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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양산에 골프장들이 많지만 (외지인들 입장에서는) 부킹이 어려워서 결국 코로나 이전에 한번 가봤던 다이아몬드 골프리조트를 다시 간다. 서울에 사는 입장에서 부산까지 가서 골프를 친다면 뭔가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 코스를 기대하겠지만 (인천에 살면 삼시세끼 생선만 먹느냐는 수준의 무식함) 여기는 Darrel Huxham이 설계한 산악지형 골프장이다. 이 분은 생소하다면 생소할 이름이긴 한데 주로 캐나다에서 활동하면서 나도 가본 적이 있는 미국 버몬트의 Jay Peak 리조트 등도 만들었으니 산과 계곡을 끼고도는 코스에는 나름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울산역으로 도착한 우리는 가는 길에 대충 아무데나 들러서 밀면으로 점심식사를 했고, 사우스케이프/노스케이프 코스로 나뉘어진 18홀에서 남쪽부터 시작했다. 기억에 비해 깔끔해진 클럽하우스라서 코로나 동안에 돈을 벌었나 싶었는데 아무튼 쉬운 편이라서 스코어가 좋았던 기억이다.
초반의 홀들은 시야에 그린까지 들어오는 디자인이라 부담이 덜하고, 페어웨이가 좁긴 해도 공이 떨어질 자리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었다. 거의 모든 홀이 매트에서 티샷을 하는데 매트의 방향이 페어웨이 중앙을 항하게 (의외로 티박스 매트가 비뚤어진 골프장들이 많다) 놓여있어서 그나마 괜찮았다. 티샷만 살면 어프로치 거리가 길게 남지 않아서 내게는 쉬운 골프장이다. 그린이 커다랗고 느려서 좀 불만인데 모처럼 생각대로 맞아주는 공 덕택에 시작부터 버디에 전반에만 세개의 버디를 포함해서 37타. 공이 옆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드라이버와 웨지, 그리고 퍼팅이다. 오랜만에 같이 치는 고** 선생은 한때 내가 꿈꾸는 스윙폼을 가진 골퍼인데 어느덧 내가 더 잘치고있다는 사실이 가슴벅차게 뿌듯하다. 대개의 티샷이 내리막이어서 경치가 좋았고, 지르고보는 식의 골프다. 전후반이 완전히 다른 코스인데 흐리던 날씨가 후반 서너홀만에 폭우로 변해서 결국 18홀을 마치지 못했다. 희미한 기억에도 노스케이프 6번의 경치가 엄청났었기에 많이 아쉬운 날이었다.
매트에서의 티샷과 느려터진 그린을 제외하면 만족스러워서 18홀을 마치지 못한 것이 아쉬운 골프장이다. 우천으로 중단했으니 그린피의 홀별정산이 당연하겠지만 여기는 카트비와 캐디피도 마친 홀의 숫자만큼만 지불했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수도권 골프장들 중에는 9홀을 넘어서면 18홀 비용을 다 받는 곳들도 있다). 열심히 뛰어다니고 싹싹한 캐디에게는 팁으로 얼마나 줘야할까 고민할 정도였다. 끝나고 양산 시내에서 오랜만에 예전 후배들을 만나 즐겁게 저녁도 먹었다. 실은, 최근에 주변에서 우환이 많다보니 바득바득 살 필요가 뭐가 있겠나 즐겁게 살아야지 그런 생각이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배터지게 먹고, 놀고 싶으면 나가서 노는 식은 아니지 싶은데 좀 나 자신을 관리하며 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