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내 골프장

화산

hm 2020. 7. 18. 07:02

예전에는 북일동 남화산이라 했다지만 일동레이크는 이제 비교적 쉽게 부킹할 수 있게 되었고, 경기도 용인의 화산 cc는 아직도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회원제 명문이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인지 정말 쉽게 부킹이 되어버렸다. 골프잡지의 국내 베스트코스 뭐 이런 기사에서 사진만 보고 군침을 흘렸던 그 골프장에 가게 되었으니 만사를 제쳐두고 떠난다. 익숙한 길목인 양지 ic를 통하면 강남에서 한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데 수많은 골프장들이 들어선 동네지만 화산에 간다니 더 들뜬다. 임상하 씨의 작품인 18홀 코스이고, 시그너처 홀인 11번 홀에는 여러 개의 분화구가 그린을 감싸는 모양이지만 명칭인 화산 (華山)은 지명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골프를 모르던 십년전쯤의 우리나라 골프장을 경험했던 이들에게 들어보면 당시에는 일부 퍼블릭 코스를 제외하면 부킹이 불가능하면서도 한편 쉽다면 쉬웠다고 그런다. 퍼블릭 부킹을 그냥 받아주는 회원제는 거의 없었으나 브로커, 소위 부킹에이전시를 통하면 (돈만 더 주면) 안되는 곳도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접대골프의 맛을 보았던 이들의 특징이라면 자기가 직접 부킹을 해본 적이 없으니 어려운 줄도 모르고, 자기 사정에 따라 취소나 변경도 쉬운 줄 안다. 내 주변에는 골프장 회원권을 소유한 사람이 거의 없지만 구력이 십년쯤 넘어가는 이들이라면 화산 cc에 한번쯤은 가보았다고 한다. 어떤 곳인가요? 물어보면 다들 좋다고 하는데 뭐가 그렇게 좋던가요? 물음에는 제대로 답이 없다. 어려운가요? 물으면 아주 어렵지는 않은데... 말끝을 흐리고, 클럽하우스가 고급진가요? 하면 그것도 아니란다. 나인브릿지, 가평베네스트의 비경이나 안양 cc의 고급스러움과도 다른, 그냥 좋았다고들 한다. 딱히 내세울 게 없는 골프장인가 의아한 마음으로 아무튼 우리는 금요일 오후에 고속도로를 탔다.

확실히 아름다운 골프장인데 지어진 지가 오래라 편안하다. 티샷은 여간해서는 벗어나지 않고, 그린을 공략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본대로 생각한대로 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 트리플보기나 양파로 무너져버릴 일은 적었다. 시작하기 전에 캐디가 저희 골프장은 다른 데보다 열타는 더 나옵니다 어쩌고 했는데 어디를 가나 저런 얘기를 들으니까 도대체 그 다른 골프장이 어디일까 궁금하다. 물론 페어웨이가 평탄하지는 않아서 보기플레이에 어쩌다 운좋으면 파다. 지난주에 공항에서 읽은 잡지에서 아마추어의 그린으로 향하는 샷은 아예 짧던지 아니면 좀 긴 편이 낫다고 했다. 쓰리온은 나쁘지 않으나 파 4에서의 포온은 반드시 피해야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 사정은 카트에서 캐디가 불러주는 거리에 맞춰서 클럽을 골라서 내리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다. 홀들이 다 독특하고 아름답지만 내가 꼽는 베스트는 도저히 대한민국이라고 생각이 안 드는 6번 홀이다. 온 사방의 나무와 해저드를 어찌어찌 피해서 그린으로 올라 다시 뒤를 돌아보면 산세가 아주 절경이다. 위에서 언급한 11번 홀의 분화구들도 이색적인데 피하면 되겠지만 잘 맞은 샷이 분화구에 걸리면 좀 속이 상한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그 분화구에 올라가지 않고 그 홀을 지나치면 그냥 거기에 그런 게 있었나보다 했을텐데 설계자의 의도와 그린의 경치를 즐길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는 오비말뚝이 없다. 웬만한 국내 코스에는 카트길 바로 옆으로 흰 말뚝이 있어서 빤히 공이 보이는데도 집어서 오비티로 가야하는데 어차피 명랑골프니까 그런가보다 했고, 오히려 오비티에서의 포온이 스코어에는 더 나을 수 있지만 모처럼 잘 맞아서 거리도 짱짱하게 나온 티샷의 입장에서는 좌우로 확 휘어져 사라진 볼과 똑같은 취급은 좀 억울하다. 얼마전 KLPGA 대회에서 성은정 프로가 마지막날 18번 홀에서 티샷 오비로 역전패를 했는데 공을 찾을 수 있고, 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오비는 진행을 위한 것일뿐 조만간 고쳐져야 한다. 뉴스에서 보니까 모 기자가 오비 (Out of Bounds)의 기원이 Charles B. Macdonald라고 적어놓았던데 내가 알기로는 이미 19세기에 Royal Isle of Wight의 룰에 오비가 있었으니 CB 맥도날드의 예는 그가 맨날 슬라이스를 냈기 때문에 골프장을 설계할 때 페어웨이 오른쪽은 관대하게, 반대로 왼쪽에는 옥수수밭을 조성하는 식으로 디자인했다는 설명이 맞을 것이다. 오비에 관해 최악의 경험은 예전에 청라 베어즈베스트에서 카트길에서 좀 멀리 떨어진 러프 한복판에다가 말뚝을 박아놓고는 "고객님은 오비티로 가세요 저 공은 제가 줏어올께요" 하던 기억이다.

 

'국내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어즈베스트 청라  (0) 2020.07.19
골프존카운티 안성 W  (0) 2020.07.19
소노펠리체  (0) 2020.07.17
아덴힐  (0) 2020.07.16
포천힐스  (0) 2020.07.1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