 잔디가 초록이면서 잘 깎여있었다. 골프를 목적으로 이쪽에 방문한다면 권할만한 코스였고, 자이언, 브라이스 캐년을 관광하는 김에 한두번 치는 골프라고 해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충분히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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