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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여기만큼 사연이 복잡했던 골프장은 없을 것이다. 전라북도 웅포의 강변에 베어리버 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으로 36홀 골프장이 들어선 것이 2006년쯤일텐데 당시 KPGA 회장까지 지냈던 김승학 프로가 제대로 어려운 코스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총전장 7,777야드인 베어코스가 (기획 당시의 이름은 베어리버 마스터코스) 회원제, 살짝 짧은 리버코스가 (원래 이름은 웅포코스) 대중제라고 했는데 특히 골프플랜이 설계에 참여한 베어코스는 양잔디에 긴 전장, 수많은 벙커로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KPGA 회장이긴 했지만 무일푼에 가까왔던 김승학 프로가 꿈을 이룬 배경에는 김대중 정권에서의 유착과 비리가 한 몫을 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그의 사기행각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엄청나게 나온다). 이후 부도와 이에 따른 회원권 분쟁으로 더 유명해진 골프장이 되었는데 김승학 대표는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그사이 이 비운의 골프장은 주인이 수차례 바뀌면서 한쪽 코스는 에메랄드 cc가 되었다가, 다른쪽 코스는 베어포트 cc라고도 불렸다가, 회원들이 주주가 되어 운영하던 시기도 거치고 하다가 지금은 클럽디 금강이 되었다.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 정리하자면, 현재 대중제 18홀로 운영되는 클럽디 금강코스가 예전의 (7,777야드) 베어코스이며, 기존 회원들이 떠맡아서 경영하는 (그러나 이쪽도 실제 운영은 클럽디에 위탁한다고 한다) 리버코스는 여전히 베어포트로 불리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대중제 18홀이었던) 베어포트 리버코스는 여전히 회원제지만 어차피 클럽디 금강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양쪽 모두 부킹이 가능하다.
우리는 1박2일 여행으로 왔고, 이날 운동하는 (자꾸 반복해서 언급하지만 나도 헷갈리니까...) 원래의 7,777야드 베어코스인 클럽디 금강코스가 만원정도 비싸다는 것을 알았다. 오다가 강경에서 젓갈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했고, 태풍이 지나간 직후에 한껏 초록이 절정인 페어웨이를 바라보며 라운드를 시작. 화이트티에서는 6,000미터가 살짝 넘지만 그래도 길었고, 많이 메꿨다고는 해도 벙커가 많아서 쓰리온 작전이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투온을 해내야하는 코스라고 보는데 나는 정말 오랜만에 백돌이 골프를 했다. 잘 쳤지만 스코어가 나빴던 것이 아니라 그냥 모든 샷을 형편없이 쳤다. 코스에 압도당해 멘탈이 나간 것인지 내 실력이 원래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핑계 같지만 전날 밤을 새다시피 했고, 오랜만에 무더위로 헉헉댄 날이어서 더욱 공을 못친 것 같다. 티박스에서부터 페어웨이 잔디는 상태가 좋았지만 그린은 좀 상해있었다. 그래도 티박스에서, 페어웨이에 서서 바라본 코스는 기대했던 이상으로 아름다와서 좀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왔다면 좋았겠다 싶었다. 저멀리 금강을 배경으로 그린과 뒷편의 소나무가 보이는 풍광은 처음부터 맘먹고 조경한 것인지 나중에 손본 것인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비경일 것이다. 딱히 근사했던 홀을 고르기보다는 18홀 모두가 독특하고 재미있었는데 넓은 부지에다가 훌륭한 설계자가 구상을 마음껏 펼친 덕이 아니겠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