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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가평 베네스트

hm 2022. 8. 17. 03:10

내 마음속에서는 단연 한국 최고의 골프장인 가평베네스트를 요즘에는 자주 방문하였기 때문에 달라진 느낌이 있어서 업데이트한다. 지금껏 수백번의 라운드를, 수백곳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지만 내가 의외로 구력은 짧아서 십년쯤 전에 중국 하문에 있는 동방 오리엔트 cc에서 머리를 올렸고, 이후 연중행사로 한번이나 두번정도씩 (직장의 단합대회 등에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마지못해 치곤 했었다. 재미있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운동을 황금같은 주말에 대여섯시간씩이나 들여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던 시절이 불과 십년전이다. 그러다가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기 직전의 봄에 처음으로 가평베네스트를 갔었는데 물론 공은 하나도 맞지 않았어도 그 아름다움에 반해서 처음으로 골프가 힘들지 않았던 추억이 담긴 곳이다. 아래의 사진들에서 보이는, 저런 풍경은 오직 골프치는 사람들만 맛보겠구나 했었다. 이후 바닷가 절벽에서도, 구름이 발 아래로 깔리는 산정에서도, PGA 투어가 열리는 명문 골프장에서도 골프를 해보았지만 가평이 내게는 여전히 최고였다. 어떤 골프장이 "좋은" 골프장이냐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이는 다분히 주관적인 거라서 역사가 깊고 유명하다고 해서, 아니면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답다고 해서 꼭 좋은 기분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스코어가 잘 나와서 아니면 캐디의 미소 한번에도 그 선택은 매번 바뀐다. 그래도 지금껏 대여섯번을 가보았어도 언제나 하루를 잘 보냈네~ 그런 만족스런 표정으로 돌아오곤 했던 곳이 가평베네스트다. 이런 경험은 단순히 경치만으로, 혹은 Jack Nicklaus가 설계한 27홀의 레이아웃으로도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니 아무튼 내게는 가평이 최고였다. 회원권 하나도 없는 주제에 이런 좋은 골프장을 주말에 부킹해서 (물론 한번에 삼십만원돈이 들어가긴 하지만) 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야겠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아무나 쉽게 올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니기를 바라는 못된 생각도 해보았었다. 최근에는 차츰 퍼블릭 부킹도 많이 받고 그래서 갈 때마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느낌이긴 했다.

여기는 원래 Eagle's Nest라는 가칭으로 삼성에서 만들었는데 베네스트라는 이름이 붙은 다른 골프장들, 안성 베네스트동래 베네스트는 다른 회사가 만든 코스를 매입한 것이지만 여기 가평은 설계부터 삼성이 했다. 처음에는 임상하 씨에게 맡겨 36홀로 설계했다가 중간에 잭니클라우스 디자인이 관여하면서 지금의 27홀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원래의 Eagle's Nest는 Best+Nest로 새롭게 작명하여 베네스트가 되었다). 입구에서부터도 가파른 진입로를 올라가보면 주변의 능선이 아래로 보일 정도로 해발고도가 높아서 안개가 많은 시기에도 가평베네스트에서는 걱정없이 골프를 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이 위치한 파인 코스는 가평베네스트의 3개 나인홀 중에서 가장 인기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와우~ 할만큼 엄청난 경치는 아니지만 고요한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좋아서 나는 매우 사랑한다. 특히 오르막인 파인 5번의 그린 뒤로 보이는 하늘이 인상적이다. 다른 골프장이었다면 나름 대단한 평가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지만 버치/메이플 코스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버치 코스는 시작부터 어디 골프잡지의 표지에 나올법한 경치가 보인다. 내 생각에, 가평베네스트를 다녀본 분이라면 버치 코스가 가장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렵기도 해서 롱홀 세개, 파 3 세개인 코스지만 버디는 정말 어렵다. 특히 마지막인 9번은 오르막 파 5 홀인데 거리로 봐서는 만만해보이지만 공이 떨어질 위치를 짐작으로만 (그리고 캐디의 조언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여간한 실력이 아니라면 쓰리온도 힘들다. 그리고 메이플 코스는 세개의 코스들 중에 가장 가평의 산세를 살린 경치라고 본다. 그렇다고 좁지는 않아서 비교적 스코어가 좋게 나오니까 유유자적 코스를 즐기며 플레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평베네스트에서 18홀을 돈다면 버치/메이플이거나 파인/버치의 순서로 해서 버치 코스가 꼭 들어가면 좋다고 보는데 의외로 버치가 스코어가 나쁘게 나온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장 선호하는 골프장이고, 회원대우도 받기 때문에 틈만 나면 방문할 것만 같았던 가평베네스트지만 내 성향이 한동안 코스 콜렉터이기 때문에, 그리고 특히 주말에는 교통정체도 심한 지역이라 자주 가보지는 못했다가 코로나 이후의 골프 붐으로 그나마 부킹이 수월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최근에는 거의 월 1회는 간다. 나를 통해서 안양 cc를 가보고 싶어하는 지인들이 많아도 거기 말고 가평을 갑시다 하면 실망하는 표정이 느껴진다. 사실은 코스만을 놓고 비교한다면 가평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경치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위축되지 않게 티샷을 하고, 어디 이번에는 버디를 한번 잡아볼까 유혹하는 그린. 그러나 역시 어렵구나, 아까 이렇게 쳤어야하는 건데 아쉬움을 남기는 멋진 설계다. 늘 완벽한 관리상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번에도 티박스에서부터 페어웨이, 그린까지 어디 하나도 흠잡을 부분이 없었다. 나는 여기에 오면 언제나 동반자들에게 가평에서는 스코어만 추구하면 안된다고, 자연과 코스를 느끼고 감동을 경험하라고 얘기하는데 한두번 와봐서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경치와 코스, 관리까지 지금껏 다녀본 어느 골프장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는 가평에서 역시 듣던대로 괜찮네요 정도의 인사를 들으면 (내가 골프장 주인이거나 관계자는 아니지만) 살짝 화가 난다. 내가 계속해서 새로운 코스를 찾아나서는 이유중 하나가 가평에서 느꼈던 감동을 어딘가에서 다시 겪어보고픈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버치 코스의 풍광

 

메이플 코스의 모습들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파인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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