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쩌다보니 올해들어 벌써 세번째 일본행인데 두번은 짧게 다녀와서 이번에서야 골프채를 챙겨가지고 왔다. 간사이 공항으로 들어와서는 오사카나 고베로 향하지 않고 와카야마 현에서 골프를 친다. 첫날 향한 곳은 (오사카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면 가격이 싸지겠다 싶어서 (그런데 일본은 워낙 골프장이 많아서인지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한시간 이상 떨어진 이나미 컨트리클럽 후지 (いなみカントリークラブフジ)를 부킹했는데, 27홀 플레이에 (1.5R이라고 하더라) 9천엔 미만으로 친다. 와카야마 현의 바닷가에 가토 슌스케 (加藤俊輔) 설계인 18홀 골프장이며, 8개의 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플레이한다고 했다.

오사카 부근은 이미 벚꽃이 져버린 봄날이었는데 아직 잔디에는 초록물이 덜 들었고, 때아닌 폭풍우가 밤새 몰아친 아침이라 추웠다. 보통은 숙소에서 복장을 차려입고 가서는 씻지 않고 되돌아오곤 했지만 이번에는 비를 맞을 것 같아서 라커를 빌렸고, 다행히도 추가금을 받지 않는다. 우리들 말고는 아무도 없는 아침인데 코스의 상태는 역시나 좋아보였다. 시작하는 1번부터 화이트티에서는 길지 않아서 짧은 어프로치 거리가 남는데 (여기는 원그린이다) 그린 자체도 컸지만 그린 주변의 벙커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그런데 웬만해서는 벙커에 들어가기 힘들게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비교적 쉽게 플레이된다. 전반은 숲이 우거진 산세 사이로 페어웨이가 분지처럼 들어서는 식이었고, 몇몇 홀에서는 그린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홀들이 다 근사했지만 산꼭대기로 올라가서 내려오는 16번부터가 이 골프장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평일이긴 했지만 우리 말고는 거의 팀이 없는 것 같아서 (중간에 점심을 먹을 때에도 내장객보다 직원이 많았을 정도) 그래도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인데 이 가격에 이렇게 한산해서야 어떻게 운영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한편으로, 매일같이 풀부킹인 우리나라 골프장은 대체 얼마나 돈을 버나 그런 생각도 했다.

이번에도 라쿠텐 고라 사이트에서 부킹했는데 우리나라 웹사이트처럼 본인인증 따위를 요구하지 않아서 편리했지만 이거 너무 믿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을 만큼 간단하게 골프장을 예약할 수 있다. 다만 동반자를 등록하라고 이메일이 몇번 왔었는데 생까고 있었더니 급기야는 이틀 전에 골프장에서 국제전화가 왔다. 그쪽에서는 일본어로, 나는 우리말로 대화하면서 내가 알아들은 말은 이나미 후지... 오네가이시마쓰 정도였고, 나는 알겠습니다 당장 동반자 등록하겠습니다 이렇게 서로 알아들으며 전화를 끊었다. 우스운 상황이었지만 아무튼 신선한 경험이었고, 동반자들도 그저 이름을 라쿠텐 사이트에서 영어나 한자로 적어넣으면 되는 식이었다. 전화 너머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친절함은 골프장에 도착해서부터 점심식사, 그리고 라운드를 마치고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아시아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Sennan, Osaka, Japan  (0) 2024.04.04
Kyoto Ohara, Kyoto, Japan  (0) 2024.04.01
Xu Yang, Hsinchu, Taiwan  (1) 2024.01.06
Yunghan, Taoyuan, Taiwan  (1) 2024.01.03
Lung Tan, Taoyuan, Taiwan  (2) 2023.12.3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