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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중원

hm 2024. 9. 27. 20:49

충주 지역의 골프장들 중에서는 서울에서 가장 멀기 때문에 방문의 기회가 적었던 (그러나 덕분에 가격이 착한) 중원골프클럽은 코로나 시국에 몇차례 가보았었는데 다시 저렴한 곳을 찾다가 다시 가본다. 여기가 어디냐하면, 충주호반에 오래전부터 코타리조트라고 있었던 부근인데 이 콘도는 중원 cc가 문을 연 2005년 이전부터 망해서 거의 20년째 방치된 상태로 있다. 고구려/백제/신라 코스의 (예전에는 윗코스/중간코스/아랫코스라고도 불렀다고) 27홀 골프장인데 신라 코스가 파 37이고, 고구려가 파 35란다. 백제/신라의 순서로 도는 것이 베스트라고 하는데 이러면 파 73 코스가 되고, 오늘처럼 신라/고구려로 해야 파 72 골프장이다. 지금의 주인이 지방행정공제회인가 그렇다니까 이런 공제회도 있구나 이번에 처음 알았고, 처음에 설계를 누가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고구려 코스가 파 35가 된 것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사고의 위험 때문에 계곡을 넘기는 파 4 홀을 페어웨이 중앙에서 티샷하는 파 3로 바꾸는 등 이렇게 저렇게 고치다보니까 그리된 거라고 하니 훌륭한 코스를 기대하고 가는 곳은 분명 아닐 것이다. 코로나 시절에는 온나라의 골프장들이 미친 수준으로 비싸게 받았었고, 거리두기 어쩌고 하면서 4인이 치지 못하거나 6시까지만 쳐야 했다거나, 끝나고 샤워를 못하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그런 적이 있었나 싶은 추억이 되었다. 아무튼 당시에도 중원은 그냥 싸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라운드전 식사가 포함이거나 골프공을 주기도 했었으니 코스가 어떻든 모든 것이 용서될 수준이었다.

충주 시내나 충주호와는 동떨어진 지역이지만 험한 산세를 돌아들어가는 진입로는 아주 근사했다. 그리고 감곡 ic에서 빠져서 올데이 cc 입구를 지나니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아니었다. 얼마전부터 내 고질병인 허리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는데 몇일 아프다가도 약먹고 쉬면 나아지곤 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더니 올해는 (하도 골프를 쉬지 않아서 그런지) 갈수록 더해진다. 라운드 시작하기 전에 약을 털어넣고 치는데 가끔 허리가 끊어질듯이 놀라는 일이 생기고, 한편 조심해서 스윙하니까 공이 더 잘맞는다. 백스윙에서 골반을 회전했다가 몸은 고정하고 팔로만 치는 식인데 차라리 이게 정타를 맞추기에는 더 낫다. 아무튼 약빨로 시작하는 라운드인데 생각보다 관리상태나 경치가 좋은 코스지만 디자인은 좀 심심했다. 몇몇 홀은 투그린 시스템인데 좌우 그린이 아니라 앞뒤로 만들어놓아서 어느쪽이냐에 따라 공략과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자주 오더라도 늘 새로울 수는 있겠다. 오르막 내리막에, 좌우 한쪽은 해저드인 식이지만 비교적 넓고 짧아서 티샷만 똑바로 보내면 어려운 골프장은 아니었다. 산세가 워낙 좋은 지역이라 경치가 열일하는 골프장이지 홀들은 쉬운 편이었다. 그나마 재미있다고 느낀 홀들을 꼽자면 전반의 신라 코스에 있는 세개의 파 5 홀들을 들 수 있겠다. 경치로는 고구려 5번이 시그너처라고 하는데 골프장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 이유로 달라질 수 있겠으나 이정도 수준으로 이 가격이면 현 시점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성비라고 단언할 수 있다. 특히 지난 주에 (코스는 여기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었던) 세현 cc에서 두배가 넘는 가격을 지불한 입장에서는 30분쯤 더 운전해서 충주까지 내려오는 것이 훨씬 낫다. 이날 나는 버디를 하나도 못하고도 70대 타수를 기록했는데 잘쳐서가 아니라 공이 죽더라도 웬만하면 보기로 마무리할 정도로 그린에 가까왔던 특설티 덕택이었다.

이날, 오랜만에 같이 운동한 지인은 거의 십년만에 채를 잡아본다는데 내가 쌩초보였던 시절에 그는 스윙도 좋고 꽤 잘쳤던 기억이다 (내가 워낙 몸치라 웬만큼만 치면 다 멋져보이던 시절이긴 했다). 한동안 흥미를 잃어 골프를 멀리했었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면서 바빠서라거나 돈이 많이 들어서라는 대답이 나오겠거니 했는데 해도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서라고 하니 의외였다. 사실 나도 그렇고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의 골프가 있을텐데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운동이라 나는 그래서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런 이유로 골프를 접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었다. 최근에 해외 주재원으로 일년간 나가는 후배에게 다들 내년에는 싱글이 되어서 오겠네 덕담을 해주었지만 실은 죽어라고 친다고 엄청나게 실력이 느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가 좀 다듬어지고, 갈수록 미스샷에도 분노하지 않게 될 뿐이라는 정도. 아무튼 십년만인데 그럭저럭 공이 맞네요 허허 그러는 지인의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그 사이에도 (혹은 라운드가 잡혔으니 요 몇주전부터라도) 공을 치긴 쳤을텐데 저렇게 허세를 부리는구나 하며 속으로 웃었다.


여기까지가 백제/신라, 아래부터는 고구려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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