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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이긴 한데 2009년 10월에 여기서 이틀간 골프를 쳤었는데 당시에는 막 골프채를 잡아본 수준이었고, 공을 제대로 치지 못했던 것은 물론이고 이 운동이 재미있다는 생각도 해보진 못했던 시기다. 당시, 근방에 일이 있어 갔다가 숙소를 Omni La Costa 리조트로 잡았었는데 골프장 때문이 아니라 LA에서 샌디에고로 가는 중간쯤의 위치였고, 바로 근방에 아울렛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호텔에 묵으면서 보니까 무제한 골프가 포함된 플랜이었고, 당시에 나는 그린피가 얼마인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이 골프장이 얼마나 유명한지, 어려운지 쉬운지 감이 없었는데 마침 근방에 살고있던 이** 선생님이 와서 보고는 공짜인데 골프나 치자 그랬던 것이다. 골프채를 빌렸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오른손잡이용을 (참고로 나는 왼손잡이라서 지금은 왼손용 클럽을 쓴다) 빌렸던 것 같다. 쌩초보를 데리고 골프쳐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공을 클럽헤드에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는 수준인 이와 함께하면 정말 한심한 생각이 드실 것이다. 재미있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공이 사라져도 찾으러갈 생각도 못하고 멍때리고 있는 그런 수준이었던 나를 이** 선생님은 끝나고 드라이빙 레인지로 데려가서 스윙을 봐주고 그랬다. 코스에 대한 기억은 당연히 없지만 당시에는 북코스와 남코스가 있었고, 북코스는 폐쇄된 상태여서 남코스만 두번 돌았던 기억은 있다. 원래의 남코스는 이름이 Legends 코스가 되었고, 북코스는 Champions 코스다. 원래 Joseph Lee와 Dick Wilson이 설계했던 이 골프장은 몇년동안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되었고, Steve Pate,  Damian Pascuzzo, Jeff Brauer 등이 완전히 새로운 코스를 만들어서 2001년에 다시 개장했다고 한다. LPGA 기아클래식이 여기서 오랫동안 열렸었는데 지금은 인근의 Aviara 골프장에서 개최된다.

이번에도 인근에 회의하러 가는데 이틀의 여유가 생겨서 하루는 La Costa 리조트에서, 다른 하루는 파크하얏트 Aviara에서 숙박하는 것으로 잡았다. 보니까 주말의 18홀 라운드에 250불이라고 붙어있던데 이렇게나 비싼 곳이었구나 깨달음과 동시에 (무슨 페블비치도 아니고) 이정도 가격이면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치러오겠냐 했다. 덕택에 잘 관리된 코스에 골프치는 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번에 36홀을 모두 돌아볼 생각이었고, 작년에 샌디에고로 연수온 김** 선생을 불렀다. 이** 선생님이 내게 해준 것처럼은 안되겠지만 골프치는 즐거움을 좀 괜찮은 코스에서 느끼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전에 Legends 코스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두개의 코스를 다 돌아보려던 의도와 달리 Champions 코스는 이날 멤버온리로 운영한다고 하여 같은 코스를 두번 돌았다. 여기 골프장이 좀 희안한 것이, 리조트 투숙객이 아니라면 주차장에서 프로샵까지 꽤나 먼 거리를 걸어야하고, 심지어는 표지판도 제대로 없어서 초행길에는 꽤나 고생을 하게 생겼다.

이번처럼 리조트에 딸린 골프장을 패키지로 예약하는 경우, 전화로 티타임을 잡는 일도 스트레스다. 홈페이지에 티타임이 오픈되기 한참 전부터 리조트 투숙객들에게는 부킹이 열리는데 전화로 부킹했지만 이번에도 리조트에 체크인하면서 골프가 잡혀있는지 확인했더니 내 이름은 없다고 했다. 나같은 A형 성격은 이러다가 골프를 못치는 것이 아닐까 밤새 전전긍긍했고, 아침에 프로샵에서 확인하니 제대로 부킹이 되어있었긴 한데 뭔가 시스템이 엉망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널럴한 곳이니 굳이 부킹하지 않고 왔어도 괜찮았겠지만 아무튼 소심한 성격은 어쩔 수 없다. Legends 코스의 전반 홀들은 클럽하우스에서 시작하여 고급스런 주택가를 향해 올라가는 식인데 페어웨이 양측으로는 나무가 울창해서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코스의 형태다. 약간 울퉁불퉁한 지형이 잠깐 나오지만 다시 평탄한 홀들로 돌아온다. 근사한 경치에 길지 않아서 리조트 코스에 걸맞는 디자인이다 싶었다. 개울을 건너가는 파 3인 6번이 살짝 어렵게 보였어도 막상 공이 떨어질 지역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으며, 그나마 6번이 가장 고민스러웠던 숏홀이었고 이외에는 감탄할 구석은 없다. 후반으로 가면서 페어웨이가 살짝 좁아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하지만 러프에서도 공은 잘 빠져나왔다. 무엇보다도 조금 벗어나더라도 그린을 노리기에 큰 부담이 없어서 좋은 스코어를 냈다. 대체 십년전에는 이 코스가 그렇게나 어려웠었는지 웃음만 나올 뿐이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코스였지만 관리상태나 고급스런 분위기에 만족스런 라운드였다. 비싼 가격을 치르고야 올 일이 없겠으나 리조트에 묵는다면 고수나 초보나 다들 즐거워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18홀에 이십만원은 우리나라에서라면 평범한 가격일텐데 (물론 카트비니 캐디피니 하는 비용이 추가되지 않는 미국이지만) 워낙 가성비가 좋은 코스들이 널려있는 동네다. 그리고 이 돈이라면 훨씬 유명하고 훌륭한, 가령 트럼프 내셔널같은, 코스에서도 운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백을 내리고 차를 주차하면서부터 누군가가 (대개 멀쑥하게 생긴 백인 청년들) 나서서 해주고, 팁을 다 합치면 사오십불씩 주는 것에는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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