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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같은) 대영힐스가 27홀이고, 바로 옆의 대영베이스가 18홀이니 나름 대단지 골프장인데 어쩌면 우리나라 퍼블릭의 미래를 제시해주는 곳일런지도 모른다. 코로나 전에는 비수기 (잔여타임의) 그린피가 5만원 정도까지 나오던 곳이고, 주말의 정가도 웬만한 골프장의 평일 수준이었으니까 늘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 가성비가 좋아서 언제 다시 한번 가봐야지 벼르던 곳이다. 대영힐스의 설계자는 누구인지 찾을 길이 없었으나 대영베이스는 임상신 씨가 만들었다니 아마 같지 않겠나 싶고, 이 분이 만든 다른 골프장으로는 제천의 킹즈락 (원래 명칭은 힐데스하임)과 횡성의 청우 cc (여기도 몇년전 대영에서 인수해서 이름이 알프스대영 cc로 바뀜) 등이 있다. 아무튼 예전만큼 저가는 아니어도 평일 오후에 12만원 그린피가 나온 참에 대영베이스 18홀을 돌아보기로 했다.
사실 이 골프장이 위치한 충주시의 대소원이라는 동네는 내가 한때 뻔질나게 지나다니던 곳이다. 이십년쯤 전에는 시외버스가 지나가며 보았던 동네일 뿐이었고, 근방에 골프장이 있는 줄도 몰랐다. 지금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관통하는 지역이라 서울에서 한시간 반정도면 간다. 막상 가보니 더베이스 호텔이라는 건물도 생겨서 일박이일 패키지도 가능하겠던데 과연 누가 대영힐스/베이스로 골프투어를 오겠냐 그런 생각이 여전히 든다. 예전 기억으로 티박스와 그린은 우리는 퍼블릭입니다 외치듯 매트와 웃자란 잔디였는데 그래도 대영베이스는 (가격도 그럭저럭 착하니까) 이해가 된다. 내장객의 숫자로는 가평의 썬힐과 대영힐스/베이스가 우리나라 탑이라고 한다. 비슷한 수준이면서 럭셔리라고 콧대세우며 비싼 가격을 받는 서울 근교의 골프장들이 정신을 차려야할텐데 이러나 저러나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주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
이번에 보니 그래도 최근에는 관리에도 열심인 모양이다. 수많은 팀을 받지만 페어웨이의 디봇은 거의 메꿔져있고, 에어레이션 구멍이 있긴 해도 그린에 잔디가 죽은 구석도 없다. 무엇보다 경치가 역시 충주까지 내려오길 잘했어 싶게 아름다운 산자락이며, 연초록으로 물들어가는 페어웨이 양측의 숲도 보기좋다. 첫 홀부터 긴 파 5인데 확실히 첫 티샷이 잘 맞으면 그날은 풀리는 날이다. 그리고 요즘 느끼는 건데, 나는 확실히 오후의 라운드가 몸은 피곤해도 결과는 더 낫다. 새벽에는 찌뿌드해서 그런지 티샷부터 엉망이고, 그러면 여지없이 백돌이 골프다. 오후에는 툭툭 쳐도 비교적 생각한대로 잘 가고, 점심먹고 멍한 정신도 곧 풀어진다. 아무튼 그럭저럭 진행하면서 보니까 여기의 홀들이 대부분 티박스에서 페어웨이 사이에 계곡이나 물이 있는데 지금에야 큰 무리없이 넘기지만 초보자 시절에는 괜히 힘들어가서 공을 엄청 잃어버리던 디자인이다. 클럽하우스를 향해 되돌아 올라가는 9번 홀과 거의 투온할뻔했던 우측 도그렉 파 5인 11번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멋졌던 홀들을 후반에 14번부터 나온다. 어떤 홀에서는 진천의 히든밸리처럼 벙커를 가지고 장난을 쳐놓았는데 그냥 우리는 싸구려예요 그러는 것 같아 우스웠지만 전반적인 코스는 수긍이 가게 잘 만들어놓은 곳이다. 물론 티박스의 매트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티박스에 잔디가 좀 상해서 매트로 대체하거나 그런 식이 아니라 대영베이스에는 (멀쩡한 티박스가 줄줄이 있음에도) 아예 매트로만 만들어진 레귤라티가 있고, 티샷은 거기서만 한다. 스크린 세대라면 익숙할라나? 매트에 그어진 선을 따라 에이밍이 되기 때문에 여기처럼 랜딩에어리어가 좁은 코스에서는 잘 맞은 것 같은데 공이 죽어버려서 멘붕을 겪게도 된다. 티박스 매트 때문에라도 대영계열 골프장에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올 봄에는 골프로 산 것 같다. 주말에는 쉬지 않고 공을 쳤으며, 평일에도 몇번 나갔으니 이러다 지치면 말겠지 했어도 도무지 싫증이 나지 않는 운동이다. 저녁으로 골프장 입구에서 우렁된장쌈밥을 먹었는데 운동하고 먹는 밥이야 다 맛있겠지만 골프장 부근에서는 특히 맛없는 식당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깜깜한 고속도로로 귀가하면서 행복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꼈는데 암튼 이렇게까지 미쳐 살면서도 기껏 보기플레이니까 나도 어지간히 몸치다. 스트레칭이건 헬스건 운동을 좀 하면 좋겠는데 골프치느라 다른 운동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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