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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더크로스비

hm 2021. 7. 26. 19:15

코로나 사태로 작년과 올해는 어떤가 모르겠지만 몇년전까지 세계적으로 골프의 불황기였는데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계속 새로운 골프장이 개장하고 있었다. 여기는 이천의 롯데아울렛 인근에 만들어진 27홀 골프장인데 한창 건설중이던 시절에는 하모니 cc라는 가칭을 쓰다가 결국 이런 이름으로 2020년에 개장했다. 개장 초기인 작년 5월에 가보고는 좀 실망했었는데 이후에 다녀온 분들이 다들 괜찮다고 해서 이후로도 몇차례 더 갔었다. 처음에는 잔디상태가 별로였고 (막 문을 연 시기였으니 이해는 한다), 이후에 몇번 더 가봤어도 그저 그랬는데 그래도 더크로스비 (The Crosby) 골프클럽에 기대를 접지 않았던 이유는 울산의 보라 cc와 같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도 The Crosby라는 회원제 골프장이 있는데 아마 거기도 주인이 같은 모양). 보라 cc에는 딱 한번만 가봤을 뿐이지만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게 아름답고 훌륭한 코스라는 생각이어서 주인이 같다면 여기도 (잔디가 좀 자라주면) 나쁘지 않을 거다 싶었다. 게다가 코스를 설계한 분들이 추보현 씨와 사토 겐타로 (佐藤謙太郎) 씨다. 사토라는 사람이 만든 골프장이 이미 우리나라에도 여럿 있지만 추보현 씨도 김명길 씨의 회사에서 여러 코스에 참여했던 분이다. 9홀이 각각 아리아/빌리/샬롯 (이 이름도 개장하던 당시에는 에이미/벨라/클레어 코스였는데 그새 바뀜) 이라고 이름붙은 27홀인데 써놓고보니 그냥 A/B/C 코스다. 호법 ic 근처라서 서울에서의 접근성도 아주 좋다.

작년에는 지인이 프로 두분과의 라운드를 제안하길래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승락해버린 라운드였는데 초면인 분들과의 운동은 늘 어색하지만 동반자가 프로라면 무조건 가야하는 법이다. 거의 모든 홀에서 무조건 이글 찬스를 만드는 샷에 눈이 호강했던 날이었다. 그때는 전반에 A, 후반에 B 코스로 돌았었고, 이번에는 B 코스로 시작한다. 이제 잔디도 많이 올라와서 시각적으로나 공을 치는 입장에서나 다 좋았다. 그리고 티박스에서 페어웨이를 지나 그린까지 바라보면 여기는 다른 골프장들하고 좀 달라보인다. 뭐랄까, 자를 대고 그린 설계도 그대로 만든 것처럼 약간 인공적이면서도 세련된 모습인데 실제로 가서 보시면 다들 비슷한 느낌을 받으실 것이다. 그리고 굳이 타겟골프랄 수준은 아니었지만 벙커의 위치나 홀의 형태가 그대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저리로 치면 적어도 보기는 하겠구나 싶어지는 디자인이었다. 파 3 홀들이 하나는 (화이트 티에서) 210미터나 되고, 하나는 90미터 정도인 것은 뭐 재미를 위해 그랬거니 한다. 전반적으로 (화이트티에서는) 많이 짧다. 나같은 짤순이도 세컨샷으로 웨지를 잡은 홀들이 많았는데 덕택에 좋은 스코어를 냈더니 이 골프장이 달리 보였다. 이렇게까지 얘기하면 좀 과장이겠으나 그저 알고만 지내던 여성에게서 갑자기 매력을 느꼈달까 그런 날이었다. 한편, 작년보다 거의 두배의 그린피를 냈는데 코로나 시국에 어디나 다 가격을 올렸으니 이제는 화도 나지 않는다. 몇일전에 집에서 넷플릭스 영화를 보다가 입이 출출해서 배민앱을 열었더니 롯데시네마에서 팝콘을 배달해주는 것을 알고는 극장이 참 요새 어렵구나 했는데 골프장은 정반대로 호황이다.

이날은 오랜만에 같이 라운드하는 동반자가 있었는데 한두홀을 돌더니 내게 불쑥 뻐꾸기 골프의 박사장님 폼이 되셨네요? 어쩌다가 이렇게 망가지셨어요? ㅋㅋ 이런 심한 구찌를 날린다. 구찌였건 진심이었건간에 연습이나 레슨없이 필드에만 나가는 상황이 꽤나 오래되다보니까 점점 스윙이 망가져가는 것은 나도 느끼겠다. 그래도 공은 여전히 잘맞고, 스코어도 낮아지고 있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오랜만에 유튜브 골프예능이나 한번 몰아볼까 싶어졌다. 이제는 공중파에서도 연예인들이 나오는 골프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골프의 인기 덕택이겠지만 백돌이들이 나와서 장난치는 모습을 내가 왜 보고있어야하나 싶어서 거의 보지 않았다. 그나마 김구라의 뻐꾸기골프는 초창기부터 종종 보있는데 나름 공좀 친다는 사람들을 (실력으로든 말방구로든) 이기는 스토리가 재미있어서였다. 오히려 저런 프로를 보면서 골프를 시작하는 이들이 저래도 되는갑다, 재밌으면 되지 이럴까봐 걱정스럽다. 사실, 골프는 누구를 이기자고 하는 운동이 아닌데 그래도 은근 경쟁이 붙는다. 그리고 제가 보통 80대 초반은 칩니다 하는 사람들도 제대로 세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엄청 못치는 것처럼 보이는 박사장도 스코어로 보면 우리정도는 (혹은 더 잘침) 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넷이서 하는 라운드에서 최악은 나만 못치고 다른 셋은 재미있게 잘치는 날일 것이고, 평소 맘에 들지 않았던 이보다 더 좋은 스코어를 내는 날이 최고다.


여기까지가 이번에 플레이한 B/C 코스이고, 아래는 예전에 돌았던 A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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