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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마지막 라운드이자 대만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우리가 잡은 골프장은 신주시에 있는 쉬양 골프코스 (旭陽高爾夫球場)였는데 영어로는 Sunshine Valley 골프클럽이라고 되어있다. 홈페이지의 설명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문가를 초청해서 (European, American, Japanese golf masters라고 정말로 이렇게 적힘) 코스를 디자인했다고만 적혀있지 그 전문가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래도 이번에 잡은 세개의 골프장은 여행사를 통하지 않았고, 현지에 사는 지인이 알아봐준 덕택에 대만에서 손꼽히는 코스들이라고 했다. 지인이 그린피 할인쿠폰까지 전달해줬는데 막상 가보니 연말 할인이라고 쿠폰가보다 더 저렴했고, 끝나고 계산하니까 쿠폰을 또 준다.
시작할 때에는 안개가 살짝 껴서 코스가 어떤지 잘 몰랐는데 치다보니까 산세를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는, 우리나라 골프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홀들이 좀 길게 세팅되어서 파 4 홀들에서도 투온이 쉽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티샷이 멀리는 아니어도 똑바로 가기 때문에 그럭저럭 보기는 한다. 곳곳에 해저드가 있기는 해도 그린 앞에는 벙커가 주로 배치되어있어서 샌드샷을 할지언정 공이 죽지는 않기 때문이다. 파 4에서는 보기를 연속으로 하다가 파 5와 파 3에서 버디를 간간히 할 수 있었기에 이런 식의 코스 운영도 괜찮다 싶었다. 공치는 중간에 대한항공에서 귀국편 비행기가 연착된다는 문자가 왔다. 일찍 공항에 가봐야 카운터도 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고, 9홀을 추가하려고 했는데 프론트와 스타터 부스에 물었을 때에는 풀부킹이라 안된다고 하더니 캐디에게 좀 알아봐달라고 했더니 바로 추가가 되었다. 오전에 안개로 고생했던 전반 9홀을 다시 돌았더니 비로소 이 골프장을 제대로 즐긴 기분이었다. 클럽하우스 식당에서는 점심으로 짬뽕이 유명하다고 해서 볶음밥과 함께 시켰는데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먹던 그 맛이었다.
11월에는 신주시에 숙소를 잡고, 호텔과 골프장만을 왕복해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타이페이 시내에 묵었기 때문에 저녁에 야시장이나 로컬 식당 등을 다녔다. 예전에도 잘 알려진 (남들 다 간다는) 곳들만 다녀봤기 때문에 대만에 대한 내 인상은 도대체 여기가 왜 핫한 여행지냐 의문이었는데 물론 싸고 맛있는 음식이 지천이고, 사람들이 친절하다 정도의 인상을 받았었다. 이번에도 짧은 일정이었지만 상인들이나 길에서 마주친 대만사람들의 친절은 일본인과도 좀 다르게 그냥 착한 사람들이구나 그런 생각으로 좀 감동했다. 특히 지나가는 이에게 길을 물었더니 말도 통하지 않으면서 가던 길을 돌아서 내 목적지를 물어물어 찾아주는 모습은 환경이나 학습으로 만들어진 친절이 아니라 이들이 원래부터 착해서 그렇구나 생각이 들게 했다. 똑같은 중국인인데, 생활이 여유로와서 그런 것도 아니게 보이던데, 아무튼 대만은 사람들 덕택에 다시 와보고싶은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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