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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부터 소키우는 냄새가 물씬 나는 이 골프장은 한우로 유명한 횡성에 있는 18홀이며, 원래 목장이었던 곳을 드래곤 엔지니어링에 설계를 의뢰한 곳이라고 한다. 별로 호평받는 골프장은 아닌 모양이지만 내가 굳이 멀리까지 가는 이유는 그저 안가본 곳이기 때문이었는데 그렇게나 코스 사냥을 다녔어도 아직 가볼 곳이 남아있으니 우리나라에도 골프장이 정말 많은 거다 (그럼에도 비용은 세계 최고). 강원도 횡성이라고는 해도 고속도로 덕택에 어디 양평쪽 골프장보다 시간은 비슷하거나 덜 걸린다. 몇일간 비가 많이 내렸고, 태풍소식도 있는 날이라 취소를 각오하고 갔는데 예보와 달리 화창했다 (한편 널럴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풀부킹으로 밀리는 라운드였다).
서글서글하고 일잘하는 남자 캐디와 함께 옥스 1번부터 시작하는데 살짝 좁아보여도 못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옥스 4번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캐디가 여기 초행길이시라면 제발, 무조건 제 말을 들으세요 신신당부를 여러번 한다. 저멀리 지평선같은 페어웨이가 살짝 보이는 4번부터 아주 정확한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아이언으로 짧게 티샷하는 것이 최선일 5번, 그리고 6번까지가 극한의 타겟골프를 보여준다. 이런 디자인에서는 정해진 자리로 공을 보내면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옥스필드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가야할 장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인데 황당하다기보다는 재미있다고 느꼈다. 약간 쉬워보이는 후반에서는 오히려 스코어가 나빠서 코스의 난이도와 점수는 별로 관계가 없구나 싶다. 호수를 넘어서 돌아가는 필드 8번과 9번이 시각적으로는 가장 드라마틱해서 즐거운 심정으로 라운드를 마쳤다. 기대에 비해 훨씬 좋은 코스였고, 캐디도 일을 잘했지만 누더기처럼 울퉁불퉁한 그린에서 점수가 깎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