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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Bayonet, 오후에는 Black Horse다. 36홀인 이 골프장에서는 여기가 더 나중에 만들어진 18홀이고, 세간의 평도 Black Horse 코스가 더 낫다고 하지만 오전의 Bayonet 라운드가 워낙 행복했기 때문에 여기서 더 나아질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가격은 두 코스가 모두 $88인데 정가는 $160 정도니까 가치에 비해 싸게 치는 골프다. 오후가 되면서 (간간히 소나기같은 가랑비가 흩뿌리긴 했지만) 날이 화창해져서 골프장도 북적거리는데 스타터 할아버지에게 갔더니 다시 올 줄 알았다고, 여기까지 와서 18홀만 치고 떠날 리가 없다며 농담을 한다.
그런데 다들 Black Horse가 Bayonet보다 낫다고 하던데 그보다 두 코스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나무도 적고, 황량한 초원과 언덕을 따라가는 일종의 링크스 코스였다. 원래의 군부대 골프장은 지금과 다른 모양이었을 것이고, 이런 식의 링크스 스타일을 동네 할아버지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확실이 극적이고 아름다운 골프장이다. 나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닌데 플레이에 간섭하지 않을 위치에 있다. Black Horse가 멋진 코스임은 그린사이드 벙커와 페어웨이로부터 그린까지 이어지는 벤트그라스 잔디에서 드러난다. 위에서 홀을 내려다보면 수많은 벙커가 초록의 잔디 곳곳에 핀 꽃처럼 펼쳐져있다.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부드럽고 무거운 모래에서의 벙커샷도 (스코어 걱정만 않는다면) 해볼만 하다. 더욱 인상적인 것이 그린인데 페어웨이와 그린의 경계가 거의 없이 이어지고 있어서 가뜩이나 울퉁불퉁하고 커다란 그린을 더욱 어렵게 한다. 멀리 페어웨이에서도 상황에 따라서는 웨지보다 퍼터로 굴리는 편이 더 낫기도 했다. 게다가 모든 그린이 높게 솟아있어서 아랫쪽에서는 상황을 짐작하기 어렵고, 잘 올린 샷도 다시 흘러내려오기 일쑤였다. 누군가는 욕을 뱉을 그린이지만, 나도 쓰리펏 포펏이 기본이었지만 골프치는 맛이 나는 멋진 그린이었다.
Bayonet과 다른 점은 이외에도 또 있다. 9번이 끝나면 다시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식이 아니라 1번부터 18번까지 원웨이로 진행되는데 이런 식이야말로 홀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다른 세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라 정말 좋아하는 설계다. 오랜만에 백돌이 골프를 쳤지만 540야드 파 5인 18번 홀에서 내리막으로 친 롱아이언 써드샷이 그림처럼 그린에 내려앉는 모습을 바라본 것만으로도 만족스런 라운드였다. 한국에서 같으면 어디 파 3 퍼블릭이나 갈 비용으로 이만큼이나 만족스런 라운드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미국에서의 골프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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