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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잉글랜드 컨트리클럽 (NECC)이라는, 이름만큼은 백년쯤 전에 개장한 회원제 같지만 의외로 1990년에 개장한 18홀 퍼블릭이며, 설계자는 Hale Irwin이다. 나로서는 헤일 어윈이 디자인한 코스로 여기가 첫번째 경험인데 이 분은 US 오픈을 세차례 우승했던 프로골퍼이고, 1974년에 첫번째로 우승했을 당시 Winged Foot의 대학살 (우승 스코어가 7 오버파)로도 유명하다. 내가 보스턴에 살던 십여년전에도 이런 골프장이 있는 줄을 몰랐을 정도로 인기가 없거나 홍보를 안하던 곳이며, 이번에는 오전의 Blissful Meadows에서의 라운드를 마치고서 근방에 어디를 갈까 검색하다가 가보기로 했다.

블라인드홀이 많은 산악지형이라서 (뉴잉글랜드 퍼블릭에서는 드물게) 카트에 GPS가 달려있었는데 이게 없으면 앞의 팀이 어디쯤 있는지 파악할 수가 없다. 레딧 등의 리뷰에서 이 골프장을 찾아보니까 플레이가 느리면 마샬이 쫓아와서 압박을 하고, 심한 경우 홀을 건너뛰게도 한다는 식으로 말이 많던데 설마? 했지만 막상 쳐보니 엄청나게 어려워서 밀리게도 생겼구나 싶었다. 거기다가 그린이 엄청나게 빠르고, 울퉁불퉁 복잡하기까지 해서 초보자는 멘붕을 겪을만도 했다. 실제로 앞조의 할아버지들이 너무 느리니까 우리 뒤의 팀들이 홀마다 기다리기를 반복하다가 8번 쯤에서 그냥 우리와 앞팀을 앞질러서 가버리기도 했다 (9번이 엄청나게 멋지기 때문에 건너뛰면 후회할 것이었다). 요즘 골프장에서는 보기 힘든 설계인데, 오래된 링크스 코스에서는 두개의 홀들이 커다란 그린을 공유하는 식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는데 여기도 5번과 7번이 하나의 그린을 같이 쓴다. 13번처럼 티박스에서는 보였지만 막상 세컨샷 지점으로 오면 보이지도 않는 그린으로 어프로치해야하는 홀도 (어렵기는 해도) 재미있게 쳤다. 18번 홀까지 마치고는 스코어고 뭐고 상관없이 너무 재미있었다 생각밖에 없었으니 언제 다시 와볼 기회를 (초행길이라 어려웠던 것인지 그냥 내가 못쳤는지 애매해서) 만들어야겠다.

보통 이렇게 골프만을 위해 외국에 오면 (아침에는 다들 저녁은 근사한 곳에서 먹고 술도 잔뜩 마십시다 했어도) 저녁에 대충 때우고 일찍 들어가서 곯아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한번쯤은 괜찮게 먹어봐야지 하는 일종의 의무감같은 것이 생겨서 유명한 씨푸드 식당으로 갔는데 양껏 먹고도 계산하려고 보니 서울의 식당보다 싸게 먹은 느낌이다. 미국에서도 물가가 비싼 지역을 꼽으면 늘 거론되는 보스턴 지역이지만 그동안 한국이 워낙 비싸져서인지 아니면 내 생활수준이 올라가서 이정도는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흡족하게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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