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한번 가보았던 충주의 세일 컨트리클럽의 주인이 바뀌면서 이름도 모카 (무슨 의미일까?) cc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시 가본다. 본래의 세일 cc도 (당시에는 세일철강이라는 회사가 주인이었다) 싼맛에나 가는 곳이라고들 했었고, 새 주인도 인근의 대영베이스라서 기대감은 1도 없지만 그래도 개업빨이라는 것이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했다. 로얄포레의 고속도로 건너편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가자면 만만치 않은 거리인데 코로나 시절에 그린피가 미쳐버렸던 그 시절, 싼 골프장을 찾는다며 이쪽까지 뺀질나게 오곤 했었고, 당시에 3인이상, 4인이상 집합금지 어쩌고 하던 상황에서도 충청북도는 그나마 청정지역이라며 제한이 느슨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 당시에 평일 그린피가 얼마였나 기록을 찾아보니 인당 69,000원이었고, 이번에는 그때의 두배인데 그래도 5월말 치고는 저렴하다고 본다. 김명길 씨가 설계한 18홀에 산길/들길 코스라고 이름을 붙였으니 흔해빠진 마운틴/힐 따위보다는 정겹게 들린다.
예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뭐가 달라졌지? 모르겠는 클럽하우스였는데 로비에 뜬금없이 폴바셋 커피가 (가격은 서울시내 두배~) 있다. 예약현황에 따라 가격이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대영 골프장의 시스템을 도입해서일까 내장객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원래 첫 홀에서의 티샷이 가장 긴장되는 법인데, 그 샷에 의해 18홀을 어떻게 플레이할지 정해진다고 본다. 산길 1번이 화이트티에서도 거의 400미터에 좌측 도그렉인데 놀랄만큼 장타가 나와버려서 그린까지 120미터가 남게 되었다. 앞핀이라고 웨지를 치면 짧았던 기억이 많아서 차라리 넘겨보자라고 친 세컨샷이 홀컵 옆으로 붙어버리는 바람에 얼떨결에 버디로 시작하는 라운드였다. 그리고 이후에는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 치는 공마다 생각한 대로 날아가주었으니 멘탈이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로구나 생각했고, 이 골프장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세간의 평은, 좀 짧으면서 좁은데다가 그린이 보이지 않는 홀들이 많아서 별로라는 식이었는데 내 생각에도 이런 식의 코스를 좋다고 하실 분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어지는 홀들도 페어웨이의 폭이 좁으면서 중간에 해저드가 있곤 해서 설계자가 의도한 방향과 거리로 치는 것이 중요했다. 산세 사이의 분지에다가 페어웨이를 앉혀놓은 식이라 사진찍는 입장에서는 홀을 담자니 하늘이 산에 가려서 별로다. 그래도 티샷이 죽지만 않는다면 그린까지는 비교적 짧은 거리가 남고, 그린 주변에 안전한 지역이 별로 없어서 어프로치의 거리와 방향이 다 맞아야한다. 좀 느리면서 상태가 썩 좋아보이지 않았던 그린은 그러나 굴곡이 심하지 않아서 본대로 잘 굴렀다. 그나마 (정상적인) 골프장같은 산길 6번과, 까마득한 내리막 파 4라서 싸인플레이로 진행했던 8번이 기억에 남을 홀들이다. 물을 두번 넘어가게 만든 롱홀 산길 9번도 괜찮았다.
그늘집에서 30분 가까이 대기했는데 여기 음식값이 생각보다 저렴해서 이정도라면 굳이 먹을 것을 싸올 이유가 없겠다. 후반인 들길 코스도 이름은 정겹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쌓은 디자인이다. 홀간 간격이 좁은지 여기저기서 뽀올~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그늘지거나 파 3가 아니면 티박스에 매트가 없고, 관리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후반에서도 드라이버를 잡으면 안된다는 홀이 있는데 티샷이 물을 넘어가지만 넘기기만 하면 짧은 어프로치가 남는 들길 2번은 페어웨이를 걷다가 옆을 내려다보면 코스 전체와 저멀리 산세가 한 눈에 들어온다. 비슷한 경치가 5번에서도 보였는데 여기는 심한 내리막 파 3 홀이었고, 내 기억으로는 김명길 씨의 코스에는 이런 내리막 숏홀이 하나씩은 있었던 것 같아서 아마 그분의 취향이겠거니 했다. 클럽하우스를 향해 내려가는 8번과 9번도 어려워보이는 만큼 근사한 뷰를 선사해주었으니 나는 크게 불만이 없었다.
정식으로 레슨을 받지 않고, 유튜브나 tv로 독학하는 것이 골프를 망치는 지름길인 줄은 아는데 맨날 골프치러 나가다보니 연습장에 갈 틈이 없다. 취침전에 한 편씩 보는 유튜브 레슨에서 백스윙에서 뒷쪽 어깨를 돌리는 것에 대해 강조하길래 따라서 해보니 거리와 방향이 다 좋아졌다. 하나가 되면 다른 뭔가가 망가지는 것이 스윙임을 알기에 어째 불안감이 있기는 해도 일단 당장은 잘맞으니까 좋다. 아무튼 이날의 모카 cc는 경치나 코스 디자인이나, 거기에 가성비로나 좀 애매해서 다시 와볼 일이 있겠나 좀 아쉬웠다. 짧은 전장도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골프는 역시 드라이버 뻥뻥 지르는 맛이지 그러는 골퍼에게는 좀 불만일 수도 있을 코스인데 여기의 원래 설계의도나 입지가 타겟골프인 것을 이해해야 한다. 싹싹하고 부지런히 뛰어다닌 캐디는 맘에 들었다. 저번에 로얄포레에 왔다가 저녁으로 짜글이 먹으러 들렀던 식당은 이번에도 일찍 문을 닫았다. 골프장 두군데를 상대하는 위치인데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