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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진천에머슨

hm 2020. 7. 22. 06:45

원래 이름이 중앙 cc였을 당시에는 가본 적이 없지만 (실은 당시에는 이런 골프장이 있는지도 몰랐다) 에머슨퍼시픽이라는 회사의 골프장 중에서 두 곳을 가본 경험으로는 아난티서울보다는 에머슨 골프클럽이 더 좋은 골프장이다. 서울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충북 진천에 있고, 아난티서울의 고급스러움에는 좀 떨어지지만 심심산천에 정말 아름다운 코스였던 기억이었다. 갑자기 토요일의 라운드를 잡으려니 별로 마땅한 장소와 시간이 나오지 않아 고민하던 중에 모 사이트의 "긴급양도" 란에서 여기를 발견하고는 드디어 에머슨을 다시 가보는구나 가슴이 뛰었다. 2년쯤 전에 가본 기억이지만 워낙 좋았기 때문에 4인필수라고 되어 있어도 (우리는 세명뿐) 4인 그린피를 내고서라도 칠 생각이었는데 주말이어도 인당 십만원이니 한 명의 그린피를 더 내더라도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다.

중앙 cc는 1992년에 처음 개장했다는데 당시 누가 설계했는지 모르겠으나 많이 어렵다는 평이 있었다. 2012년쯤에 Gil Hanse가 리노베이션을 했는데 이 사람은 TPC 보스턴, Doral 블루몬스터 등에도 관여했지만 무엇보다도 리오올림픽 골프코스의 설계자로 유명한 사람이다. 아난티서울은 퍼블릭 부킹이 아예 불가능하지만 에머슨은 비공식적으로는 쉽게 잡아지는데 애초에 회원만 입장해서는 경영이 어려울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텐데... 비회원도 마구 받으면 회원들 입장에서는 굳이 회원권을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고, 이래서는 회원권이 있는 것이 더 불리할 수도 있다. 아무튼 에머슨 gc는 스카이/마운틴/레이크 이렇게 해서 27홀 골프장인데 리노베이션을 통해 원래 18홀을 27홀로 만들면서 좁고 짧아졌다는 비난이 있으나 비회원 3인인 우리는 레이크/스카이 코스를 돌았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한여름의 오후 1시 티오프다. 더울 것은 각오했지만 첫 홀의 티박스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땀과 중간중간 내린 소나기에 애써 바른 썬크림은 범벅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내려다보이는 페어웨이는 만만해보였다. 너무 더워서 연습그린에 들르지 못했지만 그린이 빠른지 어떤지는 가보면 알 일이었다. 파로 기분좋게 시작한 레이크 코스는 그러나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이 깊은 산속에다가 편안한 골프코스는 애시당초 어불성설이었다.

골프장 아니었으면 그저 약초나 캐러다니지 싶은 산속이라 설계의 제약이 있었겠으나 덕택에 산세와 풍광이 정말 아름답다. 원래 중앙 cc의 개장 당시 모토는 "서민들을 위한" 회원제 골프장이라는 다소 황당한 방향이었던 모양인데 (싼 가격에 부킹이 어려운 회원권을 대량으로 파는?) 에머슨퍼시픽이 인수하고서는 대대적으로 코스를 리노베이션하는 등 고급화에 애쓴 티가 난다 (즉, 서민적인 골프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원래의 코스를 완전히 바꾸기는 어려웠는지 공략이 어려운 곳은 아니었다.

여기서도 나는 두가지 상반된 인상을 받았다. 산속 깊숙한 곳에 갑자기 근사한 클럽하우스와 잘 관리된 푸른 잔디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거기에 티타임도 넉넉하고 한적한 분위기까지 나니 에머슨 gc는 세상에서 격리된 듯한 낙원이다. 한편, 내장객이 적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탓이겠지만 프로모션 덕택에 싸게 골프쳐보겠다고 퍼블릭 분위기로 떠들어대는 일부 단체 내장객들을 보면서 나도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직원과 주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하겠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다. 회원의 수가 많아서 불만이 상당하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적어도 이날 내가 느낀 바로는 (워낙 더운 시기여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한적했다.

그래서... 단풍이 물든 가을에 꼭 다시 와보고싶은 곳이었다. 지난 주의 장마 덕택에 잔디도 최상의 컨디션이었고, 러프도 잘 깎아놓았더라. 그린은 좀 느렸으나 읽은 브레이크대로 잘 굴러간다. 중간에 세찬 소나기로 비가 그치길 기다리느라 시간도 많이 걸렸어도 4시간 반에 끝냈으니 나쁘지 않다. 다만 안전을 위해 몇몇 홀에서 보이는 그물망은 눈에 거슬렸고, 거의 모든 홀들 위로 고압선이 지나가서 사진빨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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