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hpage (Yellow), Farmingdale, NY

뉴욕의 베스페이지 주립공원에는 5개의 18홀 골프코스가 있는데 그중 최고는 물론 Black 코스다. 두번의 US 오픈과 올해 PGA 챔피언십이 열린 곳이며, 작년 10월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화이트티에서 쳤었다) 골프장이라고 선언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뉴욕주 소유의 퍼블릭으로 운영되는 Bethpage의 로고 밑에는 "People's Country Club"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 말은 블랙 코스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프로나 거의 프로 수준의 골퍼들에게도 힘든 코스에 (그래서 블랙 코스의 1번 홀에는 그 유명한 경고판이 있고,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서민들의 컨트리클럽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보며, 아마도 일반인은 다른 4개의 코스를 돌아야할 것이다. 인생에 한번쯤은, 그런 의도라면 Black 코스겠지만 나는 이미 한번 호된 맛을 보았으니 이번에는 다른 코스를 가보고 싶었다. 블랙 다음으로 좋다는 코스가 바로 Red 코스인데 외지인 그린피가 주말에 블랙은 150불, 레드가 96불, 그리고 Green, Blue, Yellow 코스는 43불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골프의 성수기인 9월 주말에 블랙이나 레드의 예약이 가능할 리가 없었으니 다음 대안으로 옐로우 코스를 잡았다. 대한항공 비행기가 JFK 공항에 착륙한 시각이 오전 11시, 입국수속에 짐을 찾아서는 렌트카를 빌린 우리는 숨돌릴 틈도 없이 골프장으로 간다.

줄을 서서 돈을 치르려고 하니까 티타임을 당겨주겠다고 하며, 9홀 그린피로 해준다. 보수공사로 몇몇 홀들에서 임시 티박스를 쓴다고 그런다는데 우리는 물론 땡큐. 베스페이지 클럽하우스 뒷편으로 가면 유명한 "경고" 표지판이 있는 블랙 코스가 있고, 그 왼편으로는 레드 코스의 1번 티박스와 블랙 18번 그린이 보인다. 클럽하우스를 바라보고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그러니까 가장 왼쪽에 Yellow 코스가 있는데 시작부터 저멀리 작은 벙커가 보일뿐 그린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생겼다. 여기는 Alfred Tull이 설계한 전형적인 미국의 퍼블릭이어서 관리상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고, 숲으로 도그렉이 만들어진 평지에 약간의 언덕을 오르내리는 식인 올드 코스다. 잔디나 벙커의 상태를 굳이 변명하자면 여기는 미국에서도 가장 많은 라운드가 매일같이 벌어지는 코스인 것이다.

Yellow 코스를 베스페이지에서는 가장 쉽다고들 해서 주로 초보자들이 많이 온다. Red와 Black은 당연히 길고 어렵다지만 Green과 Blue 코스도 넉넉한 페어웨이에 근사한 언덕을 자랑하는데 옐로우 코스는 그저 평범하다. 전반 9홀을 돌고는 다시 시작지점으로 돌아와서 후반으로 나가는 식이다. 그래도 어디 다른 지역에 가져다놓으면 나쁜 평은 듣지 않을 것이다. 베스페잊지의 다섯개 코스중에서 가장 나중에 생겼기 때문인지 홀들을 여기저기서 모방한 듯 제각각인데 전반에는 페어웨이 벙커가 있는 홀이 하나뿐이지만 10번부터 14번은 Tillinghast 스타일의 모래밭이 페어웨이를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15번부터는 다시 전반과 비슷한 식이다.

1번은 중간에 동그란 벙커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는데 거기서부터 내리막이고, 저멀리 작고 둥근 그린이 보인다. 3번부터는 페어웨이에 굴곡이 심해져서 여기가 그저 반듯하고 평평한 코스는 아니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후반으로 접어들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갑자기 어려워진다. 그린도 전반적으로 평평하지만 13번에서는 그린의 우측이 러프로 이어지는 등 홀마다 차이가 있다. 기억에 남을 홀들로는 원래 Blue 코스의 5번이었던 12번 홀과 무시무시한 벙커들이 여기도 베스페이지로구나 떠올리게 하는 13번이다. 두 홀이 모두 파 4이고, 거리도 화이트티에서 치면 길지 않지만 만만한 동네 퍼블릭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지금은 보수공사로 9번과 10번의 티박스가 많이 당겨져있긴 하지만 후반까지 마치고 나면 Yellow 코스가 베스페이지의 5개 코스들 중에서 가장 쉽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