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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비회원 부킹을 받지 않는) 회원제 컨트리클럽 경험으로는 이번이 십여년만에 처음이다. 샌디에고 북쪽의 부촌인 란초산타페 지역에는 몇년전에 파 3 골프장인 Lomas Santa Fe Executive 코스를 방문한 적이 있었고, 주변으로 괜찮은 프라이빗 클럽들이 넘쳐난다는 것은 알았지만 회원의 초대가 없으면 들어가보지도 못하는 곳들이었다. 우연히 만난 지인이 미국으로 이민가서는 이쪽 동네에 살면서 여기 회원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부킹을 부탁해서 이루어진 라운드인데 가격은 싸지 않을테지만 자주 생기는 기회가 아니다. 지인은 골프를 치지 않아도 가족과 함께 수영장이나 승마, 테니스 등을 이용한다고 하며, 컨트리클럽 안에 Ted Robinson 설계의 27홀 골프장이 딸려있는 식이다. 승마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Fairbanks Ranch라는 터 자체가 1984년 LA 올림픽 당시에 승마 경기가 열린 목장이었다고 하며,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컨트리클럽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생각대로 웅장한 클럽하우스에는 라커와 샤워실 등이 구비되어 있었고, 가구의 질이나 배치 등이 고급스러워보여서 살짝 주눅이 들었다. 회원제라고는 해도 골프코스만큼은 자유로운 분위기라서 캐디가 필수라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27홀의 코스는 Valley, Lakes, Ocean로 9홀씩 나뉘어져 있고, 나는 다 돌아보고 싶었지만 안된다면 가급적 Lakes/Ocean을 원했는데 밸리코스라는 이름이 뭔가 익숙한 레이아웃이지 싶어서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코스를 선택할 수 없어서 결국 Valley/Lakes 코스의 순서로 돌았다. 이렇게 18홀이 오리지날이라고 하며, 오션코스는 나중에 추가되었다고 한다. 드라이빙 레인지도 (당연히) 있어서 공을 좀 쳐보다가 밸리 1번으로 갔는데 양측으로 높게 솟은 야자나무들이 인상적이었고, 화이트티에서는 비교적 짧아서 투온에 무리가 없는 세팅이었다. 양측 코스가 모두 9번 홀의 모습이 드라마틱해서 이 골프장의 성격을 말해주는데 어렵지 않으면서 근사한 경치로 커뮤니티 주민들이 편안하게 골프를 즐기도록 디자인한 모양이다.

특히나 Lakes 9번은 웅장한 클럽하우스를 배경으로 두번 물을 건너가야하는 파 4인데 잘맞은 샷 두번으로 그린에 올라갔고, 버디를 하겠다 싶었지만 좀 느린 그린이어서 브레이크를 읽기 어려워 파로 끝냈다. Lakes 코스의 1번도 커다란 호수를 돌아가는 식이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상대적으로 평범했던 밸리코스와 우리가 플레이하지 못한 오션코스에 대한 기대를 고려하면 언젠가 다시 와서 (회원인 지인이 여기 계속 산다는 전제로) Lakes/Ocean 순서로 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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