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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유타주 St. George 지역에도 저렴한 시립 골프장들이 존재한다. 시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이 4군데, 총 72홀인데 문제는 (특히 주말에는) 외부인이 부킹하기가 거의 우리나라 수준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주민들 부킹이 몇주전에 열리고, 우리같은 방문객들은 일주일 전에나 가능한데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거의 풀부킹이다. 그래도 오후 늦게 9홀 정도는 당일 임박해서 잡으면 가능했고, 내 생각으로는 18홀 골프장에서 반만 치는 거는 좀 아쉽다고 생각해서 아예 9홀 코스인 Dixie Red Hills의 오후 4시 티타임을 인당 25불(인줄 알았는데 카트비 10불씩 추가되어 35불)에 잡았다. Ernie Schneider 설계로 1965년에 개장한 골프장이며, 시가지 한가운데 있지만 문명과 멀리 떨어진 사막에 자리잡은 입지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구도로의 주유소가 있던 자리가 지금의 클럽하우스라고 하니 오래전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떠올랐다 (물론 여기는 그렇게까지 황량한 동네는 아니다).

시립 골프장이지만 경치는 앞서 플레이한 SunRiver 이상으로 훌륭했다. 사막에 초록의 잔디, 저멀리로는 붉은 캐년이 보이는 경치는 아마 내 골프인생에서 처음이자 앞으로도 몇번 없을 경험이었다. 게다가 페어웨이부터 그린까지 잔디의 상태도 완벽해서 St. George 시가 일은 제대로 하나보다 했다. 초반의 홀들은 캐년의 벽을 따라 조성되어 있지만 반대쪽으로 나무를 많이 심어놓아서 사막같은 느낌은 별로 없다. 바위산을 돌아가며 페어웨이가 만들어져 있어서 산악지형 코스같기도 했다. 그러다가 파 3인 6번에 서면 그린 뒷편의 클럽하우스와 함께 배경이 되는 아름다운 바위산이 근사하다. 이어지는 7번은 반대로 클럽하우스 밑에 있는 티박스에서 타운을 내려다보며 치는 파 4 홀인데 짧은 전장에 비해 더블 도그렉이라 세번에 잘라서 갔지만 이쪽 동네에서는 스코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그래서 꽤나 어려웠던) 디자인일 뿐 그저 경치와 분위기에 취해서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

그런데 4월의 네바다, 유타는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임에도 일교차가 매우 큰 사막이라서 오전과 저녁에는 상당히 춥다. 기온이 섭씨 십몇도라도 건조해서 입이 마르고 바람도 강했다. 이쪽 지역에 언제 다시 골프치러 와볼런지는 모르겠으나 (여름의 오후는 살인적으로 덥다고 한다) 이번에는 반팔과 반바지만 잔뜩 넣어가지고 왔더니 그대로 다시 가져가게 생겼다. 땀이 날 날씨가 아님에도 건조하니까 옷이 살결에 스쳐서 따갑고 힘들었다. 십수년을 해외로 골프치러 다녔어도 아직은 준비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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