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에도 골프장이 있었나? 싶게 가까운 남양주 천마산 아래의 (아재 취급을 받는 나이라면 다들 추억에 젖을 마석이라는 동네가 여기다) 18홀 코스. 나도 중학생 시절에 혼자서 버스를 갈아타가며 천마산 스키장을 가본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제는 남이 운전해주는 차 뒷좌석에 앉아서 간다. 문턱이 높은 회원제라서 주변에는 가봤다는 사람도 많지 않아도 기회만 생긴다면 강변북로를 지나서 쭈욱 가서 잠실에서도 30분이면 간다. Dye 디자인이 관여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조형설계만 그쪽에 맡긴 모양이고, 코스는 송호 디자인에서 했단다. 전장이 짧은 편이지만 집에서 비슷한 거리의 남양주 해비치에 비해서는 그나마 골프장답게 생겼다는 평이었다.동코스로부터 시작해서 서코스로 나오는 18홀인데 코스의 첫인상은 정말 평범한 국내 ..

몇년전에는 꽤나 자주 갔었던 아시아나 cc 동코스를 얼마만에 다시 가보는 것인지... 예전에는 이쪽 지역도 곤지암이라고들 했었는데 중부, 남촌, 렉스필드 등과는 달리 영동고속도로 양지 ic로 나가는 것이 빠르니까 (그리고 행정구역도 경기도 광주가 아니라 용인이다) 용인권 골프장이다. 내가 처음 가본 것이 십년전쯤에 봄이었는데 모처럼 부킹이 어려운 회원제라고 부풀었던 마음도 잠시,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는 페어웨이가 마치 고분군을 연상시킬 정도로 심하게 구겨져있어서 이게 뭐냐 살짝 당황했었고, 그것이 Ronald Fream 코스와의 첫 만남이었다. 요즘에야 이런 식의 울퉁불퉁 인위적인 형태가 흔하지만 당시 초보였던 내가 느꼈던 것처럼 처음 이런 식의 설계를 접했던 개장 당시에는 얼마나 화제였을까 싶다. ..

서울 인근의 골프장은 얼추 다 가보았지만 추운 겨울철에나 플레이가 가능했던 뉴코리아를 모처럼 잔디가 초록색일 때 가볼 수 있었다. 여기는 1966년에 개장한 오래된 골프장이라 이름은 익히 들어왔었고, 퍼블릭 부킹이 거의 어려운 회원제다. 마침 주변에 뉴코리아 회원인 분을 만났기에 혹시? 하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자리를 맡아줘서 간다. 처음 설계를 누가 했을까 미리 찾아보는데 홈페이지에는 Paul Colby, 마쯔야마 케이지 (松山桂司), 지연봉 이렇게 세 사람이 열거되어 있다. 다들 누구인지 모르겠는 사람들인데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골프장을 만들던 이들이니 그럴만도 하다. 여기는 오래된 코스라서 한국의 골프역사에 중요한 역할도 많이 했다고 한다. 1968년에 제 1회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를 개최했었고, 1..

세종시의 회원제인 세종에머슨을 오랜만에 다시 가보게 되었다. 레이크/밸리/마운틴이라는, 뻔한 이름의 코스로 이루어진 27홀인데 설계자는 스기하라 테루오 (杉原輝雄; 이 사람은 일본투어에서 통산 28승을 거둔 전설적인 골퍼)라는 일본인이다. 처음에 (대전 엑스포 시기에 지어졌으나 정작 엑스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고 함) 개장할 때는 엑스포 골프장이었다가 거평그룹에 팔려서 프레야충남 컨트리클럽, 이후 IMG cc, 에머슨 내셔널을 거쳐 세종에머슨 cc로 이름이 바뀌어온 사연은 이제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는 매우 흔한 스토리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원래 골프장을 여기다가 만들 당시에는 세종시 계획도 없던 시기였을테니까 그저 대전 부근의 야산이었을 것인데 지금은 대도시의 중심이다. 골프장이 겪은 부침은 아무래도 ..

주인과 이름이 바뀐 이후로 한동안 가볼 일이 없었던 스카이 72 오션코스를 최근 몇차례나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마지막에 갔던 때가 한창 인천공항공사와의 분쟁으로 시끄러웠던 시기였을 것이다. 대한민국 퍼블릭 골프장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 골프장은 관리가 그래서 엉망이다, 직원들이 뒤숭숭해서 불친절해졌다 등등 소문이 돌았지만 막상 가보면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북적거리고 활기가 넘쳤다. 스카이 72의 4개 코스중에 개인적으로 최고의 경험은 클럽하우스도 따로 쓰고, 벤트그라스 페어웨이에다가, 공항가는 고속도로에서 보이니까 지나갈 때마다 공치고싶다 생각이 들었던 하늘코스였지만 골프코스의 측면에서는 다들 오션코스를 더 쳐주는 모양이던데 Tom Peck이 설계한 어려운 골프장이라 LPGA 대회나 SK..

