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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라싸

hm 2020. 7. 26. 14:04

올해도 경기도쪽으로 새로 개장하는 골프장들이 좀 있는데 대충 만들어서 얼른 돈벌자 생각이 드러나는 곳도 몇몇 있고, 나름 신경썼네 인정할만한 곳도 있겠다. 몇주전 다녀온 샴발라 cc는 가성비가 괜찮았다는 생각이고, 더크로스비는 시범라운드를 제돈내고 한 느낌. 그리고 이제 궁금했던 라싸 골프클럽을 가본다. 여기 27홀을 누가 설계했는지 홈페이지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구글링해보면 권동영 씨의 손길을 거쳤다고 나온다. 산악지형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가끔 숨막히는 풍광을 선사하는 설계자라 이 분이 관여했다면 나는 기대를 좀 한다. 시범라운드를 몇달간 하다가 7월에 정식으로 개장했는데 마운틴/레이크/밸리로 이름붙은 코스들 중에서 지금 플레이가 가능한 18홀은 마운틴/레이크 코스다. 신생 코스는 아직 잔디가 별로일테니까 내년쯤 가자며 시큰둥한 동반자들을 꼬셔서 결국 일요일 새벽의 티타임을 잡았는데 개장기념 쿠폰까지 먹이니까 역대급으로 저렴하게 쳤다. 서울에서 가기에는 좀 먼 위치이며, 거의 몽베르까지 가는 수준이다.

마운틴 코스로 시작하면서 보니까 깊은 산속에다가 아름다운 골프장을 얹어놓았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권동영 씨가 손댄 코스를 많이 경험해보면서 느끼는 심정이다. 스윙해서 파를 만들어내는 행위보다는 코스를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경험이 이 분에게는 우선순위가 아닐까 싶다. 티박스에서 전체 코스를 내려다보고,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바라보고, 그리고 퍼팅을 마치고 지난 홀을 돌아보는 시점에서의 뷰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었을 것만 같다. 거기에 더해서, 골프장의 입지가 한몫을 했다. 해발고도가 높은 산위에다가 만들어서 저 아래로 구름이 흘러가고, 눈을 들어 그린을 올려다보면 하늘로 빨려들어가는 식이다. 몇주전 샴발라 cc도 경치가 좋았지만 거기는 그럴 수밖에 없을 입지였고, 산세와 코스의 조화는 아무래도 라싸가 한 수 위다. 최근에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비록 잔디를 깔끔하게 깎아놓지는 않았어도 듬성듬성한 부분은 많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더크로스비 같은 곳도 요즘에 가면 느낌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길고 좁아서 어렵게 플레이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라운드였다. 그런데 여기서의 권동영씨의 디자인 컨셉은 하늘로 빨려들어가게 아름다운 그린인 모양이다. 마운틴 2번부터 오르막 페어웨이에서 어프로치를 하자면 어디가 끝인지 모르게 높이 솟은 그린이 보이는데 나는 이런 식의 설계를 매우 좋아해서 제주도 나인브릿지 등의 골프장에서 감동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라싸에서는 이런 식이 끝없이 나온다. 그래서 오히려 감동도 덜하다. 그보다 호수의 경치가 근사했던 마운틴 9번이 나는 가장 좋았다. 그밖에 근사했던 홀들을 꼽자면 커다란 호수를 따라도는 레이크 2번부터 4번이었다. 반면에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레이크 8번과 9번은 긴 전장에 보기보다 어려워서 도전욕보다는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가성비로는 기대이상이어서 조만간 밸리코스가 개장하면 다시 와보고싶다.

한편, 라싸 (Lassa)라는 명칭은 티벳의 지명에서 따온 모양이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처음 발견된 라싸열 (Lassa hemorrhagic fever)를 떠올리게 한다. 라싸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인데 요즘처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바꾸고 있는 시점에서 좋은 작명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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