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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프장은 2014년과 2017년에 한번씩 갔었던 곳인데 처음에는 생각지도 않았다가 발견한 일종의 "hidden gem" 같은 곳이었다. 우리는 그날 오전에 Steele Canyon 골프장에서 27홀을 돌 생각이었다가 오후에 토너먼트가 있다고 18홀밖에 못 치게 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근처의 아무 골프장이라도 찾아가보자 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월요일 오후임을 감안하더라도 $30도 안하는 그린피 (+카트)에 놀랐었고, 멕시코 국경에서 가까운 Chula Vista라는 동네에 있어서 삭막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참을 올라간 산위에 있는 골프장이라 경치가 매우 좋았었다. Cary Bickler와 John Cook 설계로 2001년에 개장했다니까 부동산 버블이 한창일 시기에 주택가 산자락에 일종의 링크스 스타일을 만들어놓은 것도 신선했다. 넓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세컨샷이 어려워지는 페어웨이, 있을만한 곳마다 만들어놓은 벙커, 그리고 커다랗고 빠른 그린까지. 충분히 더 비싼 그린피를 받을만한 코스다 싶었지만 근처에 볼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샌디에고에서는 쉽게 떠올려지는 골프장은 아니다. 저멀리 계곡 밑으로 멕시코(로 생각되는) 경치가 내려다보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국경지대라 그런지 송전탑과 고압선이 계속 눈에 거슬렸던 것이 옥의 티였다.
이번 방문에서도 Golfnow 핫딜로 인당 $30에 잡았는데 조금 지나서 실수했구나 느낀 것이 예약없이 그냥 가도 그 가격이면 되는 곳이었고, 골프나우는 추가로 부킹피 (transaction fee)를 받는데 그게 네명이면 $15불 가까이 되니까 이게 싼 게 아니었다. 주변에 더 싸고 좋은 골프장도 있어서 취소를 하려고 했는데 핫딜 티타임은 또 환불이 안되는 시스템이니 앞으로는 웬만하면 골프나우는 제낄 생각이다. 프로샵에 직접 연락하거나 코스 홈페이지가 요즘에는 가장 저렴하다. 아무튼 돈 몇불이 아깝더라도 두번째 들른 Salt Creek은 역시나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겨울철 페어웨이지만 잔디는 빠르고 짧게 잘 깎여있었고, 커다란 그린의 앞에는 어김없이 벙커로 가로막혀서 장확한 어프로치를 시험한다. 산기슭이라 마치 우리나라 골프장처럼 페어웨이가 한쪽으로 흐르게 되어있어서 티샷이 어디로 떨어지는가도 스코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저멀리 하늘에는 국경지대를 정찰하듯이 독수리들이 날고 있었고, 러프에서는 여우나 토끼가 나타나기도 한다. 해가 기울어가는 시점에서 도달한 16번 홀 티박스에서의 경치는 한국이라면 구경도 못할 이국적인 절경이었다. 일종의 링크스 코스라서 공이 페어웨이에 떨어지면 한없이 굴러가고, 약간 벗어나더라도 찾기 어렵게 된다. 그린도 보기보다 훨씬 빨라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니 몇불 손해본 것이 내내 찜찜해서 그렇지 카트 포함해서 30불에 치기에는 미안한 골프장이다.
* 2020년 현재 이 골프장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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