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올해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보다 주로 일본으로 골프치러 다녔는데 저렴한 그린피와 오가는 번거로움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었다. 주말에 일본을 다녀오자면 하루 정도만 휴가를 내고 가능하기 때문에 자주 가게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역시 내가 골프를 처음 시작한, 그리고 가장 많이 다녔던 뉴잉글랜드 지역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서 다시 떠난다. 대한항공의 보스턴 직항이 오전에 떨어지고, 입국수속과 렌트카 등을 마치면 오후 12시경. 피곤한 몸이라도 어디서든 18홀을 칠 수 있는 상황이라 꼭 다시 와보고 싶었던 Shining Rock 골프클럽으로 간다. 몇년만에 왔지만 인당 100불이나 받아서 예전에도 이렇게 비쌌나 싶었다. 여기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독특한 설계에 산악지형 타겟골프의 전형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거의 모든 홀들이 서로 다른 골프장인 것처럼 생소해서 샷을 고민해야했고, 아름다운 산세는 (능선의 모양이 한국과는 판이하지만) 어디 가평이나 양평 정도를 떠올리게 한다. 험난한 협곡을 깎아서 이리저리 페어웨이를 지나가게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흔할 수도 있으나 미국이라면 참신한 풍경이다. 설계자는 Patrick Sullivan이라는 사람인데 Brian Silva와 Geoffrey Cornish 밑에서 일하던 분이라고 한다.
몇일간 비가 왔었다는데 여기도 더운 여름철을 지나서인지 질척거리지 않았고, 그린도 빨랐다. 여러 홀들에서 티샷이 제대로 날아가지 못하면 낭패를 보게되는데 페어웨이까지 가려면 해저드를 넘어야하기 때문이었다. 압권인 홀이 3번인데 핸디캡 1번이기도 했지만 여간한 장타자가 아니라면 투온이 불가능하지만 초보자에게도 쓰리온의 기회가 열려있는 식이어서 상벌이 뚜렷한 코스 디자인의 본보기라고 생각한다. 4번은 반대로 장타자에게 유리한데 오르막에 나무를 넘길 수만 있다면 그린 주변에서 쉽게 어프로치가 가능하지만 200미터 티샷이 어려운 이에게는 쓰리온의 기회도 만만하지 않다. 후반에서 만나는 두개의 롱홀도 (완전히 다른 이유에서) 어렵다. 13번은 짧은 파 5 홀이지만 해저드를 넘겨 페어웨이까지 가려면 200야드 이상의 티샷이 필요하고, 거기서부터 그린까지는 점차 좁아지기 때문에 다시 200야드 어프로치를 하거나 100야드씩 잘라가야지 그린에 못미치는 세컨샷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반면에 600야드에 달하는 16번은 넓직한 페어웨이라서 티샷에 부담이 적지만 그린이 보이는 위치까지 가려면 거의 티박스에서 400야드 지점까지 가야만한다. 페어웨이는 그린앞 100야드 지점까지 열려있는데 거기서 보이는 그린은 양측의 숲 사이로 좁아서 웨지샷도 정확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여기가 뉴잉글랜드에서는 가장 젊은 축에 드는 골프장일 것이다. 2010년에 개장했으니 거의 십년이 되었는데 요즘 미국에서는 골프장이 돈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롭게 짓는 코스가 별로 없고, 북동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한다. 내가 미국의 골프산업까지 걱정할 오지랍은 아니지만 코로나로 반짝 흥했다가 다시 사그라드는 모양이라 사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정도 코스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최상급 대우를 받을만한데 그래도 100불은 좀 심했다는 생각이며, 스코어도 별로여서 약간 시무룩해져서 호텔로 향한다.
'미국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ow Acres (North), Stow, MA (0) | 2024.10.06 |
---|---|
Stow Acres (South), Stow, MA (3) | 2024.10.03 |
Fairbanks Ranch, Rancho Santa Fe, CA (1) | 2024.04.23 |
Arrowhead, San Bernardino, CA (1) | 2024.04.20 |
Shandin Hills, San Bernardino, CA (0) | 2024.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