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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인근에서 한국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동네에서 일요일 오전에 저렴한 골프장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후에는 Chicopee Woods를 부킹해놓은 상황이었으므로 대충 동선에 걸리는 골프장을 찾다가 여기를 가기로 했는데 인당 36불 그린피는 생각보다 싸서 오히려 살짝 걱정이 된다. Perrin Walker 설계로 1972년에 개장한 (당시의 명칭은 Springbrook 골프클럽) 코스인데 일종의 municipal 골프장이니까 아마도 앞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단조로운 디자인일 것 같았지만 잔디만 괜찮다면 저 가격으로는 아쉬울 것이 없겠다.

덥고 꽃가루가 날렸던 어제와 달리 이날은 밤새 내린 비로 상쾌하지만 추운 날씨였다. 골프장에 도착하면서 보니까 아무도 없어서 역시 추운 날이라 골프를 치지 않는구나 했지만 프로샵 내부로 들어가니 한국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생각보다는 근사한 첫인상인데 우리나라에도 요즘 돈을 좀 들여서 만든 골프장을 대중제로 개장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미국에서도 20세기 후반에는 그런 식의 붐이 일었던 시기가 있었다. 배타적인 회원제와 싸구려 시립 골프장의 사이에서 컨트리클럽 풍으로 근사하게 지었지만 퍼블릭으로 개방한 코스들이 많이 생겼었고, 아마 여기도 시작은 그랬을 것 같다. 골프 붐의 몰락으로 의도한 이익은 내지 못하지만 그럭저럭 명맥을 유지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런 코스들이 가성비 측면에서는 최고라고 볼 수 있다. 전기차가 대중화되어가는 시대지만 기름냄새나고 털털거리는 구식 카트도 신기하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전반 9홀과 후반이 나눠진 형태인데 저멀리 그린이 똑바로 보이는 레이아웃이지만 양쪽의 나무들이 울창해서 막상 페어웨이는 상당히 좁다. 티박스가 울퉁불퉁 관리상태가 별로인데 요즘 느끼기에 티박스의 모습이 골프장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린은 요즘 골프장들에 비해 작고 동그란 형태인데 약간 솟아있는 포대그린이다. 파 35인 전반이 후반 (파 36)에 비해 많이 짧은 편인데 (내리막 홀들이 전반에 많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홀들의 레이아웃은 전후반이 비슷해서 그저 후반이 더 길게 플레이될 뿐이다. 도그렉 홀들은 크게 휘는 것도 아니고, 해저드나 언덕이 가로막는 것도 아닌데 키가 큰 나무들 때문에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냐 레이업이냐를 고민하게 한다. 갑자기 타겟 골프로 변해버리는 16번과 17번은 그동안 쌓아온 스코어를 한번에 무너뜨릴 정도로 어려웠다. 밋밋한 부지에 만들었지만 나름 흥미로운 설계라고 생각한다. 추운 시기에 방문한 탓일까 기대만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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