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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나라시노 CC 퀸코스를 치고나서 숙소에서 좀 쉬다가 다시 오후 라운드를 하러 나섰다. 원래는 나리타공항 인근의 골프장을 예약했었는데 토요일이라 별로 싸지도 않으면서 평점이 별로라서 일단 취소 (일본은 보통 3일전까지 벌칙없이 취소 가능). 임박해서 어디 좋은 곳이 없나 찾아봤더니 후나바시 컨트리클럽 (船橋カントリークラブ)이 나왔다. 토미자와 세이조 (富澤誠造) 씨가 설계한 회원제 골프장이라 오후 1시의 스루플레이도 2만엔이 넘었지만 후진 코스에서도 만오천엔은 낸다고 생각하면 이쪽이 더 낫다. 후나바시가 개장하던 60년대 일본에서는 여기처럼 드넓은 부지에 숲을 조성해서 사이사이로 페어웨이를 만드는 식은 시도되지 않았다고 하며 (장소가 넓으면 27홀이나 36홀을 구상하는 편이었다고), 소위 하야시마 (林間, 숲사이) 코스라고 불리는 디자인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임간코스라 하면, 비교적 평평한 구릉지에 숲으로 홀들 사이를 구분하는 식이니 미국 등에서는 흔할텐데 일본이나 우리나라 지형에서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과연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처음에는 어디 시골에 폐교된 초등학교인가 싶었다) 클럽하우스에서 먼저 계산을 하고 나섰더니 뒷편의 골프장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차분한 분위기의 회원제 느낌으로, 관리상태가 좋아보이는 코스가 우리를 맞이한다. 연습그린에만 몇몇 골퍼들이 보였고, 우리 앞뒤의 팀들은 모두 캐디를 쓴다. 10번 홀부터 시작하자니 화이트티에서라면 거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디자인인데 그린 주변에 벙커가 많고, 포대처럼 솟은 투그린은 각각 작고 동그랗다. 벙커가 양쪽 그린에 평등하게 앞이나 뒤에 있거나 사이에 커다랗게 자리잡아서 어느쪽에 깃발이 꼽혀있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좌우 그린은 위치나 공략하는 각도나 완전히 달라서 여러번 온다면 그날그날 완전히 다른 느낌일 것이다. 본래 캐디를 동반해야하는 회원제라서 진행이 전반적으로 매끄럽고 빨랐다. 게다가 가격대가 좀 있어서인가 9홀을 마치고나니 앞뒤의 팀들이 모두 사라져버려서 스무스하게 플레이했다. 최상의 관리상태에 그린도 엄청나게 빨라서 아주 즐거웠는데 다만 엄청난 경치라기보다는 내내 편안하기만 했던 것은 좋기도 하고 (2만엔은 좀 비싸다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하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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