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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에 여기를 잡은 이유는 가격이 싼 것도 있었지만 27홀 코스라서 잘하면 (오전에 Collins Hill에서 18홀을 돌았으니) 하루에 45홀도 가능하지 싶어서였다. 세개의 9홀 코스가 School/Village/Mill 코스로 명명되어 있는데 (원래의 18홀 코스가 School/Village이고, Mill 코스는 나중에 추가되었다고 한다) 설계자는 Dennis Griffiths. 갑자기 추워진 날씨라 우리는 Mill/School 코스로 시작해서 18홀을 돌았고, Village 코스는 고민끝에 다음을 기약했다.

1번 홀에서부터 드넓게 트인 페어웨이가 시원스럽게 펼쳐졌다. 티박스는 잘 정리되어 있었고, 누런 부분이 여전한 페어웨이 잔디는 그래도 빽빽해서 잘 파였다. 이 골프장의 하이라이트는 그린이었는데 벤트그라스에 잘 깎여있어서 매우 빨랐다. 넓직한 그린에 2단, 3단으로 되어있어서 쉽지 않았지만 본대로 잘 굴려주는 그린이었다. 블라인드 홀이 많고, 올라갔다 내려가는 식이 연속되는데 기존의 지형을 잘 살려서 아름다왔고, 잔디가 푸를 시절에 왔더라면 하고 아쉬워했다. 나로서는 여기가 처음 접하는 Dennis Griffiths 코스인데 황당하게 어려운 것은 아니면서 극적으로 디자인해서 일순간에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 최고의 코스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애틀랜타 인근에서는 가성비로 최고.

나는 A형답게 소심하지만 유독 외국의 골프장에서만큼은 용감해져서 혼자서도 잘치고, 모르는 사람들과의 조인도 별로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서너명을 만들어서 각자의 취향과 일정에 맞춰야하는 우리나라에서의 골프가 더 피곤하다. 미국에서라도 이번처럼 내가 가이드에서부터 운전기사, 통역까지 다 하려면 더 피곤해지는데 그럼에도 이번 애틀랜타에서의 골프는 아주 즐겁다. 손이 많이 가고, 어리버리한 동반자도 있지만 그래도 다들 유쾌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골프 매너도 좋고, 다들 비슷한 실력이다. 간혹 내가 짜증을 내도 곧잘 받아치면서 넘어가주는 이들이다. 그래서 더 저렴하고 좋은 골프장을 찾아내어 함께 가보고싶어지는 것이다. 참고로 NGF 통계를 보면 미국의 아마추어 골퍼의 평균 나이는 56세라고 하며, 지불하는 평균 그린피는 18홀에 36불이라고 한다. 젊은 세대에서 골프의 인기가 별로라서 저 연령대는 점점 높아지겠지만 비용의 측면에서는 부러운 나라다 (물론 평균이 저렇기 때문에 나는 웬만하면 40불 정도의 골프장을 선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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