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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퍼블릭 골프장으로 늘 탑으로 꼽히는 Aviara지만 나는 최근까지도 The Crossings at Carlsbad 골프장 입구에 있는 호텔이 파크하얏트 아비아라 리조트인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보니 거기는 쉐라톤 칼스바드 리조트였고, 파크하얏트는 바다에 접해서 따로 있더라 (여기에는 포시즌 아비아라도 함께 있으니 엄청난 대단지다). 고급 휴양지인 Park Hyatt Aviara 리조트에 18홀 코스가 딸려있는데 몇년전부터 LPGA 기아클래식 대회가 열리는 곳이고, 올해에도 몇주뒤에 개최가 예정되어 있어서 준비가 한창이다. 캘리포니아 골프장 순위에서 늘 상위권인 이 코스는 (고) Arnold Palmer 설계인데 우리나라에는 은화삼 정도가 이분의 작품이지만 잭니클라우스나 다른 설계자들과는 다른 느낌의 코스를 만드는 분이었다. 그린피가 비싼 골프장이라서 제값을 치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호텔 투숙을 빌미로 비교적 저렴하게 친다. 이정도 유명세의 골프장이라면 그린피 삼십만원 정도는 지불할만도 하지만 나는 언제나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골퍼라서... 아무튼 이번에는 투숙객 패키지라서 따로 들어가는 돈은 거의 없었다.
티타임을 오전 일찍으로 잡았는데 토요일이니 살짝 붐비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풀부킹이다. 프로샵 입구에는 간단한 먹거리와 커피가 놓여있어서 아침을 혹 걸렀더라도 배부르게 라운드를 시작할 수 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환대와 서비스를 받으며 1번 홀로 가면서 생각하니까 이것도 일종의 사대주의일까? 싶게 백을 받아서 카트에 실어주는 등은 우리나라나 동남아 골프장에서는 당연하듯이 받는 서비스인데 미국에서 멀끔한 백인 청년들이 해주니까 황송하게 느껴진다. 거기에다가 스타터 할아버지는 코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쿠키와 음료수를 잔뜩 카트에 실어주는데 팁이라도 줘야하나 앞의 팀을 주시했으나 그들도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출발해버린다. 중간에 만난 마샬 아저씨도 즐겁게 치고있냐는 인사와 함께 찬 생수와 초콜릿 캔디를 한 줌 쥐어준다. 비싸게 받으면서 붕어빵 서비스로 생색내는 모 골프장 생각이 나서 웃겼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 역시 좋은 곳이구나 했다.
코스는 불만이 전혀 없게 만족스러웠다. 1번부터 페어웨이를 바라보면 마치 아시아나 cc의 고분군처럼 물결치게 만들어놓았는데 막상 가서 보면 그럭저럭 평평해서 잘쳤는데 안좋은 곳에 떨어지는 식은 아니다. 보통 샌디에고 인근에서 퍼블릭 순위를 매기면 여기랑 Maderas, Torrey Pines, Barona Creek 등등이 들어가는데 토리파인스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으나 Maderas와 Barona는 잔디의 상태가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Aviara의 관리상태는 흠잡을 곳이 없는데 사막임에도 최근 내린 비의 영향일지도 모르니 죄다 한번씩만 가본 입장에서는 공정한 비교가 아닐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느끼기로는 여기를 다른 골프장들과 싸잡아서 남가주 몇대 골프장 이딴 식으로 명명한다면 아비아라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싶었다. 앞에는 바다와 뒤에는 사막이 (그러나 실제 느낌은 우리나라 충북이나 춘천 근방의 골프장과 흡사하다), 코스 곳곳에는 물과 꽃이 자리잡았으니 눈이 즐거운 골프다. 아름답기로는 파 3 홀들이 최고인데 6번은 오르막이지만 다른 (3번과 11, 14번) 세개는 물을 넘기는 식인데 어렵다기보다는 보여지는 풍광에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고급스런 주택가와 리조트가 몇몇 홀에서 보였으나 페어웨이에서는 살짝 떨어져있어서 플레이에는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돈값을 한다 싶었는데 몇주 뒤에 기아클래식이 열리면 tv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기대된다.
나는 지금껏 수많은 나라에서 골프를 쳐봤지만 오직 골프만을 생각하고 방문한 나라는 손에 꼽는다. 그보다는 다른 일정으로 왔다가 잠깐 짬을 낸다든지 앞뒤로 하루이틀 정도 붙여서 골프칠 시간을 만든다. 그러다보니 평생에 한번? 이런 코스를 찾기보다는 동선과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마련인데 어차피 호텔은 씻고 잘 수만 있으면 오케이다 (물론 이번처럼 호텔에 골프장이 딸려있어서 투숙객에게 저렴한 패키지를 제공하는 경우라면 살짝 비싼 리조트도 좋다). 음식도 대충 먹는다. 특히 혼자라면 굳이 좋은 식당을 찾을 이유가 없고, 괜히 이상한 것을 먹었다가 탈이라도 나면 골프고 뭐고 괴로와지니까 익숙한 음식인 한식이나 햄버거 정도로 때운다. 짐과 골프백도 가볍고 최소화할 필요가 있지만 거기가 더울지 추울지, 비가 올지도 모르니까 얇은 옷과 겨울복장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옷이나 양말 등은 누구 보여줄 것도 아니니까 말려서 다시 입던지 저녁에 호텔에서 빨아 입는다. 카트를 타지 못하고 걷는 경우도 있으니 가벼운 스탠드백에다가 물이나 음료수 하나 정도를 넣으면 족하다. 골프장은 예전에는 Golfnow 등을 이용했으나 요새는 홈페이지에서 부킹하거나 아니면 직접 찾아가서 흥정하는 편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고, 어차피 혼자 치는 경우라면 (골프장이 열었는지만 사전에 전화로 확인하고) 무작정 가면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열몇시간의 비행이 필요한 해외에서의 회의나 학회를 꺼려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나도 역시 그렇지만 이렇게 뭔가 다른 꿍꿍이를 만들면 기꺼이 힘든 여행을 감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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