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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튼은 보스턴과 바로 접해있는 위성도시들 중에서는 꽤 큰 도시이긴 한데 전반적으로 부촌이라 한국사람들도 많이들 산다. 유명한 사립대학인 보스턴 칼리지가 있고, 그 옆으로는 시립 골프장이 하나 있는데 입지와 유명세에 비하면 별로 붐비는 곳은 아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이 어떻게 망가져가는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Donald Ross의 실패작이 아닐까 (내가 보스턴에 살던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도 역사와 전통으로 치면 어디 빠지는 곳이 없는 골프장으로, 1897년에 Allston 골프클럽이라는 이름으로 9홀 회원제 코스가 만들어진 것인데 Francis Ouimet이 1912년에 처음으로 더컨트리클럽컵 대회에서 우승한 장소가 바로 여기이며 (당시 대회의 정식 명칭은 Allston 오픈 챔피언십이었고, 위멧은 내친김에 이듬해인 1913년 US 오픈까지 우승해버림), 1920년에 Donald Ross가 코스를 18홀로 확장한 이후 20세기 중반까지는 전설적인 (돈내기) 매치플레이의 장소로 종종 이용되었다. Donald Ross는 죽을 때까지 이 골프장 근방에 살았고, 여기서 주로 골프를 쳤으며, 바로 옆에 있는 공동묘지에 묻혔다. 1940년에는 베이브루스와 타이콥이 세기의 (야구가 아니라 골프) 대결을 펼쳤는데 그 장소가 여기였고, 내기 골프를 좋아하던 빙크로스비와 Sam Snead가 주로 맞서던 곳도 Newton Commonwealth 골프장이다. 개장후 80년간 회원제로 유지되던 이 유명한 곳도 주변에 골프장이 많이 생기면서 차츰 명성을 잃어가다가 1981년에 뉴튼 시에서 인수해서 퍼블릭이 되어버렸다.
전형적인 Donald Ross 코스이고, 몇년전 Sterling 매니지먼트가 참여하면서부터는 관리에도 열심인데 문제는 너무 좁은 언덕에다가 18홀을 더덕더덕 구겨넣었다는 점이다. 옆으로는 주택가와 보스턴 칼리지가 있어서 부지를 더 넓히기 어려웠을 것이지만 널럴하게 운영하는, 그리고 캐디가 따라다니던 회원제 시절에는 아마 괜찮았을런지도 모른다. 퍼블릭 골프장이 되고서는 언제 옆의 홀에서 공이 날아올지 몰라 한순간도 주의를 게을리하지 못하는 그런 코스가 되었다. 게다가 거의 모든 홀의 페어웨이가 비스듬하게 경사졌기 때문에 반대로 내 공이 옆 홀의 다른 사람을 맞추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오래되고 좁은 골프장이라 그렇겠지만 블루티에서도 5,300 야드 정도인 파 70 코스다. 파 4 홀이 기껏 230 야드 정도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원온을 욕심내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 조심스러웠다. 거리는 짧지만 물론 언덕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그리고 카트를 타는 경우는 거의 없는 코스이기 때문에) 꽤나 힘들다. 하도 소문이 안좋게 난 덕택에 (보스턴 시내나 우리 집에서도 아주 가깝고) 주중이라면 언제라도 가면 널럴하게 칠 수 있어서 나같은 초보자가 혼자 가서 연습하기에는 좋은 측면도 있다. 그래도 겨울에 갔다가 언덕에서 구르는 바람에 어깨를 다쳐서 한동안 골프를 쉬었던 기억도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비추 골프장이었다.
그래도 이번 보스턴 방문의 목적이 추억을 곱씹는 것이니만큼 여기도 다시 가보게 되었다. 주차하고 트렁크에서 골프백을 꺼내면서 보니까 역시 코스가 텅텅 비었다. 첫 홀에서 언제나처럼 화이트티에 백을 세우고 보니까 여기는 블루티에서도 5,400야드 남짓한 파 70 골프장. 코스를 제대로 느끼려면 뒤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블루티로 이동했는데 거기서도 파 4인 첫 홀의 전장이 270야드니까 거리가 중요한 코스는 분명 아니다. 왕년에 프로들은 이런 코스에서 시합했겠구나, 드라이버는 잡을 일이 없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2번 홀은 530야드가 넘는 파 5였다. 나무도 양측으로 울창하지만 페어웨이 중간을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개울이 있어 티샷이 너무 나가도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3번과 4번이 연속으로 파 3 홀들인데 3번은 190야드 오르막, 4번은 130야드 내리막이니 타수를 까먹기 딱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자면, 이번 보스턴 방문에서 가장 큰 수확은 Newton Commonwealth의 재발견이라고 생각한다. 몇년전부터 관리를 맡아온 Sterling 매니지먼트가 아주 잘하고 있는지 비가 내린 직후인데도 관리상태가 완벽했다. 코스도 아름답고 재미있었다. 최고의 홀을 꼽자니 워낙 많아서 고민스러울 정도. 전반에서는 파 5인 5번이 재미있었는데 예전 기억에는 연신 "뽀올~"을 외쳤던 홀이다. 페어웨이가 매우 좁은데다가 우측에서 좌측으로 거의 45도는 됨직하게 기울어져있어서 티샷이 매우 부담스럽다. 13번도 까마득히 내리막 파 4 홀인데 티박스에서 200미터 지점에 호수가 있어서 나는 5번 우드로 티샷하고 파를 잡았다. 그리고 정말로 아름다운 뉴잉글랜드 풍경은 14번부터의 후반부에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전략을 고민해야하는 홀들이었다. 33불로 이정도 기분을 느꼈으면 최고의 하루였다. 스코어도 7자를 그렸는데 파 70 코스였어도 아주 잘 친 날이었다. 산을 오르내리느라 다리가 후들거리고, 전신이 쑤셨지만 이상하게도 치는 샷마다 나 자신이 놀랄 정도로 잘 맞았다. 다만 몇일을 새벽부터 저녁까지 걸었더니 신발이 젖으면서 발이 다 까져서 엉망이 되어버렸다. 저녁에 딕스에 가서 아디다스 골프화를 새로 샀는데 220불이나 줬으니 이거 한국에서는 더 쌀 것 같은데, 이 돈이라면 에코 신발도 사겠네 그렇게 아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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