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라비에벨은 정말 오랜만에 가보는 것인데 성수기에는 부킹이 너무 어려웠던 탓이다. 처음 생기던 당시에 달랑 하나만 있던 18홀 코스는 이제 라비에벨 올드코스가 되었고, 나중에 송호 씨의 설계로 추가된 듄스 코스는 그나마 부킹이 수월했어도 가격대가 높았다. 산요수 골프리조트로 원대하게 시작했다가 망한 스토리는 이제 유명한데 그래도 시공사였던 코오롱의 의지 덕택에 (계획했던 54홀은 아니라도) 36홀의, 매우 독특한 두 코스를 갖춘 골프장이 되었다. "숲속의 듄스"라고 좀 이상한 기치를 내세운 듄스는 그래도 산속에 있으니까 간척지에다 평평하고 재미없게 만든 현대더링스 같은 곳보다야 좋은 경치일 것이다. 처음 생각에는 나무심을 돈을 아끼려고 대충 모래밭과 갈대숲으로 조경을 완성해놓고는 듄스라고 이름붙인 ..
충북 제천의 힐데스하임 컨트리클럽이 킹즈락 골프장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 몇년전인데 (아마도 제천 힐데스하임의 원래 주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모 건설사가 음성군에 만들어 새롭게 개장한 27홀 골프장에 이 이름이 붙었다. 임상신 씨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킹즈락도 원래 이 분의 작품이었으며, 좀 극적이고 어려운 코스를 지향하는 디자이너지만 음성의 힐데스하임은 애초부터 노캐디 셀프라운드를 겨냥하고 만들었기에 가급적 넓고 평탄하게 조성했다고 한다. 월송리나 일본의 골프장들처럼 5인승 카트가 유도로를 따라 굴러가는 식인데 이제 우리나라도 노캐디 셀프라운드가 대중화되면 좋겠다. 위치는 거의 충주라고 해도 좋을 동네라서 서울 출발이라면 좀 멀다. 클럽하우스는 새로 만들어서 깔끔했다. 우리는 이날 레이크/힐 코스의 순..
이 추위에 골프치겠다고 저멀리 충남 당진의 바닷가까지 가야하느냐 말들이 많았지만 새로 생겼다길래 내가 우겨서 가보자고 했다. 간척지에 만들어진 골프장이니까 대충 어떨지 감이 오긴 했지만 링크스/파크/듄스 코스의 27홀에 그린피도 (서울에서 먼데도) 주말에 20만원이 넘어가니까 뭔가 인기있을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행담도 휴게소를 지나가야하니 서울에서라면 멀기도 한데 가는 길은 그럭저럭 빨리 간다고 해도 올 때는 교통체증을 각오해야 한다. 설계자가 누구인지 홈페이지에 밝히고 있지 않아서 구글링을 해보니 안세원 씨라고 하는데 이 분은 군산 cc를 (회원제 말고 대중제 63홀) 디자인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아무튼 올해 7월에 개장했다고 하니 따끈따끈한 골프장이다. 그런데 골프장으로 들어..
여기 이름이 지금은 아난티코드 골프클럽인가 그럴 것인데 아난티 서울이라고 불리던 시기에도 고급스러움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긴 하지만 이 골프장의 팔자도 기구한 편이다. 원래 유명산 컨트리클럽 18홀로 건설되던 골프장이 회사의 부도로 중간에 매각되면서 리츠칼튼 cc가 되었고, 원래의 설계자는 서우현 씨였다고 한다. 리츠칼튼은 원래의 18홀에다가 9홀을 추가하여 총 27홀로 만들었는데 당시를 기억하는 지인의 말로는 좁은 공간에다가 억지로 홀들을 구겨넣어 황당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후 에머슨퍼시픽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성치환 씨의 재설계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데 기존의 코스를 완전히 허물고 새롭게 만들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산을 밀어버렸거나 땅이 넓어진 것이 아니니까 이런 사연을 품은 코스가 온전할 수는 없는 ..
이포 컨트리클럽의 위치는 보통 곤지암이라고들 하는데 실은 좀 지나쳐서 여주 쪽이고, 남한강의 아랫쪽이기 때문에 양평에서 더 가깝다고 봐야한다. 1992년에 김명길 씨가 설계해서 개장한 18홀 골프장인데 나는 오래전 한번 가보았을 뿐이지만 다들 쉬운 곳이라고 했음에도 무지 못쳐서 골프를 접어야하나 그런 실망을 했던 기억이 있다. 서울에서 가까운 위치로 보면,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라는 것이 신기할 정도인데 가격이나 부킹의 어려움 등으로 그동안 외면했던 모양. 이번에는 누가 여기를 잡았다며 가자고 하길래 정말 쉬운 골프장인지, 실력이 좀 나아진 지금은 어떻게 느껴질까 설레는 마음으로 따라나섰다. 주말이라면 정체가 극심할 위치지만 평일 오후라 괜찮지 싶었다. 그리고 (코로나를 겪으면서 돈을 많이 벌었는지) 예전..
