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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다른 "한때는 기세가 등등하던, 그러나 최근 어떤 연유인지 퍼블릭 부킹도 받는" 명문 골프장 방문기다. 자고로 북일동 남화산이라 하였는데 화산 cc는 여간해서는 다시 가볼 일도 없는 팔자지만 일동레이크 골프클럽은 어쩌다 한번씩 주말의 비는 시간에 퍼블릭 부킹을 받아준다. 여기는 김승학, 김학영 두 프로가 설계한 18홀 회원제이고, 처음에는 sk 소유였다고 하나 지금은 농심이 주인이며, 최근까지도 회원이 초청하지 않으면 발을 들여놓지도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생겨서 좀 낫지만 예전에 진접을 지나서 국도를 타면 서울에서 대단히 멀었다. 포천을 향해 내촌의 베어스타운을 지나가다보면 먼저 포레스트힐이 나오고, 이어서 베어크리크, 일동레이크, 필로스의 순인데 바로 인근에 예전에 친구 이ㅇㅇ 선생이 병원장을 했던 국군병원이 보여서 그 시절에 골프를 좀 쳤더라면...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 토요일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오후의 티타임을 잡은 우리는 놀러가는 이들로 엄청나게 막히는 금강로를 따라 거의 두시간이나 걸려 중간의 약속장소인 내촌에 도착했다. 보통 이쪽 골프장에 가면 오전에 운동하고서 들르던 김치말이국수로 점심을 먹었는데 골프 후에 먹으면 그렇게나 맛있던 국수가 운동하기 전에 먹으니 그저 그렇고 배만 빵빵해진다 (이런 음식은 운동으로 땀을 흘린 다음에 먹어야하나보다). 골프장은 입구부터 약간 위압적인 분위기인데 이제는 주눅들거나 하지 않게 되어버린 나 자신에 뿌듯하기도 하고 나이먹음에 잠깐 서럽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도 일동레이크는 오래된 명문 골프장이라 정돈되고 우아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클럽하우스에는 오전 라운드를 마친 사람들과 우리처럼 막 도착한 이들로 북적북적. 토요일 오후의 출발 광장에도 수많은 카트와 사람들로 붐빈다. 그래도 눈앞에 펼쳐진 골프장은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듣기로는 길고 쉽지 않은 코스라고 한다. 넓어보이는 페어웨이가 시원시원해보이지만 적절한 위치에 벙커가 있고, 그린도 빠르고 브레이크가 많아 스코어 내기가 어렵다. 해저드는 상대적으로 적어서 공을 잃어버릴 염려는 적지만 그린까지 허덕이며 가서는 광활한 그린에 다시 한번 좌절한다. 골프 좀 친다는 사람들은 사실 이율배반적인데 쉬워도 뭐라 하고 너무 어려워도 불평이다. 그래도 잘 설계된 명문 코스는 어렵다고 허우적거리면서도 떠나려면 아쉬워지는 것이 보통인데 요즘에는 워낙 예쁜 코스가 흔해졌지만 일동레이크도 그 명성에 부끄럽지 않게 멋진 골프장이다. 그저 오래되고 드넓다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할, 조경업자의 세심한 관리로도 해결이 안될, 천혜의 환경을 잘 살린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특히, 일동레이크의 조경은 우리나라 골프장치고는 좀 특이하다. 오래된 코스라서 숲이 많이 자랐을텐데도 나무들이 빽빽하지 않고 간격을 두고 자리잡았다. 국내 코스들이 좀 과잉조경 (특히 소나무) 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 맘에 들었다. 불만이라면, 사실 비회원 부킹이 원래 안되는 골프장에 온 주제에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토요일 오후임을 감안하더라도 좀 밀린다. 거의 모든 홀마다 앞에는 한두 팀이 기다리고 있고, 중간에 그늘집에서는 30분이 넘게 앉아있어야 했다. 그래도 그늘집의 아이스커피가 맛있었고, 삶은 계란을 준비해놨다가 무료로 먹게 해준다. 나는 골프장에서 아침으로 2만원짜리 국밥을 먹거나 삶은 계란 하나에 5천원을 지불하는 것에도 그저 수긍하는 사람이지만 고급 회원제 골프장이라면 뭔가 더 기대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골프장 운영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면 일동레이크가 유독 칭송받는 무언가가 있으리라 기대한 것에 비하면 (아마 요즘에는 워낙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좋아져서) 조금 실망스럽다. 물론 여기는 예쁘고, 코스 공략에 머리를 써야하고, 잘 관리된 골프장이다. 훌륭한 코스들이 즐비한 가평, 포천 인근에서도 단연 최고의 수준이다. 구력이 상당하신 동반자의 말로는, 처음 일동레이크와 화산 cc가 생긴 당시에는 원그린 시스템이라는 것만으로도 장안의 화제였다고 한다. 나는 언제라도 일동레이크에서 운동할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주저없이 오케이 그럴 것이다. 그래도 (전통이니 회원권의 가격이니 하는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다면) 북일동 남화산은 좀 지나친 전설이 아닐까 싶었는데 너무 큰 기대를 한 내 잘못인지, 하필이면 붐비는 날에 와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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