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and Del Mar, San Diego, CA

2026. 4. 30. 09:00·미국 골프장

큰맘먹고 삼백불이 넘는 그린피를 감당하기로 한 것은, 지금껏 Tom Fazio 설계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컸다. 그의 가족들이 만든 코스들, 사우스 스프링스, Trump National LA (이상 Jim Fazio), Crane's Landing (그의 삼촌인 George Fazio) 등을 가보았지만 정작 무슨무슨 100대 코스랭킹 등등에 가장 많은 작품이 실린, 현존하는 최고 디자이너의 작품으로는 여기가 처음인 것이다. 고급 리조트에 딸린 18홀이라서 숙박하는 조건으로 칠 수는 있는데 어찌어찌 인단 385불로 부킹에 성공했다. 캐디를 써야하는 코스라고 들어서 돈이 더 들어갈 거라고 예상했는데 일요일 오후에는 노캐디 플레이도 가능하다고 해서 우리는 몇푼이라도 아껴보겠다며 캐디없이 친다.

웅장한 Fairmont Grand 리조트의 정문을 지나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니 하이엔드의 상징인 백을 받아서 카트에 실어주는 서비스와 함께 발렛파킹도 제공된다. 프로샵에서 체크인을 했더니 물을 담아서 마시라고 텀블러도 하나씩 주었고, 드라이빙 레인지로 갔더니 (비록 PRACTICE라고 찍혀있긴 했어도) 테일러메이드 TP5 공들이 쌓여있어서 잔디타석에서 마음껏 쳐볼 수 있었다. 시간이 되어 1번 홀로 갔는데 티타임 간격이 15분이고, 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팀들은 포어캐디를 쓰는 모양이었다. 다만 진한 초록의 벤트그래스 페어웨이를 기대했는데 버뮤다라고 생각되는 잔디라서 와우 하는 느낌은 덜했다. The Grand는 샌디에고와 델마 지역의 사이에 언덕을 타고 돌아가는 코스라서 태평양이 지척에 있지만 바다가 보이는 경우는 별로 없었고, 우리에게 익숙한 산악지형 느낌이 났다. 페어웨이가 넓고, 도그렉이 종종 나오면서 그린들 앞에는 어마어마한 벙커들이 무시무시하면서도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었다. 대개는 좀 솟아있으면서 언듈레이션이 심했던 그린이 이 골프장에의 가장 어려웠던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물이 많은 코스는 아니라서 워터해저드는 마지막 17번과 18번에서만 나온다. 18번 홀은 오르막 티샷을 하고, 거기서부터 우측에 폭포와 그린 뒷편의 클럽하우스를 보면서 어프로치하니까 나름 근사한 풍광이었다. 그런데 치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 하이엔드 리조트에서 숙박을 해야만 열어주는 코스라서 우리처럼 비싼 가격을 치르고 굳이? 싶은 가성비였다. 200불 정도로 쳤다면 아마 만족스러웠겠으나 아마도 그들의 목표는 우리같은 외부인을 받아서 돈을 벌자는 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18홀에 백불 미만이라는 내 원칙은 2023년에 (인당 220불의) Waldorf Astoria에서 깨어버린 지 오래지만 작년에 Wolf Creek의 360불에 손을 덜덜 떨었던 기억도 있다. 이번 385불은 내 기억으로는 최고가 골프장인 셈인데 출국전에 주식계좌에서 파란색 종목들을 싸그리 (손절) 정리하고나니 후련해진 심정도 감히 이렇게 비싼 골프장을 부킹한 이유가 될 것이다. 막상 플레이를 마치고나니 좋긴 한데 인근의 Aviara나 Maderas에 비해 (가성비를 떠나서도) 더 훌륭한 골프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서 아마 다시 와볼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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