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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깊은 36홀 골프장인 Ponkapoag에서 #2 코스는 18홀이 유지되었었지만 (그러나 Donald Ross가 만들었던 시기에 #2 코스는 9홀짜리였고, 후반 9홀은 1955년에 William Mitchell이 설계해서 추가됨) Donald Ross 디자인의 원형을 간직해오던 #1 코스는 2003년에 홍수로 범람한 이후 9홀만 운영되어왔었다. 내가 보스턴에 살던 2012년까지도 이쪽 코스는 9홀만 열었었는데 오리지날 디자인에서 1, 2, 9, 10, 14, 15, 16, 17, 18번이 남아있었고, 코스의 나머지 부분은 (지나가면서 보면) 정글 내지는 황무지 수준이었다. 늪지 보호구역에 만든 코스라 개울을 건너갔다 돌아오는 식이어서 나름 어려웠던 기억이다. 이 코스에 관심을 가진 인물로 Brian Silva가 있었는데, 그는 Ponkapoag #1을 돌아보고서 다른 도날드 로스 코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splash" 벙커가 조성된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스플래쉬 벙커는 땅을 파서 모래로 채운 일반적인 모양과 달리 평지에다가 샌드트랩을 만드는 형태라는데 나는 이쪽 코스를 수없이 걸어봤어도 이상한 점을 느껴본 적이 없으나 코스 설계자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아무튼 2백만불의 자금이 투입되어 시행된 리노베이션이 마침내 2015년에 끝났다고 하여 나도 가볼 날만 손꼽던 중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리뷰를 찾아보면 여전히 골프코스라고 불러주기도 부끄럽다는 식이었다).

오전에 #2 코스를 돌고는 근처 던킨도넛에나 가볼까 했더니 클럽하우스에서 파는 치즈버거가 근사해보였다. 예전에는 이런 것도 없었던 기억인데 많이 발전했구나 싶어 하나 사먹고는 #1 코스로 간다. 티박스 주변에 몇몇 팀들이 있었으나 도무지 출발할 기색이 보이지 않으면서 혼자 백을 짊어지고 나타난 나를 신경도 쓰지 않는 상황이라 그냥 블루티에 티를 꽂고는 시작했다. 이쪽도 시작은 넓은 직사각형 페어웨이에 편안한 디자인이었고, 드디어 내가 경험하지 못한 홀들이 3번부터 시작된다. 점점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는 식이라 살짝 무서워질 지경인데 참고로 Ponkapoag은 (푼카폭이라고 발음한다) 인디언 말로 "praying town"이라고 한다.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깨달은 것이, 이 코스에는 오후에 후반 나인홀만 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차라리 후반부터 칠 것을, 아니나다를까 10번 화이트티박스에는 포썸 한 팀이 기다리고 있었고, 저멀리 그린에도 서너명이 보였다. 블루티에 백을 내려놓고는 포썸 할아버지들이 뒤를 돌아봐주기를, 그래서 먼저 가라고 해주기를 바라며 인기척을 나름 열심히 냈는데 결국 느려터진 팀들을 터벅터벅 따라가는 후반이 되었다. 바로 뒤에도 포썸 할머니들이 따라왔는데 13번 티박스에서야 할머니들이 앞의 포썸에게 얘 좀 먼저 보내주라고 얘기해서 간신히 앞지를 수가 있었다. 젖은 페어웨이라 내 티샷이 200미터정도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고, 전장이 비교적 짧다고 블루티에서 치는 것은 무리라는 것도 알았다. 화이트티가 레귤라티인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티샷을 잘쳤는데도 세컨샷이 180미터가 남는다면 거기는 내게 맞는 코스가 아니다.

이렇게 (관리상태가) 후진 골프장에도 티박스와 그린만큼은 그럭저럭 잔디가 자라있었다. 미국 골프장에서 만약에, 파쓰리에 한정하더라도 매트 위에서 티샷을 하라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스크린 비용보다도 적은 십몇불을 받더라도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골퍼들은 불행하다. 낸 돈의 가치만큼 대접을 받지 못한다. 후진 골프장에서라도 골프백을 짊어지고 터벅터벅 걷노라면 페어웨이의 잔디는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작아서 공을 올리기 힘든 그린이지만 일단 올라가면 투펏 이내로 마무리되니까 진행도 빠를 수밖에 없다. 여기는 좀 색다르구나 싶었던 홀들은 예전에 쳐보지 못했던 전반의 3번에서 8번까지, 그리고 역시 남다른 감각을 느끼게 되는 홀들은 개울을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마지막 세 홀들이다. 비온 뒤라 코스가 온통 젖어있어서 발에 물집이 잡히고 난리가 아닌데 비가 많은 지역에 오래된 코스들은 배수가 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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