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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아덴힐

hm 2020. 7. 16. 13:42

제주시에서 중문으로 가는 길에서 꺾어져 나인브릿지 이정표를 따라 좁은 샛길로 들어서면 아덴힐 리조트가 먼저 나오고, 바로 건너편에는 타미우스 cc가 보인다. 한라산을 상당히 올라가기 때문에 비와 바람이 잦은 지역이고, 대신에 뒤에는 산이고 저 아래로는 바다가 보이는 근사한 위치다. 아덴힐은 건설회사에서 고급 주택가를 조성하면서 같이 만든 18홀 골프장으로 디자이너는 송호 씨다. 송호 씨가 어디엔가 적은 글에 의하면 그가 만든 골프장들 중에서 가장 어려운 곳을 꼽으라면 아덴힐이라고 했다. 길고, 벙커와 해저드가 정확한 샷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18홀 내내 바람과 싸워야 한다. 나는 아덴힐에는 이번이 네번째 방문인데 힘들게 고생한 기억이 대부분이지만 참 아름다운 코스구나 내내 감탄했었다. 우리가 제주도에 골프치러 간다고 하면 뭔가 이국적인 풍광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여기는 정말 제주도니까 가능한 코스라고 본다. 클럽하우스부터 좋은 곳이구나 느낌이 오는데 처음부터 입주자의 타겟이 내국인이 아니라 중국 등의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모든 시설이 크고 화려하다. 내가 아끼는 제자이자 후배인 한** 선생의 지인이 근무하시는 곳이라 늘 비교적 저렴하게, 좋은 티타임을 얻을 수 있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여행사를 통하면 부킹은 쉽다. 왕이메/새별 코스로 나뉘어진 18홀. 전반 9홀인 왕이메 코스는 1번 홀에서 마주보이는 왕이메 오름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며, 후반은 18번 티박스에서 코스 반대편으로 보이는 새별 오름에서 유래한 새별 코스다. 오름을 향해 전반을 올라가고, 바다를 바라보며 후반을 내려간다. 다시 말하자면, 전반은 세찬 바람을 등뒤로 받고, 후반은 앞에서 올라오는 바람을 맞는다.

이번에는 따뜻하고 좋은 날씨다. 일단 티샷이 그럭저럭 똑바로 날아가주니 즐거운 라운드였는데 그러지 못했다면 악몽의 골프장일 수밖에 없는 것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공을 찾을 가능성이 거의 제로이기 때문이다. 소위 상/벌이 명확한 코스인데 지금도 그렇지만 백돌이였던 시절에도 나는 이런 식이 좋았다. 아일랜드 그린인 새별 14번도 멋지지만 내가 꼽는 시그너처 홀은 16번인데 온 천지가 억새밭이고, 그 사이로 동그랗게 그린이 들어앉았다. 제주도에는 아직도 못가본 골프장들이 많은데 아덴힐에는 여러번 방문했지만 매번 (비바람이 불거나 춥지만 않다면) 감탄하고 돌아간다. 골프코스를 평가하는 여러가지 기준들 중에는 "기억성"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골프장과는 뭔가 다른 독특한 풍광이 아덴힐의 장점이다. 거기에 실력만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자연"의 핸디캡이 더해진다. 프로나 로우핸디캡 골퍼에게는 무조건 뻥뻥 지르지 못해 짜증날 수도 있겠는데 요리조리 파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예전에 여기 왔었을 당시에 샤워실에서 주니어 선수인 아들을 호되게 야단치는 골프대디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매달 수백만원을 들여 가르치는데 (저 새끼가) 버디를 몇개 못잡네요 그런 말을 듣고는 나도 돈을 쏟아부으면 이븐파 정도는 치게되는 것일까 솔깃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나도 만만찮게 골프에 돈을 들였고, 이렇게 어려운 코스에서도 그럭저럭 80대 초반은 치는 수준이 되었으니 자타공인 몸치지만 나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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