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ford, Stanford, CA

2026. 1. 20. 04:42·미국 골프장

매년 초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회의를 오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좀 특별한 것이, 스탠포드 골프코스를 플레이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의 한가운데 위치한 이 골프장은 이름에서 연상되듯 스탠포드 대학에 딸린 18홀 코스이고, 멤버의 초청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멤버라고 하면, 보통 대학의 학생, 교직원, 그리고 졸업생들이 해당되는데 마침 여기에 근무하는 김** 선생과 연이 닿았다. 여기서 연습하던 스탠포드 학생으로는 90년대의 타이거 우즈와 2천년대의 미쉘 위 등이 유명하고, 골프채널 등에서 가끔씩 틀어주던 NCAA 대학골프 시합을 통해 코스를 구경하기도 했다. 1930년에 처음 코스를 설계한 이들이 George C. Thomas와 William P. Bell인데 이런 수준의 회원제 골프장이 다들 그렇듯 백년의 세월중에 수많은 리노베이션이 이루어졌고, 재설계에 참여한 분들이 Robert Trent Jones, Jay Blasi, John Harbottle III, Beau Welling, George Waters 등이었으니 지금의 모습은 처음 만들어졌던 시절과 많이 다를 것이다.

모처럼 미국행 기내에서 와이파이를 썼으므로 스탠포드 골프클럽에 대해서 평을 찾아보았는데 쌩초보 대학생들이 잔디를 망가뜨려놓았다느니 기대에 비해 별로였다 등의 리뷰도 있었지만 대개는 호평이었고, 무엇보다 여기는 (스탠포드를 나오지 않았다면) 평생에 한번일 기회가 된다. 물론 돈을 많이 기부한 사람들을 멤버로 받아주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었고, 캠퍼스 내부의 (Rosewood Sand Hill) 호텔에 숙박하는 경우 플레이 패키지도 있나본데 가난한 나와는 상관이 없으므로 그저 초대에 감사해야 한다. 프로샵에서 김 ** 선생을 반갑게 만나 게스트 그린피로 210불을 계산했고, 내 기준에는 살짝 비싼 금액이지만 이런 수준의 코스에 입장료라고 생각하면 어쩔 수가 없다. 프로샵은 여기가 학교 체육시설임을 말해주듯 작고 소박했어도 내부에는 타이거 우즈 관련한 사진과 기념품으로 가득했다. 참, 여기는 (추가금 인당 35불로) 전동카트를 탈 수 있긴 하지만 많은 비가 내린 후라서 안된다고 해서 푸쉬카트 (인당 20불)를 끌고 걸었다. 부푼 마음과는 다르게 몸에서는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요즘의 내 골프는 한창 물이 올랐기에 그럭저럭 80대 타수는 나올 것으로 기대하며 1번 홀로 갔다.

1번 홀은 도로를 (정말로 차가 씽씽 달리는 Junipero Serra Blvd) 넘겨서 티샷을 한다. 페어웨이에 잘 떨어진 공에서는 그린까지 170 야드 정도가 남았고, 이정도 거리에서 나는 투온이 거의 불가능해서 차라리 레이업이 나았을텐데 아무튼 세컨샷이 벙커에 들어가버려서 쓰리온 쓰리펏으로 더블보기. 이후의 전반 9홀은 평평한 지형이라 걷기 편했고, 3개의 파 3 홀들이 있었는데 모두 근사했다. 골프장을 가로지르는 개울 (이름이 San Francisquito Creek이다)이 파 3 홀들의 앞으로 지나가고, 그린은 커다란 벙커로 보호되고 있었다. 3번과 4번이 연이어 숏홀인데 180야드에 이어서 100야드 파 3가 나오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8번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티박스에서보다는 그린에 도달해서 뒤돌아보는 광경이 근사했다.

후반이 전반보다 어렵고 도전적이다. 티박스에서 그린 사이로 흐르는 개울을 넘어가는 다리가 인상적인 14번 숏홀도 좋았지만 도그렉에 까마득하게 올라가는 그린으로 향하는 파 4, 파 5 홀들도 (힘은 들었어도) 재미있는 디자인이었다. 페어웨이 양측으로, 때때로는 중간에 위치한 나무들도 백년의 세월을 말해주듯 거대하게 자랐는데 스탠포드의 로고에서 보이는 바로 그런 나무들이다. 다만 방문한 시기가 1월인데다가 몇주간 세차게 내렸던 비로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을 것이다. 티샷이 떨어지면 바로 박혀버렸기 때문에 내 드라이버 비거리를 깨닫고는 절망하기도 했고, 공이 떨어진 지점을 봤음에도 막상 가보면 찾을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학교 골프장이니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회원제 컨트리클럽의 감성은 아니었고, 이백불 이상을 지불하기에는 살짝 과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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