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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서 몇일간 골프를 치는데 내 신조인 "싸면서도 정규 18홀"은 안가본 골프장을 이제 찾기가 어려워졌다. 숙소를 Escondido 근방에 잡았으므로 예전에 가본 Eagle CrestVineyard at Escondido를 갈 수도 있었지만 늘 새로운 코스를 추구하다보니 여기를 가보기로 했는데 인당 카트포함 40불이 안되는데도 의외로 여기는 레이크하우스 리조트에 딸린 코스였다. 원래 이름이 Lake San Marcos 컨트리클럽이었다는데 리조트 코스이면서 한편 거대한 주택단지에 속하기도 하니까 나쁠 리가 없는데 이렇게 저렴한 가격은 좀 의외였다. 지도에서 보면 정말로 커다란 호숫가에 있지만 골프장에서는 집과 산밖에 보이지 않는다. St. Mark 골프클럽은 Harry Rainville이 설계한 파 71 코스로, 연습장에는 우리나라 여자프로로 보이는 이들 몇몇이 보였으나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리플레이가 무료인 (쉽게 말해서 무제한 골프) Underpar 바우처를 구입해서 왔지만 홈페이지에서 부킹해도 저렴했고, 리조트에서 묵으면서 공치고 먹고자고가 가능하니까 전지훈련을 오기에도 딱인 모양이다. 다만 시작하면서 보니까 겨울철이라 그런지 코스의 상태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나무는 앙상했고, 페어웨이 곳곳이 맨땅으로 보였다. 그래도 추운 겨울을 피해서 온 입장이니 따뜻한 날씨에 공을 칠 수만 있으면 행복한 거다. St. Mark는 총 전장이 6,398야드니까 긴 코스는 아닌데 인근의 Maderas에서 화이트티 길이가 이정도 나온다. 물론 우리는 여기서도 빽티를 쓴 것이 아니라 화이트티에서 쳤지만 파 4 홀에서도 투온이 어려운 것은 코스가 길거나 짧거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는 웬만하면 세컨샷을 아이언이나 웨지로 쳤던 것을 생각하면 좀 이상한데 어쩌면 국내 골프장의 거리 세팅에 일종의 속임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St. Mark의 홀들은 그저 똑바르게 생겨먹었기 때문에 400야드 홀은 그야말로 400야드를 쳐야한다. 인상적인 홀들을 굳이 꼽자면 12번부터 14번을 들 수 있는데 이전의 밋밋할 수 있는 홀들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골프를 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12번은 600야드가 넘는 롱홀이며, 완만하게 좌측으로 돌아가는 도그렉이다. 티샷이 조금이라도 짧거나 옆으로 가면 그때부터는 리커버리의 연속이라서 파를 잡기는 불가능할 홀이다. 14번 홀에 도달하면 여기가 지금까지 쳐온 그 골프장이 맞나 싶게 쌩뚱맞다. 높게 솟은 티박스에서 시원스러운 경치를 내려다보며 티샷을 하는데 페어웨이의 중간쯤에 커다란 호수가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드라이버를 잡으면 안되고, 180야드 정도로 잘라가면 되니까 그리 어려운 홀은 아니었고, 이정도의 경치는 그간 여기저기서 많이 봐왔긴 하지만 St. Mark에 가져다놓으니 단연 시그너처 홀이 된다.

즐겁게 하루를 보내긴 했는데 아무리 캘리포니아라고는 해도 1월에는 춥다. 게다가 해가 빨리 지니까 (오전 7시쯤 해가 떠서는 오후 5시면 깜깜하다) 하루 36홀을 치려면 부지런하게 동선을 짜서 움직여야하니 몸과 마음이 바쁘다. 혼자라면 (밀리지 않는 코스에서) 18홀을 3시간 이내에 돌지만 서너명의 팀이라면 아무리 빨라야 4시간이다. 웃기는 것이, 앞팀에 연신 샷을 푸덕거리는 초보자들이 있으면 에구 느려터지겠구나 푸념을 하지만 처음 몇 홀을 지나면 그들은 보이지도 않으니 우리나라 골퍼들의 플레이가 더 느린 것이다. 그러다보면 동반자의 플레이에 불만이 생긴다. 다들 골프를 나 못지않게 좋아하고, 평소에 잘 지내왔어도 조금만 서로 어긋나도 재미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아무튼 여럿이 함께 골프여행을 떠나려면 여행의 성격을 지옥훈련이냐 설렁설렁 놀러다니는 것이냐를 사전에 정해서 공유해야 할 것이다.

감자기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멋진 풍경의 14번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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