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미국 코넥티컷 주의 아랫쪽이니까 뉴욕에서 비교적 가까운 Richter Park은 퍼블릭이지만 뉴잉글랜드의 골프장 순위에서 늘 상위권에 언급되는, Edward C. Ryder 설계의 골프장이다. 가격이 일오일 오전에 $80 정도로 비싸고, 뉴욕에서 가깝기 때문에 동네사람들보다는 아래에서 올라온 이들로 북적이는데 그래도 잘 관리되고 있는 라이그라스 페어웨이라고 하며, 실은 그린이 Poa Annua 잔디라고 해서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오전이지만 기온도 섭씨 15도 정도로 완벽하다.

첫 홀에서 동네 할아버지 둘과 조인한 우리는 친절하게도 (물론 동시에 귀찮게도) 18홀 내내 코스와 동네에 대한 설명을 들어가며 골프를 쳤다. 1970년에 처음 개장한 당시에는 골프다이제스트 미국 퍼블릭 100위 안에 들었고, 무지 어려운 코스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벙커도 많이 메꿔지고 나무도 베어내는 등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첫눈에 아름다운 경치여서 골프장을 잘 골랐구나 싶은데 홀마다 다 독특해서 매번 티박스에서 고민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170야드 파 3인 5번 홀은 양측의 호수와 그린 앞쪽의 커다란 벙커를 넘겨야하는데 스코어와 별개로 숨이 탁 멎을 경치다. 자타공인 Richter Park의 시그너처 홀은 길고 우측으로 꺾어지는 파 5인 12번인데 티샷을 아무리 잘 보내더라도 그린이 보이지 않으며, 그린의 우측에는 연못이 도사리고 있다 (Golfshot의 도움이 없다면 초행길에는 대체 어디로 쳐야하는지도 막막하다). 그린의 왼쪽으로 가더라도 조금만 길면 뒷편의 벙커로 빠지는데 일단 거기서 그린으로 공을 올려놓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볼을 멈출 수가 없어서 결국은 연못으로...ㅠㅠ). 그래도 깃대를 꼽고 주변을 둘러보면 그 풍광이 기가 막혀서 고생한 보람을 (또는 위로를) 느끼게 된다. 숲과 물이 전부인 코스이고, 티샷을 좀 (많이) 고민해서 쳐야하며, 그린은 대체로 작고 빠르다. TV 중계에서 프로들도 어려워하는 Poa 그린은 브레익이 좀 보기보다 많네 정도. 이 잔디의 장점은 색이 정말 진하고 예쁜 초록이라는 점인데 웬만큼 관리하지 않으면 얼룩이 지고, 오후에 접어들어 웃자라면 결이 이리저리 제멋대로라는 단점이 있다. 한편, 라이그라스 페어웨이는 뉴잉글랜드 골프장에 흔한 벤트그라스와 마찬가지로 초록색이 잘 유지되는 한지형 잔디인데 아이언 샷의 손맛은 좀 떨어졌다.

대충 저녁식사를 하고는 숙소가 있는 매사추세츠 주로 넘어가려면 좁고 차가 많이 다니는 국도를 한참 운전해야 했다. 골프장들이 주로 도심에서 떨어진 시골에 있으니까 아름다운 경치와 고급스런 뉴잉글랜드 시골마을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한국보다 약간 쌀쌀한 정도로 날씨가 좋았고, 몇년만에 다시 방문하는 그리운 보스턴이라 들뜬 기분이었다. 이제 여기서 몇일간 묵으면서 예전에 가보지 못했던 몇몇 골프장들을 경험할 예정이다. 하루쯤은 54홀 정도 쳐보고 싶은데 혼자가 아니라 이** 선생과 함께라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이다.

 

'미국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Gillette Ridge, Bloomfield, CT  (0) 2020.03.25
Wintonbury Hills, Bloomfield, CT  (0) 2020.03.24
Oxford Greens, Oxford, CT  (0) 2020.03.24
Blackstone National, Sutton, MA  (0) 2020.03.23
Ellinwood, Athol, MA  (0) 2020.03.2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