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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골프치고는 귀국하는 일정이었는데 골프장은 2014년엔가 한번 가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던 Mt Woodson 골프장으로 잡았다. 캘리포니아라고 사막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사이사이로 야트막한 돌산들이 있는데 도대체 어떤 연유로 여기까지 사람들이 들어와 사는 걸까 싶은 동네에도 주택가가 있고, 당연히 골프장도 있다. 예전에 왔을 당시에는 오후 라운드로 Maderas를 잡고는 어디선가 오전시간을 때울 목적이었는데 주변에 골프장이 널려있는 동네지만 평이 좋고 비교적 저렴한 곳이 여기였다. 높은 산꼭대기까지 운전해와야하는 곳이라 다시 올 일이 있겠나 싶었던 곳이지만 어디 경춘권의 골프장에 온 느낌으로 계곡과 산을 돌아가는 어려운 코스여서 다시 도전하게 되었다. Schmidt-Curley 디자인에서 만들었으니 코스의 수준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파 70에 블루티도 5,800 야드로 길지는 않지만 공을 많이 잃어버릴 수 있다. 금요일에 28불 그린피로 예약했으니 거의 공짜로 치는 기분.
나는 Schmidt-Curley 코스의 팬인데 일반적으로 고수와 초보자를 모두 고려하는 식의 디자인을 우리나라 설계자들이 따라하는 것 같아서 익숙하기 때문이다. 여기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저차가 심하고, 언덕과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코스라서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골프장을 고르라면 진천의 크리스탈카운티를 꼽겠다. 시각적으로 매우 좁아보이는 페어웨이에다가 곳곳의 벙커, 커다랗고 언듈레이션이 심한 그린까지도 다분히 한국식이다. 잔디의 상태는 산악지형에 사막의 겨울이라서 양해를 구해야겠지만 썩 훌륭한 편은 아니었다. 누렇게 말라버린 부분이 많아서 일단 사진빨이 별로다. 여름에 와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는 코스인데 저멀리 배경으로 펼쳐지는 산악지형은 확실히 우리나라 산간이 백배는 더 멋지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캐디들에게 종종 듣는 얘기, 여기는 다른 골프장에 비해 5개 내지 10개는 더 타수가 나오는 곳입니다, 그러면 어떤 "다른" 골프장을 말하는 건가 궁금했는데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일단 공이 사라져서 벌타가 되면 좋은 스코어는 물건너가는 것이다. 몇일간 광활한 페어웨이에 평탄한 코스에 익숙해진 우리는 이날 여지없이 백돌이가 되었지만 일주일간 180홀을 도는 여정이 끝나는 곳이어서 다들 즐겁고 아쉽고 했을 것이다.
Mt Woodson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파 70인, 비교적 짧은 코스인데 파 5가 3개에 파 3 홀들이 5개다. 파 4 홀들도 400 야드가 넘는 것이 몇개 있었지만 대부분 짧아서 티샷만 좋은 위치로 가면 웨지를 잡는다. 그럼에도 스코어가 나쁜 것은 티샷이 종종 죽었기 때문인데 요행히 러프에 살아있는 공이라도 그린 주변에 벙커나 장애물이 많아서 정확한 어프로치가 필요했고, 그린에서도 숨어있는 브레이크가 많았다. 타겟골프라고 부르기는 좀 아니었던 것이 딱히 정해진 공략법이 있어보이지도 않았다. 우리는 이번에도 인당 60개씩의 로스트볼을 미리 호텔로 주문해서 썼는데 귀국길의 가방이 무거워서 어쩌나 걱정했었지만 결국 이 골프장에 많이 기증하고 떠난다. 나는 겨울에 접어들면서 다시 레슨을 받기로 했는데 엉망인 스윙으로 그럭저럭 공을 맞추던 것을 완전히 고치고 있다. 생각대로 잘만 맞으면 좋겠는데 일주일간 180홀을 돌면서 다시 망가진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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