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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마지막 주에 다시 대만으로 왔다. 12월에도 몇번은 국내에서 기회가 있을줄 생각했는데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어 다 취소. 몇명이서 겨울에 일본이나 동남아로 골프치러가자고 의기투합했는데 너무 비싸진 성수기 가격은 고사하고 여기저기 여행사에 문의해봐도 호텔도 차량도 잡기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진작에 예약했어야하나 낙담했다가 한달전 다녀온 대만은 어찌어찌 가능하다고 하여 다시 가기로 했다. 3일간 세번의 라운드가 생각보다 비쌌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하여 첫날 플레이하는 골프장은 롱탄골프클럽 (龍潭高爾夫球場)이 되었고, 아시아에 많은 골프장들을 만든 J. Michael Poellot 설계의 18홀 골프장이다. 골프장이 위치한 타오위안이라는 동네는 타이페이 국제공항이 있는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같은) 동네라서 아예 숙소를 이쪽으로 잡았으면 좋았겠으나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타이페이 시내에 위치한 호텔도, 골프장도 여행사가 아닌 지인의 도움으로 따로 예약한 거라서 아침에 시간맞춰 갈 수 있으려나 걱정했으나 막상 골프장에 도착하니 20도 정도의 선선한 날씨에 초록의 잔디를 보며 금새 행복해졌다 (그런데 동북아 날씨가 다 좋은 시기라서 한국에 있는 지인이 카톡으로 자기도 지금 골프치고있다고 보내왔다...ㅠㅠ). 첫 홀에서 따로 가져간 반팔 티셔츠로 갈아입었고, 오랜만이라 긴장했지만 티샷이 잘 맞았다. 화이트티에서 친다면 길지 않은 전장에 페어웨이의 폭도 넓어서 어렵지는 않은 골프장이었다. 중간에 커다란 호수를 따라 돌아가는 홀들이 근사했는데 특히 파 5인 4번에서는 세컨샷으로 호수를 충분히 넘길 수 있지만 페어웨이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벙커들이 공략을 방해한다. 장타자라면 도전해볼만한 짧은 파 4에서는 그린 앞으로 해저드와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서 상벌이 공정한 설계라고 본다. 다 좋았지만 그린은 약간 느렸는데 끝나고 9홀을 추가했음에도 저렴한 가격이어서 불만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실은, 어젯밤에 타이페이에 도착해서부터 등이 (담결린다고들 하지?) 뻐근하게 아파왔는데 종종 겪었던 일이라서 진통제, 소염제 가져온 약들을 털어먹으며 쳤다. 십여년전에 처음 골프치다가 이런 증상을 겪었을 때에는 갈비뼈가 부러졌나 병원에 가보고 주사도 맞아보고 부산을 떨었었는데 코어근육이 약해져서 그런다나 해서 한동안 플랭크도 해보고 스쿼트가 좋대서 해보고 그랬다. 몇일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나아지긴 하던데 골프를 쳐야하니까 약으로 해결한다. 언젠가 해외로 골프여행을 몇명이서 갔었을 때 동반자가 매일 36홀의 강행군이 힘들었는지 허리가 아파서 하루 쉬겠다고 하길래 그거 운동하다 아픈 거니까 약먹고 계속해야 나아진다고 했다가 지금까지도 만나면 그때 서운했다고,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거였냐 말이 나오는데 정말로 오랜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었다. 나는 평소에 골프 외에는 운동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 자주 아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형도 흉하게 변해가고 해서 따로 운동을 해야겠네 생각을 늘 하는데 점점 게을러지기도 해서 어렵더라. 아무튼 아직 몇일이 더 남았으니까 잘 버텨야겠다. 그리고 골프는 아플 때 쳐도 스코어가 비슷하거나 더 좋게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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