경기도 이천에 동진 cc라는 이름으로 36홀 골프장이 개장한 것이 1987년이라니까 벌써 삼십몇년이 흘렀다 (동대문시장 진흥조합인가 하는 단체가 주인이라 이름이 저랬다고). 지금은 뉴스프링빌이라는 이름으로 회원제 36홀, 퍼블릭 9홀에 따로 파 3 코스까지 갖춘 대규모 골프장이다. 설계를 Cal Olson이 했다는데 오래전에 서양의 디자이너가 우리나라에 만든 골프장들은 나름의 특징이 있어서 산을 깎거나 하지 않고 능선을 따라 계단식으로 차곡차곡 페어웨이를 만들곤 했다. 나는 이 골프장에 여러번 와보긴 했는데 언제나 몽블랑/알프스 코스로만 돌았었고, 록키/올림프스의 (진짜로 올림"프"스라고 적혀있다) 18홀은 이번이 두번째다. 원래 이번 주말에는 지인들과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기로 했었는데 날씨가 나쁘다고 ..
개장했을 당시의 이름이 무주안성 cc였는데 지금은 골프존카운티의 일원이 되었다. 왜 이름이 무주안성이었을까 했더니 지역이 무주군 안성면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오래전에 레슨받던 김** 프로가 자기는 무주안성 cc에서 주로 연습한다며 언제 한번 같이 가요 서울에서 두시간이면 가요 했지만 여간 밟아대지 않고는 세시간만에 도착하기도 빠듯한 거리다. 2018년 여름에 여수까지 가는 길에 여기 들러서 골프를 쳤었고, 이후에도 한번인가 두번정도 갔었다. 여수나 진주 등에 간다면 서울에서 차로 너댓시간 거리니까 중간에 여기쯤에서 쉬어간다 생각하면 딱 좋은 위치다. 김재열 씨가 설계한 18홀 퍼블릭인데 길고 어렵다는 평이지만 아덴힐이나 히든밸리에서 다 겪어본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한다. 어디선가 읽은 그의 설계철학..
또다시 예전에 가봤다가 인상이 좋지 않았는데 실력이 좀 나아지고 가보니 평가가 달라지는 골프장 이야기. 몇년전에 모 회장님의 초청으로 갔었다가 치는 족족 오비에 뒷땅이라 민망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던 곳이다. 신안그룹 계열이라고 해서 (리베라, 신안 cc, 웰리힐리 등등)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안 좋은 얘기도 많은 골프장이 그린힐인데 남촌 cc 바로 앞에 있는 위치고, 축구장처럼 평평하고 넓직한 코스라 못치기도 어려운데 아마 동반자들이 좀 부담스러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설계자가 임상하 씨라고 하지만 오너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산속의 파크랜드" 코스를 만들어놓았다. 굳이 다시 가볼 생각이 드는 골프장은 아니었으나 위치와 (회원가로 칠 수 있다는) 가격이 우리를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부담없는 지인들과..
경기도 안성 인근 (특히 용인시와 붙어있는 쪽의) 지도를 보면 마치 초록색 벌레가 모여 기어가듯이 골프장이 바글바글한데 (골프장 인허가 비리로 시장이 구속되고, 국회의원 뱃지 여러개가 날아가게 된 동네가 바로 안성이다) 그중에서도 파인크리크는 오랫동안 명문으로 콧대를 세워왔던 곳이다. 임상하 씨와 Thomas Quinn (이 사람은 일본에서도 몇몇 골프장을 설계한 것으로 나오는데 구글링을 해봐도 도대체 원래 뭐하는 분인지 알 수가 없었다)의 설계로 만들어진 27홀 (파인/크리크/밸리) 코스인데 한때는 대한민국 10대 코스로 꼽히기도 했던 골프장이지만 모기업의 어려움으로 결국 퍼블릭이 되어버렸다. 폐쇄적인 회원제로 유지되던 시절에도 한두번 가본 것 같은데 당시의 기억은 전혀 없고, 연휴 첫 날에 어디 공이..
강원도 횡성의 산골짜기에 자리잡은 벨라스톤 컨트리클럽은 2011년에 퍼블릭으로 개장한 18홀 골프장으로 당시 국내에서는 최저비용, 최단시간에 만든 코스라고 소개되었다. 내 생각에는 대충 만들어서 돈이나 벌자 생각이었을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누가 설계했는지도 찾을 길이 없다 (구글링을 해보면 류창현 씨라는 분이 벨라스톤의 레이아웃 설계를 한 것으로 나온다). 아무튼 서울에서 좀 멀어서 그런지 싼 맛에 몇차례 갔던 곳이고, 그러나 코스만큼은 관리상태나 경치로나 불만이었던 적은 없었다. 제2 영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입지인데 최근 몇번의 라운드가 비로 취소되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이날도 부슬부슬 비가 내렸지만 평일의 골프는 어떤 코스에서라도 즐거운 법이다. 골프장에서의 최악도 직장에서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