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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에서의 3일이 끝나서 오전 라운드 후에 공항으로 향하는 일정이다. 주변에 괜찮아보이는 골프장이 천지라서 이번에 못가서 아쉬운 곳들도 많았는데 고민하다가 오다와라조 컨트리클럽 (小田原城カントリー倶楽部)으로 결정했다. 바로 근방에 성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데 오다와라성은 골프장보다 더 최근에 지어진 듯 쌔삥이다) 일단 구글맵에서 찾아보다가 이 골프장의 6번 홀의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사진을 보면 무조건 클릭할 수 밖에 없는 경치였다. 일요일 오전임에도 하코네 골프장들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는데 점심을 포함하여 만오천엔 정도였으니 그저 행복했다. 설계자는 (주) 일본골프증권이라고 홈페이지에 적혀있는데 골프증권사가 있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일본경제가 상승하던 1973년 개장한 것으로 되어있으니 대충 만든 골프장은 아닐 것이다.
도로에서 표지판을 찾아서 진입로로 접어들면 경차 한대도 간신히 지나갈 것 같은 구불구불 산길이 10여분 이상 이어진다. 골퍼들 입장에서는 오전에 올라가는 차들만 있고, 오후에는 내려오는 차들만 있을테니 양방향 차가 만나서 난감한 일은 적을텐데 아무튼 초행길에 긴장하면서 올라갔다. 대체 어떻게 여기에다가 골프장을 지었을까 싶은 위치에 클럽하우스를 멋지게 만들어놓았는데 해발 고도로 치면 강원도 평창 수준이지만 여전히 더웠다. 카트를 타려다 보니 저멀리 바다를 배경으로 6번 홀이 보여서 그 경치만으로도 어렵게 찾아온 보람이 있다. 카트에는 아쿠아리스 이온음료도 4병 준비되어 있어서 더욱 기분좋게 출발한다. 초보자를 위한 코스는 아니었던 것이, 시작하는 1번부터 가파른 오르막에 페어웨이 중간에서 90도 꺾어지는 식이어서 앞의 팀이 공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 여기는 어떻게 쳐야하냐 떨렸다. 다행히 200미터를 못가는 내 드라이버샷은 좋은 위치로 가서 무난하게 파로 시작. 전반적으로 길지는 않지만 올라가고 내려가는 홀들이 연속되어 일단 티박스에서와 그린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끝내준다. 문제의 6번은 600 야드가 넘는데다가 올라가는 홀이라 그린에 도달해서야 뒤돌아보며 여기가 거기였구나 했지 힘들었다. 그래도 그린 너머로 보이는 태평양은 힘든 기억을 잊게해줄만큼 장관이었다.
중간의 식사시간에는 아지후라이를 시켰는데 전갱이가 많이 잡히는 지역이라서인지 맛집으로 등극. 일요일이라 밀릴 예상을 하고 티타임을 잡은 것인데 스무스하게 진행되어서 끝나고 샤워까지 하고 공항으로 가도 시간이 많이 남을 판이었다. 10번 홀로 가니까 (1번에서도 그렇긴 했는데) 골프장 직원인지 프로인지 싶은 아저씨가 티박스에서 공을 쳐야할 방향 등등 뭐라뭐라 설명을 해준다. 100미터 이상 아래로 쳐야하는 홀인데 바로 옆으로 18번 홀이 붙어있어서 안전을 위해 그러는 모양이었고, 10번 페어웨이 중간에는 포어캐디도 있어서 공이 어디로 갔는지 봐준다. 내 공은 잘 날아갔나 했다가 중간의 벙커에 빠졌던데 전장이 길지 않고 내리막이라 페어웨이에만 떨어졌으면 그린까지 굴러갔을 것이다. 후반의 홀들은 여전히 길이가 짧지만 산속 깊숙히 들어가는 느낌이라서 어렵게 플레이했다. 요즘 내 문제는, 어프로치가 정확하지 않아서 그린을 미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한동안 숏게임으로 먹고살았던 입장에서는 안타깝다. 아무튼 즐겁게, 예상밖으로 멋진 골프장을 플레이하고 샤워하러 들어갔더니 온천 지역이라선가 대욕장이 잘 꾸며져 있었다. 라커에 따로 돈받는 골프장도 많던데 오다와라조는 식사가 포함, 3인 할증도 없고 라커비도 안받는데다가 코스도 만족스러웠으니 하네다 공항까지의 막히는 도로에도 즐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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