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a (East), Otsu, Shiga

2026. 5. 10. 07:19·일본 골프장

세타 골프코스 (瀬田 ゴルフコース)는 세이부 프린스호텔 계열의 명문 54홀 골프장인데 LPGA 투어 미즈노 대회와 토토재팬 클래식 (같은 대회인데 2015년부터 스폰서가 바뀜) 등의 무대인 북코스는 캐디가 필수라고 해서 우리의 선택지는 동코스와 서코스로 남았다. 양쪽을 모두 돌아보면 좋겠지만 저렴한 골프장은 아니라서 이번에는 동코스로 정했는데 북과 동의 설계자로 이노우에 세이치 (井上慶一) 씨가 이름을 올리고있는 반면에 서코스에는 세이부건설이라고만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골프역사에서 단연 최고의 설계자로 꼽히는 이노우에 씨지만 대개 고급 회원제들을 만들었던 탓에 (우리나라에는 남서울 cc가 그의 작품이라고 되어있기는 하다) 나로서는 이번이 지난달 오하라 온주쿠에 이어 두번째 경험이 된다.

숙소에서는 거리가 좀 되었으나 고속도로를 나오면 바로 근방이어서 접근성은 좋은 편이다. 그런데 주말 오전에 인당 19,000엔 수준이니까 일본에서도 확실히 비싼 편이다. 그만큼 좋은 골프장이리라 기대를 했고,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니 우리를 빼면 다들 회원인 듯한 나이드신 분들이 자켓으로 제대로 차려입고들 들어오셔서 조용하고 고상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동코스 1번으로 시작하려니 티박스와 페어웨이의 잔디가 상한 부분이 좀 많이 보여서 몇일간 내린 폭우 탓이려니 생각하려고 해도 좀 심해보인다. 아무튼 티샷을 마치고 그린으로 가려니까 여기도 투그린 시스템에 고라이 잔디와 벤트그래스 그린으로 되어있었고, 다행히도 이날은 벤트 그린을 쓴다. 양측의 그린이 모두 일종의 포대그린이라서 좀 넉넉하게 거리를 보고 어프로치할 필요가 있다.

비싼 가격이 자꾸 떠올라서 여기 좋긴 한데 가성비는? 그런 생각으로 쳤는데 9번 홀에서는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벙커가 있어서 나름 인상적이었다. 후반에서는 매우 좁은 페어웨이에 왼쪽은 산, 오른쪽은 숲이었던 15번이 그나마 재미있었고, 화이트티에서의 전장이 짧은 편이어서 스코어 자체는 상당히 좋았다. 이노우에 씨의 작품을 이제 겨우 두번째 접하는 것이라 평가가 조심스러운데 아마도 수많은 후배 설계자들이 그의 스타일을 따라했을 것이라서 딱히 특이한 느낌은 없었다. 고급스럽고 좋은 코스에서, 공도 그럭저럭 잘맞았으나 이번에 우리가 치른 가격이라면 다른 골프장을 골라야겠다. 세상의 모든 구매행위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싸서 골랐는데 의외로 좋더라가 제일 기분좋은 일이고, 비싸도 (라스베가스 인근의 Wolf Creek처럼) 그럴만하네 싶은 골프장도 있다. 가장 실망하는 경우가 (샌디에고 인근의 The Grand도 그랬고) 좋긴 한데 이 가격에 굳이? 식인 곳이라서 아무튼 세타에서의 내 경험은 그저 그랬다. 잔디상태가 좋을 시기에 왔더라면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원래 골프장에서의 느낌은 이렇게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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