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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몇분만 더 가면 나오는 시그너스 cc는 충북 충주시가 주소지라 세금 혜택을 받아 좀 저렴하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모 섬유회사 회장님이 주인이라서 27홀의 코스는 이름이 코튼/라미/실크이며, 설계자는 임상하 씨다. 이런 사연보다도 내가 굳이 여기를 가보고싶어한 이유는 누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그 경치가 무지 아름다왔기 때문인데 조선잔디 골프장은 여름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좀 기다렸다. 착한 가격에 아름답고 편안하다고 하니 이런 곳을 지금까지 왜 들어본 적이 없을까 의아해진다. 그리고 작년인가 클럽하우스에 불이 나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던 골프장이다.
언제나처럼 여주 ic를 나와서 한* 설렁탕에서 만난다. 이 식당은 돈을 쓸어담을 것 같은 입지에다가 맛도 괜찮다. 식당 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만원어치 로스트볼도 샀으니 든든. 어둠이 걷히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코튼 코스로 시작해서 실크 코스로 간다. 시원스럽게 내리막인 코튼 1번 홀에서부터 기분좋은 산세를 바라보며 티샷을 한다. 원래 산세가 아름다운 것인지 좋은 시기에 온 덕택인지 바라보는 곳마다 다 절경이다. 코스도 블라인드 홀이나 도그렉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고, 길지도 짧지도 않아서 좋다. 무엇보다도 억지스러운 레이아웃이 아니라서 공도 잘 맞는다.
여담으로 옷 이야기: 얼마전 선물로 들어온 (요즘 tv에서 광고 엄청나게 때리는) W 모 브랜드의 셔츠와 바지를 입어보았다. 솔직히 몸매가 별로에다가 몇몇 홀을 돌고나면 전신이 땀으로 범벅인지라 대충 아무거나 입고 대신에 자주 갈아입자 주의인데 셔츠 하나에 수십만원 가격표가 붙은 이런 옷은 난생 처음 입어본다. 암튼 섬유를 만져만 봐도 고급진데다가 꽤 시원하고 편했는데 새 옷이라 그런 지도 모르는 것이 몇번 세탁하고 나면 역시 후줄근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수준의 골프의류는 얼마나 하나 싶어서 네이버의 골프 블로그를 읽어보면 옷이 좋다는 얘기를 하면서 "공짜로 얻어입지만 솔직한 후기입니다" 식으로 낯뜨거운 글들을 쓰던데 비싸고 나쁜 것이야 없을 것이고, 내 경험으로는 어쩌다가 미국에 가서 마샬이나 TJ Maxx에서 십불짜리 옷을 여러 벌 사서 입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물론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보면 늘씬하고 길쭉한 이들이 형형색색 신상을 걸치고 골프치는 모습이 아주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가끔 반바지에 쓰레빠 끌면서 클럽하우스에 입장하는 이들을 보면 좀 눈살이 찌푸려지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기에 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