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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파크밸리

hm 2020. 7. 23. 12:58

이제 원주 인근의 골프장 당일치기는 일도 아니게 되었는데 강남에서 한시간반 운전은 용인이나 안성 정도 수준인데다가 길이 막히지 않으니 나름 괜찮다. 이쪽 동네에 사는 지인의 얘기로 파크밸리는 비록 퍼블릭이지만 골프장 부킹이 어렵던 십몇년전에도 서울에서 주말마다 관광버스가 다닐 정도로 인기있던 곳이라고 하며, 경치와 관리상태는 인근에서 단연 탑이라고 했다. 김명길 씨가 치악산 산자락에 만들었으니 디자인은 평균이상일 것이며, 계단식 레이아웃이 아니라 비교적 편안한 페어웨이라고 한다. 여기가 몇년전에는 다른 이유로 화제였는데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이 주인이라 세월호와 관련한 괴소문과 연관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바 있다.

평일 오전에 싼 그린피로 잡았으니 새벽같이 모여서 내려가는데 비록 운전은 내가 하지 않지만 심리적으로 멀긴 했다. 우리는 밸리 코스 10번부터 시작했는데 페어웨이 우측의 암벽이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길지 않기 때문에 티샷을 똑바로 보내는 것이 관건이다. 12번 홀은 내리막 300미터라서 장타자라면 힘이 들어가게도 생겼으나 그린 주변이 다 벙커라서 도저히 원온은 불가능해 보였다. 김명길 씨가 만든 코스에는 이런 식의, 아마추어를 유혹하는 홀이 하나쯤 있던데 내기가 아니라면 무모한 시도라도 해보는 게 또 재미다. 내 오잘공 드라이버샷도 굴러굴러 벙커에 들어갔는데 더블보기를 했어도 뿌듯했으니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15번도 470미터 도그렉 롱홀인데 페어웨이 우측으로 가야만 투온이든 쓰리온이든 가능할 것이고, 티샷이 짧거나 왼쪽으로 가면 엉거주춤 내리막 라이에 블라인드샷에 포대그린 등등 온갖 트러블샷을 다 경험할 수 있다. 멀리 치악산을 바라보며 티샷을 하는 18번도 라운드를 마무리짓기에 근사해보였다. 우리가 후반부터 돌았으니 잠시 그늘집을 거쳐 파크 코스로 가는데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이는 우측의 올록볼록한 언덕들이 인상적이어서 설계자의 의도대로라면 이쪽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쪽도 만만하지는 않아서 티샷이 멀리 나가는 것보다는 똑바로 보내야하는, 일종의 타겟골프다. 저멀리 산들의 능선이 겹쳐보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잘치든 못치든 언제나 즐거운 것이 골프로구나 했다. 파크 8번홀 티박스 근처에 얼음장같은 바람이 나오는 바위들이 있어서 신기. 그리고 더운 여름에 잠시 집나갔던 아이언샷 감이 돌아온 것에 만족스럽다.

이날 동반자 한 명은 나처럼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으로 골프를 치다가 최근에 왼손으로 전향한다고 해서 내가 쓰던 아이언 세트와 드라이버를 선물한 사람이다. 고맙다며 비용을 계산하려고 하길래 극구 사양하다가 장갑이나 하나 사주라고 해서 선물로 받았다. 더운 날씨에 원체 땀이 많은 체질이라 나는 골프백에 너댓개의 장갑을 갖고다니며 서너홀마다 갈아서 낀다. 그래도 땀이 찼다가 말랐다가를 거듭한 장갑은 시커매졌고, 금방 미끈거리게 된다. 그게 얼마나 한다고 아끼나 싶지만 원래 횟집에서 만원짜리 팁은 쉽게 주더라도 3백원짜리 라이타 사는 것은 아까운 법이다. 아무튼 새 장갑이 생긴 김에 쓰던 것들은 과감히 버렸다. 생각난 김에 그립도 갈아야겠고, 공도 이제는 로스트볼 따위는 구입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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