지도에서 이 골프장을 찾아보면 주변에 골프장들이 다닥다닥 모여있는데 거의 지역유지급에 해당하는 곳이 뉴스프링빌이다. 개장하던 시절에는 동진 (동대문상인진흥조합) cc라는 이름이었고, 회원제 36홀에 퍼블릭도 딸려있는 대규모 골프장이다. 아는 분이 여기 회원인데 맨날 골프나 한번 칩시다 말만 하면서 불러주지 않았고, 퍼블릭 부킹이 아주 안되는 것은 아니어서 종종 갔었다. 행정구역상 이천이긴 해도 용인이랑 붙어있어서 가는 길이 다양할 위치라도 영동고속도로를 타건 중부고속도로를 타건 서울에서 가깝지는 않다. Cal Olson이 설계자라고 나와있고, 이 사람은 주로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데 나는 Links at Summerly에서 그의 코스를 경험해보긴 했었으나 별로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가서 이날 우..

라쿠텐고라 평점이 4.6이나 되면서 가격도 비싼 편인 아리타 리솔 골프클럽은 원래 아리타 도큐 (有田東急)라는 이름이었는데 Resol 그룹이 인수하면서 이렇게 개명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고 보니 Resol 회사의 골프장을 꽤나 여럿 가보게 된다). 미야자와 조헤이 (宮澤長平) 씨가 만든 18홀 회원제였으니 설계자의 이름만으로도 수준을 짐작하게 하지만 평이 좋은만큼 싸지는 않아서 토요일 오후의 스루플레이로 17,000엔씩을 지불했다. 오전에는 Sun Resort였는데 거기도 굉장했지만 평점이 여기보다 한참 낮았으니 기대가 안될 수가 없었다. 여전히 비가 내리는 길을 달려서 골프장으로 향했는데 오후에는 그칠 예정이라고는 했으나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이나 달려서 대체 여기에 왜? 싶은 위치에 도달했다. 접근성..

영어로 썬리조트, 일본어로는 산리조또 (サンリゾート) 컨트리클럽 (정말로 구글맵에서 길안내를 받으려면 "sanrizotokantorikurabu"로 검색해야만 나온다). 1995년에 고바야시 미츠아키 (小林光昭) 씨의 설계로 문을 연 이 골프장을 선택한 이유는 주말에 대다수는 캐디를 쓰는 구장이라 밀릴 걱정이 없겠다 싶어서였지만 (물론 우리는 노캐디로 친다) 구글맵에서 리뷰를 읽어보니 많이 밀린다는 얘기가 많아서 결국은 새벽 6시반 정도의 스루플레이로 잡았다. 끝나고 점심까지 해서 14,000엔 정도는 이정도 수준의 골프장에서라면 아주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여기는 양잔디 페어웨이라서 카트가 들어갈 수 있으니 체력소모가 덜할 기대도 했다. 에어비앤비로 잡은 숙소에서 어젯밤 사놓은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아..

오전 비행기로 간사이공항에 들어와서는 바로 찾아간 곳. 공항에서 렌트카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입지라 보통은 귀국일에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개 주말을 끼고 일본을 오니까 일요일보다는 평일에 도착해서 플레이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다. 여기는 마쯔다 요시오 (町田義雄) 씨가 설계하여 1972년에 개장한 27홀 골프장이라 엄청 오래되었지만 입지 하나는 최고다. 실은, 간사이공항에서의 거리가 비슷하게 가까우면서도 훨씬 좋은 골프장이 센난 컨트리클럽이라고 보는데 (아니면 10분쯤 더 떨어진 오사카 골프클럽은 한때 세계 100대 골프장으로도 꼽혔던 명문이지만 퍼블릭 부킹이 된다) 그런 좋은 곳들은 오후 티가 (10시반 정도가 마지막 티타임인데 한여름에도 없는지는 모르겠음) 없어서 도착한 첫날에 치려면 이..

네바다주에서 최고로 칭송받는 퍼블릭 골프장 Wolf Creek (정식 명칭은 Wolf Creek at Paradise Canyon)을 가느냐 마느냐 몇달을 고민하다가 마지막 날에 결국 질러버렸다. 처음에는 평일 360불 그린피를 미치지 않고서야 내겠냐 했었는데 인근에 웬만큼 알려진 골프장들이 200불 정도는 기본이라서 평생 한번인데 까짓거 하는 심정으로 부킹한 것이다. 페블비치 수준의 코스를 거의 반값으로 치는 기회라는 리뷰를 유튜브에서 본 것이 이유이기도 했다. 가는 길에 보면, 인근의 Oasis 골프클럽의 Canyon 코스로 빙 둘러싸인 위치라서 거기도 이번에 가봤으면 좋았겠으나 가격을 떠나서 티타임을 잡을 수가 없었다. Wolf Creek에서 일단 풍광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울 것이 분명한데,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