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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프린세스

hm 2020. 9. 5. 07:58

충남 공주 (公州)에 있어서 "프린세스 (公主)"라고 이름이 붙었다는 이 골프장은 가운데를 천안논산 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있어서 그쪽 길을 지날 때마다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고속도로가 2002년에 개통했고, 골프장은 2007년 개장이니까 이미 있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코스를 만든 셈인데 후반인 밸리 코스로 가려면 10번을 치고나서 도로를 건너간 다음 17번까지 돌고는 다시 한참을 돌아와 18번을 치는 식이다. 아무튼 고속도로에 붙어있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천안까지의 교통체증만 피한다면 아주 가까운 편. 여기에 종종 가봤다는 지인은 프린세스를 도저히 골프장을 만들 수 없는 곳에다 우겨넣은 골프장이라고 했다. 나는 그래도 김명길 씨의 필트콘설탄트에서 설계한 18홀 퍼블릭이니 기본은 한다고 생각했고, 이날 함께 라운드하는 멤버가 6명이라 두 팀을 잡아야하는데 요즘 우리나라 (배부른) 골프장들이 3인 플레이에는 돈을 더 받기 때문에 가급적 싼 곳으로 고른 것이다. 도착해서 점심을 먹으면서 보니 퍼블릭스럽게 소박한 클럽하우스에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지만 내려다보는 코스만큼은 나쁘지 않아보였다.

오랜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잔디가 많이 웃자라거나 죽어있거나 그런 상태였다. 플레이하기에 지장은 없었으나 이쪽에 사는 동반자 말로는 날씨가 좋아도 비슷하다고 한다. 고속도로 동쪽이라 원래는 동코스라고 불렸던 파인 1번은 무난했고, 이후 홀들도 물을 넘어가거나 페어웨이가 좁은 부분은 있었어도 우리나라 어디에나 흔한 스타일이었다. 몇몇 홀에서는 페어웨이를 살짝 벗어나게 친 공이 어디로 굴러가버렸는지 모르게 사라져버리는 일도 있었는데 우리가 못친 것인지 설계가 그렇게 된 것인지 몰라도 좀 이상한 일이었다. 200미터 넘게 치시면 해저드에 빠져요 했던 파인 3번과 5번은 (나는 재미있었지만) 여기는 드라이버도 못잡게하네 툴툴거리는 동반자들도 있었다. 실은, 이 두 홀들이 전반에서는 가장 근사한 경치를 보여준다. 후반인 밸리 코스로 넘어가면 이름대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좁고, 블라인드에 해저드를 넘어가야하는 홀들이 계속 이어진다. 저멀리 계곡을 넘어 살짝 보이는 페어웨이를 공략한 다음에, 높게 솟아있는 그린으로 어프로치하는 12번이 우선 재미있었고, 내게는 십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하는 파 5 투온에 성공했던 17번도 기억에 남는다. 별로라고 하는 이들도 많은 프린세스지만 나는 재미있게 쳤고, 언제나 반가운 동반자들과 태풍 직후의 파란 하늘도 행복했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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