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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블루헤런

hm 2020. 8. 28. 07:03

블루헤런은 행정구역상 여주군이지만 양평에 가깝게 윗쪽이라 예전에는 맘먹고 가야하는 곳이었다. 제2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가장 혜택을 입은 골프장들중 하나가 되었는데 특히 동여주 ic는 오직 블루헤런만을 위해 존재하는 입지라 정말 금방 간다. 덕분에 옛날처럼 (막히는) 경강로를 달리며 맛집도 찾아다니고 하던 시절은 추억으로만 남았다.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라도 산악지형을 피할 수 없을텐데 설계자인 David Rainville이 능선 사이사이로 꽤나 아름답게 만들어놓았다. 나는 데이빗 레인빌이 디자인한 코스를 꽤나 많이 가봤었는데 그만의 특색이 느껴진다. 골퍼를 압도하는 웅장함은 덜한데 원래의 자연을 잘 살린다는 느낌이며,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스코어는 별로였다. 여기는 하이트진로가 주인이어서 KLPGA 메이저 대회를 매년 개최하는데 sbs 골프의 중계는 (보다보면 짜증이 나서) 자주 보지 않지만 아무튼 프로들도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캘리포니아에서 쳐본 Vineyard at EscondidoSan Juan Hills도 그렇게 (곧잘 친 느낌인데 버디나 파는 잘 나오지 않게) 느꼈고, 우리나라에서는 캐슬파인이 그의 작품이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으나 폭염에 미리 나가서 퍼팅이라도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키지 않는듯 카트로 나가보니 정말 덥다. 우리가 얼린 물이며 음료수를 싸오긴 했는데 혹시나 차가운 물이라도 서비스로 주려나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지난주에 일동레이크에서는 카트 뒷편에 아이스박스가 달려있어서 물은 서비스였고, 차가운 맥주가 가득 담겨있어서 (비록 우리는 마시지 않았지만) 돈만 내면 얼마든지 갈증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 약간은 아쉬운 서비스였다. 물론 주류회사가 주인이니 그늘집에서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를 사먹을 수 있겠지만 그런 거는 어디라도 된다. 블루헤런에 대한 기억은 별로 떠올려지지 않았으나 굳이 흠잡을 것도 달리 없다. 코스에서는 몇몇 홀을 제외하면 기억나는 것도 없었다. 덕분에 얼마나 어려운 코스인지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그럭저럭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쳤다. 블루헤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치는 티샷은 시각적으로 부담스러웠을 뿐 막상 페어웨이로 공을 보내면 어프로치에 부담은 덜했다. 사람마다 취향이 있겠지만 내가 가장 감동받은 홀은 티박스 아래에 갈대밭이 무성한 서코스 2번이다. 그린도 높낮이 차이가 엄청난데 요즘에 내가 고심하는 부분이 파 3 홀에서의 클럽 선택이다. 어떻게든 온그린에 급급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핀이 2단 그린의 윗쪽에 있을 때에도 나는 무조건 오르막 퍼팅을 남겨놔야한다는 생각으로 쳤는데 요즘 추세인 커다란 그린에서는 거의 20미터가 넘는 오르막은 분명히 클럽을 잘못 잡은 것이다. 그린을 넘어가면 낭패이긴 한데 곰곰히 돌이켜보면 길어서 망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문제는, 요즘에 레슨을 열심히 받으면서 아이언샷 비거리가 늘었다는 것인데 평균적으로 얼마씩 늘었으면 또 괜찮을텐데 가끔 이게 뭔일인가 싶게 20미터씩 더 날아가는 샷이 나와서 이것도 고민이다.

비슷하게 멋진 홀이 동코스 2번에서도 나온다. 여기도 갈대밭을 넘기는 파 3인데 그린 뒷편의 산자락이 정말 아름답다. 다른 홀들도 파 4는 길고, 파 5는 도전해볼만하게 생겼으니 언제부턴가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내 버디는 주로 파 5에서 나온다. 레귤라온이 인생의 목표같았던 시절이 불과 몇년전이니 이만하면 만족할만도 한데 언제나 부족함이 느껴지니까 그래서 골프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코스는 티박스에서부터 그린까지 관리상태가 좋았고, 푸른 하늘과 더불어 최고의 경치였다. 다만 8월 초순에 장마가 왔다간 이후로 한달이상 폭염과 비가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상황에 그나마 골프장 문닫으라고는 안해서 다행이지만 슬슬 올 가을에는 잔디상태가 어떨라나 걱정도 된다. 워낙 더우니까 평소 반바지를 허용하지 않던 골프장에서도 복장가지고 뭐라하는 경우가 없다. 나는 미국에 살던 당시에도 반바지를 입지 않았었는데 풀에 쓸리고 벌레에 물리는 것이 싫어서 그랬던 것이었고, 요즘같은 날씨에는 반바지를 입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날 그늘집에 앉아있으려니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반바지 입어도 되는가보지? 뭐 그런 얘기를 (나 들으라는 듯이) 한다. 그중 한 분이 하시는 말씀이 우리나라나 동남아에서나 저러지 미국에서 저러면 쫓겨납니다, 속삭인다. 굳이 반박할 기운도 이유도 없었지만 (약간 진지하게 얘기하자면) 미국에서나 영국에서나 여름철 아마추어의 기본 복장은 셔츠에 반바지이고, 긴 바지를 입어야하는 것은 프로에게나 적용되는 매너다. 프로 골퍼를 하류층으로 여기던 시절의 룰이었던 것으로, 지금도 USGA는 US 아마추어에서는 반바지를 허용하지만 US 오픈이나 PGA 투어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아무튼 나중에 은퇴하면 나는 어디 미국이나 동남아라도 가서 살았으면 하지만 굳이 한국에서 살아야한다면 여주에서 충주 사이의 어디쯤을 고를 것이다. 괜찮은 골프장이 널린 지역이라서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라면 돈과 동반자를 확보하는 문제가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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