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ugi, Imizu, Toyama

2026. 5. 16. 06:24·일본 골프장

호쿠리쿠 (北陸) 지방이라고도 부르는, 일본 서부의 (반대로 우리나라 동해에 접한) 도야마나 가나자와 쪽을 내평생 가볼 일이 있겠냐 싶었는데 마침 그쪽에서 미팅이 잡혔다. 여기가 세계적으로 겨울철 적설량이 (북쪽의 북해도보다도)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하며, 특히 등산가들의 꿈이라고들 하는 알펜루트가 도야마에서 시작된다. 무슨 이유에선지 고마쓰 공항으로 대한항공이 다니기 때문에 (주 2회인가 3회인가 다니는데 소도시 위주로 다니는 LCC도 아닌데 꽤나 오래전부터 운행하던 루트라고 한다) 한번쯤은 가볼만도 하겠다 싶어서 2박의 일정으로 간다. 대한항공 비행기가 오전 10시반에 고마쓰 공항에 내리는 일정이었어서 당일 오후의 티타임을 찾아보는데 어쩐 일인지 9시 초반 도착으로 (인천공항 출발시각이) 변경되는 바람에 오히려 좋구나, 왜냐하면 좀 괜찮은 골프장들은 마지막 티타임이 11시 정도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그래서 라쿠텐 평점이 가장 높았던 코스기 (小杉) 컨트리클럽을 잡았고, 여기는 1990년에 회원제로 개장한 27홀 골프장이다. 다이세이 건설이 설계했고, 원래 주인이 올림푸스 광학 계열사였다가 2004년에 매각되면서 퍼블릭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2018년에 메이저 대회인 JLPGA 코니카 미놀타 컵을 개최한 곳이기도 한데 올림푸스나 코니카나 미놀타나 (지금은 잊혀진) 왕년의 카메라 명가였으니 기구한 사연이기도 하다.

렌트카를 빌리면서 시간이 좀 지체된 탓에 바쁘게 도착한 클럽하우스는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 좀 낡아보였다. 남/북/동의 27홀 중에서 우리는 남코스로 시작해서 북코스로 끝내는 18홀을 (이렇게가 대회 코스라고 한다) 돌았고, 시작하면서 저멀리 (일본에서도 신성하다고들 하는) 하쿠산 (白山)을 바라보게 된다는데 초행길인 우리야 어느 산이 무슨 산인지 알 도리가 없다. 3대 뭐뭐 이렇게 순위를 매기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이라서 그런가 일본 3대 명산이라고 하면 후지산, 다테야마, 그리고 하쿠산을 꼽는다고 하니 그중 두개가 호쿠리쿠에 있다. 하쿠산과 다테야마는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데 능선이 서로 연결되어있지는 않아서 (북알프스 산맥의 시작인 다테야마와 달리) 국립공원도 따로 지정되어 있다. 출발전에 등산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이쪽에 간다고 했더니 하쿠산은 완만한 능선에 꽃밭이 아름답고, 다테야마는 거대한 설벽을 보기 위해 겨울에 가면 좋다고 한다. 나야 당연히 산을 오르기보다는 멀리 골프장에서 바라보는 사람이라서 이번에 양쪽 영산 (靈山)을 모두 구경하게 되었다.

시작하는 남코스 1번에서부터 페어웨이 좌측에 벙커가 자리잡고있는데 슬라이스를 (오른손잡이 기준) 내는 아마추어를 고려한 설계라고 한다. 내리막이라 충분히 그린으로 공을 올릴 줄 알았는데 아이언샷이 생각보다 짧았어서 새벽부터 바빴던 하루라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린이 이 골프장의 하이라이트여서 크기도 크면서 브레이크가 많고 빨랐다. 게다가 포대그린에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는 경우가 많아서 잘 올라간 공도 경사에 밀려 흘러내릴 수 있게 만들어졌다. 전반에서는 5번과 6번이 기억에 남았는데 좁은 페어웨이에다가 그린 양측으로 우측은 연못, 좌측에 벙커인 그린이면서 좌우로 길게 생긴 그린이라 잘맞은 어프로치가.뒤로 넘어가버리게 생겼다. 파 3인 남 6번은 연못을 넘겨 그린으로 가야하는데 티박스에서 바라보면 굉장한 경치였다.

우리가 마지막 팀이어서 중간에 스루플레이로 치는가 했더니 중간에 점심시간이 주어졌다. 한국식 비빔밥이 유명하다고들 하던데 나는 중화소바를 먹었고, 졸음이 쏟아져서 로비의 소파에서 깜빡 잠들었다가 다시 나간다. 후반의 북코스는 남코스보다 좀 짧으면서 높낮이와 기복이 넘쳐서 더 재미있었다. 특히 북 2번은 좌우가 좁은 파 5 홀이었고, 세컨샷 지점에서 그린을 바라보면 커다란 벙커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준다. 이런 홀에서는 웨지 써드샷으로 공을 띄워서 그린에 세우는 공략이 최선이라고 보는데 생각한대로 쳐서 파를 잡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북 7번이 나오는데 계곡을 넘겨 티샷하고, 왼쪽의 벙커를 넘겨서 무난하게 파를 했다. 마지막 북 9번이 이 골프장의 핸디캡 1번이라고 하던데 길고 넓은 페어웨이지만 엉거주춤 내리막에서 세컨샷을 하게 되었고, 투온을 노리자니 그린 좌측의 호수가 두렵다. 이런 홀에서는 레이업해서 쓰리온이 정석이겠지만 피곤해서였는지 어처구니없게 갭웨지로 쌩크를 내버려서 공을 물에 빠뜨렸으니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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