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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샴발라

hm 2024. 9. 5. 05:51

몇년사이 새롭게 개장한 퍼블릭 골프장들 중에서도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었을까 궁금하게) 이상한 이름.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포천 부근에 라싸 골프클럽과 샴발라 cc가 (둘 다 이상함) 퍼블릭으로 개장했는데 나름 깊은 뜻을 품고 지은 이름이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냥 싸구려같다. 뭐, 관심을 끄는 것이 목적이라면 성공이겠다만 (회장님께서 몇일을 고심하고 지었다며 샴발라~ 했더니 직원들이 애써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하는 장면이 바로 떠오른다) 아무튼 좋은 골프장으로 연상되는 이름은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 탓인지 엄청났던 부킹난을 틈타 개장을 서둘렀을라나 채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손님을 받기 시작해서, 내가 가봤던 시절에는 가건물 클럽하우스에 주차장도 제대로 없었다. 코스콜렉터인 나로서는 한번은 다녀와야겠다 싶었고, 다녀온 이후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곳인데 혹서기라며 저렴한 그린피에다 (후배가 얘기하기를) 그사이 환골탈태한 모습이라길래 다시 가보기로 했다. 코스의 설계를 누가 했는지 홈페이지에서 밝히지 않는 이 18홀 골프장은 포천힐스포레스트힐 사이에 있으니 서울에서라면 많이 멀지 않은 입지다. 좋은 날씨라 즐거운 기분으로 차를 몰았는데 골프장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역시나 그러면 그렇지 좁은 주차장과 가건물은 그대로인데 그 앞으로 새로 클럽하우스를 지어놓기는 했다. 무슨 대회를 개최한다고도 플래카드를 걸어놓았던데 프로들 불러다가 하는 (설마...) 대회는 아닐 것이다.

개장 초기에 방문했던 당시에는 돈을 아꼈다기보다는 그냥 미완성이로구나 싶게 어수선한 분위기에 반바지 착용시 퇴장조치합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안내문을 바라보며 그나마 남아있던 기대감조차 버리고 시작했던 라운드였다 (지금은 반바지 가능). 으리으리한 클럽하우스는 그저 허세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지만 내 골프인생에서 샴발라처럼 첫인상부터 후져보이던 곳은 없었다. 코스에 대한 기억도 뚜렷하다. 다들 어렵다고, 아마추어에게는 끔찍하다고 하지만 설계 자체가 골프에 문외한인 사람이 했나 싶게 이상한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그린앞에 계곡이 있는 레이크 3번이나 페어웨이 중간에 커다란 호수가 자리잡은 마운틴 9번같은 경우는 파 5임에도 불구하고 티샷이 쪼루나서 죽었든, 좌우로 막창이 났든, 호수에 빠졌든간에 무조건 해저드티로 가라고 하는데 거기서 그린앞 150미터니까 (공 하나를 희생해서) 버디 찬스를 본다. 캐디마저도 샴발라는 해저드 맛집이라서 티샷이 죽으면 백돌이도 80대를 쳐요 (진짜로) 그랬다.

그런데 샴발라 다녀오고서 욕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아서 칭찬하기는 좀 조심스럽긴 한데 기대를 줄이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골프장이다. 이번에도 레이크 1번 홀부터 바라보니 아름다운 산세에 페어웨이의 잔디도 잘 자란 모습이었다. 거의 맨땅일 것으로 생각했다가 기대에 비해 괜찮아서 즐겁게 전진하는데 그린도 비교적 빨라서 의외였다. 티박스에 매트도 없었고, 빽티도 모두 열려있어서 짧은 거리가 아쉬운 분들을 고려하고 있다. 재미있게 친 홀들도 몇몇 있는데 페어웨이 우측에 빽빽한 숲이 인상적이었던 레이크 7번이나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양쪽 9번의 경치는 상당했다. 공을 좀 잃어버리게 생겼긴 해도 (나는 이런 식을 극혐하지만) 해저드티가 그린 가까이에 있으니 3학년 2반이나 4학년 1반은 어렵지 않다. 사실 나는 이날 버디 하나를 못했어도 공 하나로 7자를 그렸으니 거리가 짧아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레이크를 1 오버로 마치면서 은근 라베까지 기대했는데 살짝 더 어렵게 느껴진 후반의 마운틴 코스에서 타수를 잃었다. 아무튼 라운드가 끝나가면서 기분이 많이 좋아졌는데 다시 말하지만 경치 하나만큼은 대단하다. 홀마다 공 하나씩은 잃어버리던 (초행길인) 동반자들은 여기 회장님이 로스트볼을 팔아서 저 클럽하우스를 지은거 아니냐며 내내 불평. 내 생각에, 이 골프장은 앞으로도 아예 싼티나는 (그러나 코스만큼은 지금처럼 열심히 관리하시도록) 컨셉으로 가면 성공할 것이다. 위치가 나쁘지 않으니까 싸면 많이들 올 것이고, 이날도 단체로 보이는 팀들이 많아보였다. 그런데 괜히 명문소리 들어보겠다고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비싸지면 끝이라고 본다. 언제 다시 오게될런지 기약은 없으나 가을에도 지금 가격이라면 (잔디에서 연습하는 심정으로) 다시 오련다.



이 건물이 예전 클럽하우스

지금의 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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