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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은화삼

hm 2020. 6. 9. 20:19

용인 시내를 통과해야하긴 해도 서울에서는 아주 가까운 편인 (그러나 어쩐 일인지 기회가 잘 닿지 않았던) 은화삼 cc를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Arnold Palmer의 설계로 1993년에 개장했고, 요새는 그리 부킹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그 시절에 만들어진 골프장들은 나중에 어떻게든 9홀 정도를 증설해서 빡빡하고 재미없게 변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는 오리지날 18홀 그대로다. 대신에 클럽하우스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해서 첫 인상은 그리 구식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럭저럭 먹을만한 클럽하우스 점심을 먹고 나서면 첫 홀부터 산자락을 끼고 비스듬하게 서서 저어기 산 아래의 그린을 공략해야 하니 이게 정말로 아놀드 파머나 그의 회사에서 디자인했을까? 그런 의문이 생긴다. 여기, 분명히 전에 와봤다! 같은 장소는 아닐지 몰라도... 남양주 해비치에서, 아난티 서울에서, 그리고 수많은 경춘권의 골프장에서 겪어본 바로 그 느낌이다.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고, 티박스에서 보면 어디로 쳐야 죽지 않을까만 고민하게 해서 (요새는 우리나라에 하도 이런 식의 코스가 많아져서 충격이 좀 덜하지만) 개장 당시에는 말들이 꽤 많았지 싶다. 거기에다가 나무마저도 빽빽하니 쉽지 않은 골프장인데 덕분에 풍광은 아주 좋았다. 그래서 이름마저도 은화삼 (蒑花森)인 모양이다.

그런데 티샷에서의 걱정과는 달리 막상 쳐놓고 보면 내리막이 심하고 화이트티에서의 거리가 짧은 편이라 숏아이언이나 웨지 세컨샷이 가능해진다. 오히려 그린은 무방비 상태로 공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물러터진 잔디에 공은 잘 멈춘다. 5월의 꽃밭도 아름다운데다가 스코어를 까먹지 않으니까 점점 재미있어지는 코스다. 적당한 거리로 티샷을 똑바로 보내놓고 그린을 겨냥하면 보기 내지 파는 어렵지 않다. 이날은 미국에 연수갔다가 연초에 귀국한 고○○ 선생과 함께였는데 그전에도 몇번 같이 쳐본 바로는 폼도 좋고 거리도 짱짱하던데 미국에서 거의 프로가 되어서 왔더라. 그래도 나도 이제는 멘탈이 좋아졌는지 동반자보다 티샷이 50 야드는 적게 나가도 별 느낌없이 쓰리온에 만족하며 쳤더니 최종 스코어는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은화삼 cc는 수많은 용인권 골프장 중에서도 독특하다. 교과목으로 따지자면 분명 국영수는 아닌데 그렇다고 해솔리아, 써닝포인트 같은, 수능에 안 나오니까 제끼는 과목도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국영수만 집중하거나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 분명 이런 골프장이 맞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불만은 여기가 회원제 맞나 싶게 느려터진 운영에서 나온다. 6월의 토요일 오전이니까 조금 밀리겠거니 해도 거의 매 홀마다 앞에는 한두 팀이 티샷을 기다리고 있다. 그 와중에 마샬이 졸졸 따라다니며 우리를 감시하는 건지 그냥 자기도 어쩔 수가 없으니 넋놓고 바라보고만 있는 건지 별 말은 없으나 계속 신경에 거슬린다. 나는 개인적으로 티박스에서 기다리게 되면 담배를 많이 피우는데 18홀이 끝나기도 전에 한 갑을 다 피워버리고야 말았으니 꽤나 밀리는 라운드였다. 붐비는 것만 아니라면 거리도 가깝고 경치도 좋고, 전반적으로 좋은 코스였으나 요즘 워낙 좋은 골프장들이 많은 세상이라 굳이 여기를 다시 찾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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