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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에 Conestoga 라운드가 예정되어 있어서 근처 어딘가에서 싸게 웜업을 하려고 했는데 막상 찾아보니 의도에 맞는 골프장이 없었다. 한나절 쉬는 것도 좋겠지만 언제 다시 와볼지도 모르겠는 네바다 지역이라 (Conestoga와 마찬가지로) 탑클래스 퍼블릭으로 칭송받는 Falcon Ridge 골프클럽을 193불씩에 부킹했다. 이제는 거의 자포자기인가, 이날 오전과 오후를 합하면 Wolf Creek도 가능할 금액인데 그래도 한번보다는 두번이 낫지 하며 자신을 설득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미국 골프장이 이렇게 비싸지 않았었고, 조금만 찾아보면 프로모션이나 핫딜이 나타나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다. 여기는 Kelby Hughes와 Crescent Hardy가 설계한 파 72 코스로, 두 설계자의 이름은 낯설지만 워낙 평이 좋은 골프장이다.
7시 후반대로 티타임을 잡았더니 새벽같이 일어나야할 것 같지만 네바다와 유타는 1시간 시차가 있어서 느긋하다. 대신에 사막의 시원한 바람을 받으며 시작했는데 금방 섭씨 30도까지 올라간다. 그래도 전반의 홀들은 생각보다 무시무시하지 않아서 즐겁게 플레이했는데 사막과 캐년은 저멀리에 보일 뿐이고, 양쪽에 집들이 늘어선 전형적인 미국 골프장 느낌이었다. 몇몇 홀들은 다른 골프장과 붙어있어서 그쪽을 내려다볼 수 있었고, 지도를 보니 아마도 Oasis 골프클럽인 모양인데 거기는 너무 비싸서 못간다. 아무튼 Falcon Ridge의 1번 홀부터는 (저멀리의 산세를 제외하면) 관리상태도 좋고, 페어웨이도 시원시원하게 넓어보이는, 전형적인 미국 골프장이었다. 벙커도 별로 없어서 평범하다 싶던 코스는 6번에 다다르자 거기서부터 갑자기 엄청난 경치로 변하는데 주변으로 사막과 캐년이 눈에 들어오면서 초록의 페어웨이와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저멀리 거대한 산세도 엄청나지만 홀들 주변으로 크고 작은 캐년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실제로 만져볼 수도 있는데 바위인가 했더니 손대면 바스라지는 흙산이었다. 비가 오지 않아서 그대로 보존될 뿐이지 혹여 비가 내리면 몽땅 무너져버릴까 걱정될 정도로 그냥 흙이었다.
후반부는 한층 어려워지기까지 한다. 설계자가 의도한 위치로 공을 보내야만 되는 타겟골프라서 우리같은 초행길에는 gps나 야디지북이 없으면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런 지형에다가 바둑판처럼 네모반듯한 홀을 만들 수가 없을테니까 이해는 된다). 그린도 앞뒤로 길었다가 옆으로 넓었다가 게다가 굴곡도 많아서 어려웠다. 한가지, Falcon Ridge에서 특이했던 점은 페어웨이 잔디를 깎아놓은 모양이었는데 보통은 그린을 향해 러프와 구분되게 페어웨이를 깎겠지만 몇몇 홀들에서 폭이 넓었다가 또 옆의 홀쪽으로 잘라놓는 등 이게 의도한 것인지 실수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등등으로 티박스에서 내려다보면 뭔가 특이하다는 느낌이 생긴다. 그리고 막상 그 자리에 서면 그린을 공략하기는 생각보다 쉬웠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홀이 파 5인 12번이었는데 여기는 티박스에서 내려다보면 커다랗게 우측으로 돌아가는 도그렉이 내려다보이면서 숨이 멎을듯이 아름다왔다. 나는 페어웨이 끝을 겨냥해서 어렵사리 쓰리온을 했지만 더 뒷쪽의 티박스, 그러니까 페어웨이까지 40야드 정도 더 멀지만 높이가 또 40야드 정도 높은 곳에서 다시 티샷을 해보고 싶어졌다. 어차피 뒤에 따라오는 팀도 없어서 뒤로 돌아갔는데 보다 어마어마한 광경을 바라보며 친 드라이버샷이 이번에도 죽지 않고 페어웨이로 떨어졌을 때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번 골프여행을 준비하면서 생각외로 비싼 가격과 부킹의 어려움으로 차라리 다른 지역으로 갈걸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플레이를 해보면 그럴만도 하구나 수긍하게 되어버린다. Mesquite, St. George 지역에서의 탑 퍼블릭 코스들은 Wolf Creek과 Conestoga라고들 하지만 Falcon Ridge 등도 못지 않은 경치에 조금 저렴하기까지 해서 나는 100% 만족이었다. 다만 더운 것도 추운 것도 아니면서 뭔가 익숙해지기 힘든 사막의 봄날씨에는 적응이 힘들어서 고생했다. 사전에 일기예보만을 보고 반팔과 반바지로만 잔뜩 싸왔지만 섭씨 20도 정도에서 살에 닿는 건조한 바람은 때로는 아프기까지 했다. 그나마 숙소에서 가까운 골프장들로만 잡았기에 오전 18홀을 끝내고 간단하게 씻을 수가 있어서 망정이지 연속으로 36홀씩 쳤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음식도 맨날 타코나 햄버거만 먹을 수는 없으니 다음에는 컵라면이라도 좀 싸와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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